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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Dec 01. 2021

45킬로그램을 감량한 아델에게 배운 점

12월을 맞는 마음. 그냥 하자



지금 살고 있는 제주 집에서 살 날이 딱 두 달 남았지만 아직 내년에 살 집을 구하지 못했다. 

9월부터 찾아보고 있지만 아직 지금 사는 곳처럼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을 찾지 못했다. 연세, 매매, 심지어 땅까지 열한 곳을 둘러봤다. 

슬슬 마음이 졸여오긴 하지만 임장을 다닐수록 어디든 갈 곳은 있다는 확신이 든다. 좀 더 비싸거나 마음에 덜 차거나 둘 중 하나다. 


가히 ‘연세의 난’이라 할 만큼 일 년 사이 제주 집 임대료는 많이 올랐다. 하지만 필터를 하나씩 제거할수록 싸고 괜찮은 집은 분명 있다. ‘세련됨’ 필터를 없애거나 ‘넓은 잔디 마당’을 없애는 식이다. 임장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 집만 한 곳이 없다는 생각에 남은 두 달이 참 아쉽다. 하지만 한 달 살기 아니 보름 살기 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두 달이면 굉장히 긴 시간 아닌가. 


올해의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넘기며 12월에는 좀 덜 종종거리고 더 빨빨거리며 시간을 누려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곳에서 2년 후 아델의 콘서트가 열릴 줄이야. 
그리피스 천문대



아델 노래를 좋아한다. 결혼식 식전 영상에도 그녀의 노래를 깔았다. 언젠가 콘서트를 하면 가보고 싶다 생각했지만 아델은 한국엔 오지 않았다. 그런 콧대 높은(?) 그녀가 영화 <라라 랜드>의 배경으로 유명한 LA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무료로 MBC에서 방영해준 덕에 방구석 1열에서 관람했다. 


주옥같은 명곡들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틱한 노을까지 눈과 귀가 호강했다. 더 기억에 남는 건 노래 사이에 들어간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 불과 한 살밖에 안 많은 아델 언니에게 한 수 배웠다.


1. 그냥 한다


오프라 윈프리가 말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걸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아델은 동의하며 덧붙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의 행복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 이혼, 6년간의 공백을 깨고 만든 새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멘트도 했다. 


“어차피 인생은 내 마음대로 안되더라. 받아들이고 웃고 즐기면서 살자”


코로나, 미쳐 날뛰는 집값, 대출규제, 인플레이션까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변수에 분개하고 마음 쓰지 말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그런 의미에서 11월 한 달은 평소보다 한 시간 가량 일찍 일어나 봤다. 일찍 일어나려 일찍 잠드니 총 수면 시간은 비슷했는데 더 많은 일을 실행했다. 올해 하려고 계획했던 일 중 두 가지 과업을 시작했다. (‘잘됐다’가 아닌 ‘했다’에 초점을 맞췄다.) 나만 아는 성취감이지만 이 과정에서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됐다. 



LA 같은 제주도


2. 다이어트도 그냥 했다. 



2년간 45kg을 감량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 아델. 동지를 잃은(?) 기분이었는데 작정하고 뺀 게 아니란다.  이혼 후 정신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나마 할 수 있던 운동만 했다고 한다. 눈을 뜨면 ‘9시에 헬스장 가기’ ‘1시에 등산’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일정에만 따랐다고. 신체에만 집중하니 정신적으로 괴롭히던 것들이 깎여나가 결국엔 정신이 명료해졌다고 했다. 집중력을 위해 나중에는 술도 끊었다고 한다. 


결국 다이어트도 그냥 매일 별생각 없이 루틴대로 움직였더니 된 것이었다. 내가 컨트롤하기 힘든 정신적인 괴로움도 결국은 통제 가능한 영역인 신체를 움직임으로서 극복한 것이다. 결국 생각보다 몸을 움직이면 된다.


아델의 노래와 말이 채찍질과 위로가 되어 올해 남은 30일을 헛되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뭐 그러다 보면 좋은 집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 기상시간과 요가를 통한 신체 수련으로 12월을 알차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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