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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Dec 16. 2021

밀레니얼 세대의 집과 차를 사는 법

제주에서 살 집과 차를 구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인플레이션에 특히 취약하다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읽었다. 기름값, 중고차, 임대료까지 소비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세 가지의 상승률이 가파르기 때문. 미국 MZ세대뿐만 아니라 한국 밀레니얼 세대의 전형인 우리의 가을을 압축해 말하는 것 같다. 


유보한 고민에 이리저리 흔들렸던 가을이었다. 집, 차, 일 모든 게 묵직하게 다가왔다. 

다행히 올해가 가기 전 두 가지는 해결돼 마음이 편하다. 



우리가 사려니까 차 값이 오르네?



제주에서 타던 부모님 차를 반납하고 중고차를 한 대 샀다. 처음엔 ‘전기차-신차 장기렌트’에서 시작했으나 끝은 ‘하이브리드-중고차’였다. 

하필 우리가 사려고 하니 중고차 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랐다. 부품이 없어 신차가 몇 달간 출고되지 못해 수요가 몰린 탓이었다. 중고차를 사는 건 너무 어려웠다.


제주에 있는 중고차 딜러 차를 직접 보러 갔더니 보험에는 신고하지 않은 사고 이력이 있던 차였고, 아빠가 대신 봐주신 서울에 있던 차 역시 보험처리 이력은 없으나 자비로 수리했는지 차 문 색이 달랐다.

결국 직접 육지에 올라와 용인과 부천에 있는 두 대를 보고 선택했다. 4만 킬로미터를 탄 4년 연식의 차를 거의 웬만한 중형차 신차 가격을 주고 샀다.




하지만 제주에 내려와 몰아보니 매끈하던 외관과는 달리 달리는 내내 안전벨트에서 딱딱 거리는 소리가 났다.(10만 원 언저리를 내고 부품을 바꾸니 이제야 조용하다) 레몬을 외관에서 봤을 때 썩었는지 모르는 것처럼 중고차도 마찬가지라는 ‘레몬 마켓’의 정의를 몸소 느꼈다. 


연비 20km에 버금가는 차를 샀더니 기름값이 거의 한 달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고유가 시대에 큰 도움이 된다. 소형이지만 SUV라서 임보중인 대형견 수박이 켄넬도 실린다. 안전하게 잘 타다 새 차로 갈아타겠다는 의지도 불끈 샘솟는다. 








 집값은 언제까지 오를 셈이야?



차를 해결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제주에 계속 살고 싶어 연세부터 매매, 심지어 땅까지 알아봤다. 부동산에 무지했던 우리는 감정 평가사, 부동산 투자회사, 서울에 자가를 마련한 친구들까지 의견을 물었다. 

제주에서 매매하는 게 맞는 선택일까? 금리가 오르고 대출은 안 되는 지금 이 시국에? 


작년 이맘때보다 연세 시세는 오십 프로 이상 올랐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에 우리 부부처럼 육지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자주 통화하던 부동산 사장님이 흥미로운 의견을 주셨다. 종부세로 세금 폭탄을 맞은 집주인들이 놀라 임대 계약이 끝나면 연장하지 않고 집을 매매한다는 것. 원래 살던 사람들조차 살 집이 없어 집을 알아보는 형국이다. 공급은 한정됐는데 수요는 많아지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매매 대신 임대를 선택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단 예쁘지 않지만 좋아하는 동네에 세가 저렴한 집을 구했다. 

이런 팍팍한 시국에 연세가 좀 더 저렴한 집과 연이 닿은 건 행운일지 모르겠다는 판단에 덜컥 계약하기로 했다. 

혹시 또 모른다. 공간을 옮기고 기운이 바뀌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재밌는 삶으로 보내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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