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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Apr 11. 2022

제주도의 민원왕

가로등도 옮겼던 남편. 이번엔 송전탑이다?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28화 글쓴이 남편(파고)




살던 집주인 분들과 동

백수부부 제주 편을 읽었던 독자분들이라면 나의 민원제기 능력에 대해 익히 잘 아실 것 같다.


집 앞 가로등 불빛이 안방의 암막을 막는다고 느껴 읍사무소에 연락해 가로등의 방향을 바꾸고, 동네의 수도관이 터졌다가 복구된 뒤 미세하게 수압이 약해지자 다시 읍사무소 건축과에 전화해 수압측정을 하고 수압을 복구시켰던 에피소드들 말이다.


이런 나에게 새로 이사 온 집에 마음에 걸리는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집 앞에 떡하니 자리 잡은 대형송전탑이었다.




이 집을 알아볼 때는 대형송전탑의 존재를 사실 인식하지 못했었다.


이사하고 나서 거실에서 자주 생활을 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송전탑이 집에서 가까워 보이기 시작했다.


"송전탑이 가까우면 전자파가 나와서 몸에 좋지 않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매일 거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거대한 송전탑이 눈엣가시가 되었다.



집 마당 정면에서 바로 가깝게 보이는 문제의 송전탑. 한동안 파고는 '저 송전탑을 어떻게 할수도 없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가로등 불빛의 방향을 옮기는 것처럼 송전탑도 옮길 수만 있다면 옮기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스케일이 다른 문제였다.

송전탑을 옮길 수는 없으니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 송전탑이 있으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지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송전탑이 있으면 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실제 그런 마을의 사례가 기사로 나와 있을 정도로' 송전탑 = 암이라는 무시무시한 정보가 많았다.

그 반대로 한국전력에서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100m 이상 거리가 떨어지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전자파의 양보다 낮다는 적극적인 옹호 논리도 있었다.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니 해외에서는 송전탑에서 200m 이상의 거리가 되면 나오는 전자파의 양이 일상 생활에서 노출되는 전자파의 양보다 낮아진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뒤로 온통 내 머릿속에는 '송전탑이 우리 집과 거리가 얼마나 될까?'로 가득찼다.


내 눈에 보기에는 꽤나 가까워 보여서 혹시 200m가 안 되면 어쩌지 걱정이 됐고, 아내는 최소 500m에서 1km는 될 것 같다며 안심하라고 했다.


아내는 그렇게 궁금하면 송전탑까지 직접 한 번 걸어서 거리를 재보라고 했지만, 송전탑 앞에는 숲길이라 걸어가기도 어려울뿐더러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걱정하는 내가 송전탑을 향해 걸어갈 리는 없었다.




거실에서 봤을 때 보이는 또 다른 송전탑. 저 송전탑은 그나마 조금 멀어보인다.



어떻게 하면 거리를 재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네이버 위성지도에 축적도가 표시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장 컴퓨터 화면에 위성지도를 띄어놓고 송전탑과 우리 집까지의 거리를 자로 재봤다.

자로 잰 거리는 약 10cm. 축적도에는 50m가 1.1cm였다. 따라서 송전탑과 우리 집까지의 거리는 대략 450m 정도 되는 셈이었다.

거리가 최소한 200m는 넘기를 바랐는데 그 두 배 이상 거리가 된다는 결과에 마음을 쓸어내렸다.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량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도 알아냈다.


먼저 한국전력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한 뒤 민원신청에 가서 '전자계 측정'을 신청하면 직원이 직접 나와 전자파를 측정해준다는 사실. (그래서 나도 일주일 전에 전자파 측정을 신청해두었는데 아직 연락은 받지 못했다.)


또 다른 발견은 우리가 지금도 매일 밤 켜고 자는 전기장판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자파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송전탑을 걱정할 게 아니라, 매일 사용하는 전기장판을 걱정해야 했나 보다.


아내는 이 모든 사단을 지켜보며 처음부터 '전자파 많이 나오건 적게 나오건 어차피 우리가 여기서 1년은 살아야 하는데 그냥 신경 쓰지 마'라고 했었다.


역시 아내 말 틀린 것 하나 없나 보다.



아내가 수박이 산책을 시키며 동네에서 따온 고사리들.



4월의 제주도. 고사리의 시즌이 돌아왔다.


수박이 산책길에는 청보리밭도 펼쳐져 있다.




매주 가는 유기견 봉사활동. 지난주부터는 새끼 강아지 4마리가 들어와 봉사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중



오랜만에 친구부부가 운영하는 <여름정원>에 놀러갔다. 볼때마다 친구부부의 인테리어 솜씨와 부지런함에 놀라는 곳.



아내 찬스로 방문했던 표선의 버거 맛집 '판타스틱 버거'. 이 집의 대표 메뉴인 화이트어니언 버거. 사진 보니 또 먹고 싶다.



작년에 살던 집주인 분들과 동네 친구가 되었다. 이번 주에는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보이차를 선물로 주셨다




지난 에피소드 읽기


-어긋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다시 또 세계여행을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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