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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Sep 11. 2021

퇴사 후 천일동안,프리워커로제주에서 살아남기

나를먹여 살리는작고 소중한 4가지 일 포트폴리오

퇴사한 지 딱 만 3년이 되어간다. 

500일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지는 540일이 지났으니, 퇴사하고 천 일이 지난 셈이다.

천일동안 용케도 회사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잘 살고 있다. 요즘에는 집과 차를 구매해야 할지 결정할 시기가 와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에 벌이가 조금 아쉽지만. 어쨌든 경제적 자립을 이룬 상태다.


주 40시간 정규직 회사원으로 받던 하나의 월급 대신 작은 여러 가지의 일로 하루를 보낸다. 





1. 마케터

신생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터 일을 재택으로 한다. 매주 한두 번 화상으로 미팅을 하고 전화로 해결한다. 필요시 비행기를 타고 육지로 올라가 일을 하기도 한다. 


2. 온라인 셀러

부모님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가구점의 제품을 온라인으로 옮겨와 네이버와 쿠팡에서 판매한다. 

20년 넘게 하신 일이라 아직도 매장에 있는 제품 절반도 채 못 올렸다. 하루에 1개씩 올리는 걸 목표로 작년 3월부터 꾸준히 하고 있다. 


3. 요가 강사

제주에서 일 년간 살고 있는 집에서 요가를 가르친다. 정규 수업은 막상 해보니 부담스러운 요소가 있어 원데이 클래스를 메인으로 한다. 수업을 하다 보니 부수적인 재미있는 기회들도 많았다. 

티빙 <환승 연애>에서 요가 수업 촬영도 하고, 이니스프리와 에어비앤비 브랜드 행사에 초대돼 요가를 가르쳤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간될 제주 여행 책자에 소개될 인터뷰도 하는 등 생각지 못한 기회들이 손을 내민다.  


 4.작가

-올해 5월에는 에세이 책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를 출간했다. 

책이 나오고 한 달이 안돼 중쇄를 찍었지만 이후 신간들에 밀려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 홍보를 위한 북 토크, 홍보할 수 있는 매체에 제안도 한다. (올해 안에 3쇄를 찍었으면 좋겠다^^)

-매주 2번씩 남편과 번갈아가며 세계여행 때부터 쓰고 있는 <주간 백수 부부> 카카오톡 구독 서비스에 연재하는 글도 발행한다. 벌써 시즌6까지 와서 이제는 습관이 됐다. 

-하지만 이 글을 제외하고는 글쓰기가 늘 뒷전이 됐다. 의도적으로 엉덩이 붙이고 쓰는 시간을 만들고자 '함께 써요'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두 달째 운영 중이다. 자발적으로 쓰고 싶어 하는 분들과 매주 두 번씩 만나 고요하게 쓰고 헤어지는 시간이 정말 좋다. 지금 이 글도 그렇게 쓰고 있다. 





크게 네 가지 직업이 나의 노동 수익이다. 아직 회사에 남았더라면 받았을 월급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에 돈을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전세금을 빼고 연세살이를 하고 있어 수중에 있는 목돈은 남편에게 맡겨 주식으로 투자 수익을 만들고 있다. 


네 달도 채 남지 않은 올해엔 '돈 열리는 나무'라고 말하는 소극적인 수익을 두세 개 더 만들어두는 게 목표다. 처음에만 신경 써서 만들어두면 나중에는 알아서 돈이 들어오는 콘텐츠(예를 들면 책, 유튜브 영상, 전자책, 강의,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상품 등)를 만들어놓고 더 많이 놀고 싶다. 놀면서도 돈을 벌고 싶다. 

이렇게 4개 이상의 일을 굴려가며 프리워커로 제주에서 계속 살고 싶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치앙마이, 발리, 뉴욕 어디든 한 두 달씩 머물며 지금처럼 일을 하고 싶다. 


어쨌든 작고 소중한 나의 일은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기에 더 늦기 전에 하나씩 기록하기로 했다. 

아직 N가지 일 중에 자신 있게 '잘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래도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수 있으니까.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의 한 레퍼런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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