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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Apr 02. 2022

부러운 감정에서 벗어나는 법

잘 나가는 또래들을 보고 배가 아픈 사람들을 위한 처방



01. '월 천만 원, 1억 연봉' 벌면 잘 사는 건가요?


'월 천만 원, 연 1억'이 성공 기준이 되어가는 듯한 요즘. 


퇴사한 지 4년 차. 게다가 제주로 이주까지 했으니 당분간은 예전처럼 큰 건물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으로 돌아갈 예정은 없다. 

자연스레 나의 관심사는 멋진 회사에서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가는 사람들 대신 회사 밖에서 내 능력만으로 회사원 월급 이상으로 벌어내는 프리랜서들이다. 


'회사를 나와 몇 개월 만에 1억을 벌었다', '억대 연봉의 밀레니얼'같은 썸네일을 보면 클릭하지 않을 수 없다. 나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프리 워커, 엔잡러, 사이드 프로젝트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요즘엔 이 프레임으로 소구 되는 콘텐츠들이 많아졌다. 수요가 많은 만큼 소위 말해 잘 먹히는 주제다 보니 더 자주 보인다.



뉴욕, 2019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도 많이 벌고 싶은 나 역시 웬만하면 이런 콘텐츠를 클릭한다. 그러다 팬이 된 크리에이터들도 여럿이다. 


이들이 보내주는 메시지는 마음을 잡거나 일을 하는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머릿속에 아이디어는 많은데 엉덩이가 무거운 나는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동경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연코 '실행력과 기록'이다. 하고 싶은 일을 실행에 옮긴 게 쌓이다 보니 그들을 유명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브런치 등 각자 잘 쓰는 플랫폼에 기록한 것. 


동시에 질투와 부러움에 마음 한편이 불편해진다. 

'원래 팔로워가 많던 사람이니까 뭘 시작해도 바로 속도가 붙어 앞으로 치고 나간 것 아닐까?' 고까운 마음이 든다. 

그들의 기라성 같은 팔로워를 보며 내 걸로 돌아오면 초라해 보였다. 


뉴욕, 2019



02. 소셜 딜레마


친구들과 만나 자꾸 남과 비교하며 불편해지는 심경을 토로하면 저마다의 처방을 내려준다. 

한 친구는 아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사람의 콘텐츠만 본다고 했다. 고전이나 자서전을 읽으면 경외감이 든다고 한다. 워런 버핏에게 질투가 나진 않으니까. 

자고로 질투는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더 느끼는 법이다. 


또 다른 친구는 SNS를 일절 하지 않아 질투로부터 자유롭다 했다. 그러면서 들려준 이야기. 

'부탄'은 행복도 1위 국가로 흔히들 알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순위가 폭삭 떨어졌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한 가지로, 국민들이 SNS를 시작하고서부터라고. 소셜로 보니 부탄은 다른 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였던 것이다. 우리끼리만 살 때는 행복하고 좋았는데 '비교'가 들어간 순간부터 '행복'은 하향했다. 


부탄뿐만 아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서도 플랫폼 기업에 교묘하게 이용되는 행태를 꼬집으며 특히 10대들의 행복도는 소셜에 직격타를 맞았다고 했다. 


뉴욕, 2019



사람들은 대부분 구질구질한 면면은 SNS에 보여주지 않는다. 매일 먹는 반찬 통과 대충 끓인 국 사진을 일일이 올리는 대신, 가끔 한 번 가는 맛집에서의 예쁜 플레이팅 사진을 올린다. 매일 하는 일에 대해 올리는 대신, 가끔 짬을 내 꽃구경 간 사진을 올린다. 일상 중에서 예쁜 면만 10장으로 추려서 올리는 게 소셜이다. 남들도 그럴 것이다.   


그간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으려 팔로잉 버튼을 누르곤 했다. 하지만 그들이 올리는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며 동시에 부럽고 짜증이 났다. 저 사람은 저렇게 앞서 나가는데 나만 뒤쳐지는 기분은 득 보다 실이 더 컸다. 


누군가에겐 내가 내보내는 콘텐츠도 똑같이 느껴질 수 있겠지. 저 사람은 뭔데 회사도 안 다니고, 맨날 노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제주에서 잘 사는 걸까. 무슨 믿는 구석이 있어서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다고 말하는 걸까.


뉴욕, 2019




03. 안 보면 된다


'싫어요'를 누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싫으면 안 보면 되지. 굳이 부지런하게 싫어요를 누르냐' 말하곤 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자극을 받겠다고 팔로잉해놓고선 돈을 잘 번다는 콘텐츠를 볼 때마다 배알이 꼴렸다. 긍정적인 자극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크다면 안 보는 게 낫다. 


그래서 나는 요즘 디지털 미니멀 라이프 중이다. 일상에서 물건을 버리고 비우는 것처럼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잘 나가는) 사람들의 구독을 취소했다. 




음악 채널과 정신건강에 좋은 사모예드 채널은 계속 구독한다 :)





인스타그램에서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팔로잉을 취소했다.

팔로우하는 계정이 거의 900명이었는데 300명이나 줄였다.


아직 그릇 넓어지려면 멀었으니 물리적인 장치를 하는 수밖에. 

사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앱을 지워버리는 게 가장 확실하지만 친구들의 소식은 보고 싶은 양가감정에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 


내가 보고 싶은 계정만 남겨둔 지 이틀 차. 

정신이 조금은 맑아지는 기분이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 월 천만 원 버는 남을 질투하는 대신, 적게 벌어도 행복한 나에게 돌릴 필요가 있다. 



         



뉴욕,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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