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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Apr 07. 2022

어긋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나태 지옥에 빠진 단조로운 제주 2년 차 일상



2022년이 세 달이나 지났고, 정신 차려보니 벌써 4월도 6일이 지났다.

제주에 온지도 어느덧 2년 차.

일 년 살기만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향후 몇 년간은 제주도민으로 살 것 같다.


매일이 새롭고 계절의 변화에 환호하며 놀러 다녔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대체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 번 봤던 풍경들이기도 하고, 수박이와 산책하며 매일 보는 제주 시골 풍경으로 충분하다. 작년보다 더 심해져 수그러들 줄 모르는 코로나에 몸을 사리는 탓도 있다.




물론 녹산로는 매년봐도 멋있다



그러다 보니 사진첩에도 요리, 수박이, 가끔 드라이브하며 찍은 꽃 사진 정도가 전부다.

게다가 요가 수련을 못 간지 2주가 넘으니 요즘 일상은 단조롭기 짝이 없다.


연초 특유의 동기부여 덕분에 1월은 꽤 열심히 살았다.

2월엔 이사를 하며 짐들에 치여 자연스럽게 미니멀 라이프에 빠져들게 됐다.

3월엔 다시 가열차게 계획한 것들을 해내다가도 어느새 흥미를 잃고 자주 무기력했다.

작년 11월부터 3월 말까지 새벽 5시 기상을 했지만 요새는 다시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무리하지 않고 몸을 챙기는 게 요즘의 우선순위인지라 알람을 맞추지 않았더니 9시간은 거뜬히 잔다.




그 와중에 매주 빠지지 않고 <강철부대>를 챙겨봤다.

강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사투를 볼 때면 자극이 됐다.

실제로 작년 시즌1에서 군장 40kg를 메고 10km를 걷는 데스매치를 보고 나서 한라산을 오르며 이들 생각을 많이 했다. (고작 배낭에 컵라면, 마실 물 하나 넣어 메고 올라가면서 힘들어하기 있습니까?!)


시즌2 역시 나태 지옥에 빠져있는 내 엉덩이를 걷어차는 명장면들이 많다.

40~60kg 군장을 메고 오르막길을 걷는 미션에서 한 대원은 이렇게 인터뷰했다.


"정신력으로 가는 겁니다. 그게 특수대원입니다." (와... 쓰면서도 멋있다)


세계여행을 할 당시 채 20kg도 안 되는 배낭에 오만상을 쓰며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던 때를 반추해보면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정신력인지 알 수 있다.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장면은 외줄 타기. 아찔한 높이의 외줄을 팔 힘으로 타고 올라가는데 한 번 힘이 빠지면 끝이다.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주르륵 내려오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뒤따르던 한 참가자는 당장 올라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잡아도 모자랄 판에, 외줄 앞에서 한참을 숨을 골랐다. 그러더니 무서운 속도로 외줄을 타기 시작했고, 결국 앞서 가던 참가자를 역전했다.


그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계획했던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에너지라는 건 항상 일정하지 않다.

힘이라는 건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니까.


1월처럼 에너지가 넘쳐 일들을 활기차게 해내는 때가 있으면,

나의 3월처럼 잠시 슬럼프가 와서 나태해질 때도 있는 것이다.

힘이 비축될 때까지 쉬어가도 괜찮다.

다시 나아가고 싶을 때 정신력을 가다듬고 (특수대원들처럼은 아니더라도) 내 속도대로 치고 나가면 된다. 쉬면서 잠시 뒤처진 것 같아도 언제고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니 어긋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근처라 잠시 드라이브한 제주 벚꽃 명소 '전농로'


수박이 산책길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고있다



수박이는 좋겠다. 집콕하는 임보자들이랑 지내느라 하루 세네번 산책해서





주말에 다녀간 곰부부가 준 귀여운 요가 인형 메디테디



요가 수련은 못 가지만 미리 예약을 받아둔 수업은 계속 하고있다.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미니멀 라이프 챌린지 우수자로 뽑혀 선물을 받았다. 맛있는 밀키트를 사와 집에서 외식하는 기분을 내는중



예전부터 해보려던 시금치 커리를 드디어 만들었다. 비주얼은 좀 그래도 맛과 영양은 만점이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주기적으로 과일을 가져다주신다. 덕분에 비싼 카라향도 먹고있다



거의 한 달전 산책 길에서 주워온 무로 인생 첫 김치, 석박지를 담갔다. 좀 짜긴한데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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