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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Mar 17. 2022

집이 사고 싶다면 여행자의 마음을 잃지 말자

제주에서 만난 세계 여행자와의 대화

주간 백수부부 시즌7. 21화 글쓴이 아내(망샘)





제주에서 우연히 세계여행 대선배를 만났다. 교사를 퇴직하고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 십 년 이상을 여행자로 살고 계신 쨍쨍 님이 그 주인공. 닉네임 ‘쨍쨍’처럼 그녀의 옷차림과 노란 머리 색은 정말이지 쨍하다. 작년 이맘때부터 다니는 요가원에서 먼저 알은체를 해주셔 인연이 됐다. 알고 보니 엄마 친구의 친구였던 그녀가 집으로 초대해주었다. 


구옥을 리모델링했다는 그녀의 공간, ‘쨍쨍 랜드’는 입구부터 노란색으로 역시나 쨍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여행지 게스트하우스에 놀러 온 기분이 물씬 났다. 구좌 당근으로 직접 만든 당근 팬케이크부터 요거트, 아르바이트하고 받았다는 한라봉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여행 와서 조식을 먹는 느낌이었다.  


여행지의 조식같던 쨍쨍랜드에서의 브런치


오랜만에 세계 여행자를 만나니 봇물 터지듯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맛있는 음식 먹으며 여행, 제주, 사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대화를 나누었다. 다시 2년 전의 여행하던 때로 돌아가 지금 나를 3인칭 시점으로 볼 수 있었다. 


세계여행을 했던 오백 일보다 한국에 정착한 날이 더 많아진 지금. 한 곳에 최소 일 년씩 머물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욕심이 그득그득 붙어갔다. 남들처럼 청약 당첨이 됐으면 좋겠다가도 제주에 예쁜 집 한 채 사서 빌려주고 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했다. 뭐든 돈이 드는 일인데 현실은 욕심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아 마음이 동동 떴다. 남들의 부의 방정식을 따라 풀려다 보니 자꾸 괴리감이 생겼다. 



리모델링하며 만든 데크에는 길냥이들이 낮잠을 자러 왔다. 잠시 잊고있던 임장을 다시 해봐야하나?



쨍쨍 님 역시 육지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 내려오셨다. 무려 십 년차인 그녀는 여행을 갈 때마다 집을 빌려주고 떠난다. 나의 이상향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집을 정리하고 배낭 하나만 들고 진정한 노마드가 되고 싶다 했다. 


“그럼 이 많은 짐은 다 어떡하고요?” 

“짐을 줄여야죠. 여행 다닐 때 배낭 하나면 다 된다는 거 우리 모두 알잖아요? 짐이 없으면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이 될 수 있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이사를 겪으며 미니멀리즘에 심취해있는 나였다.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버리고 있는 와중에 여행자 시절을 생각해봤다. 이십 킬로에 육박하던 배낭의 절반 이상은 옷과 상비약이었다. 필요하면 그때그때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물건들을 이고 지고 다녔다.  


도대체 우리에게 이 많은 짐이 왜 필요한 걸까. 물건과 사람이 주객전도돼 짐을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비싸게 집세를 내고 있는 게 아닐까. 짐뿐만 아니라 일도 그렇다. 여행을 다닐 땐 소득 없이 소비만 했다. 그런데도 별 걱정 없이 행복하게 지내왔던 우리다. 그때는 한국에 돌아가 회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을지가 막연히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 없이 돈 버는 방법을 안다. 집을 사고 새 차를 탈 만큼 돈을 많이 벌진 못하지만 내가 좀 더 노력하며 운까지 따라준다면 월급 이상으로 벌 자신도 생겼다. 그런데도 막연히 남들을 부러워하며 내가 일궈놓은 정원을 과소평가했다. 


그런 요즘의 나에게 쨍쨍 님은 여행자의 마음을 잊지 말라고 했다. 

아무래도 다시 배낭 메고 나가 고생 좀 해봐야 다시 정신을 차릴 것 같다. 







쿨하게 텃밭에서 뽑아주신 봄동. 덕분에 좋아하는 배추전을 실컷 해먹고있다





회사다닐때 입던(지금은 안 입는) 옷들을 당근마켓으로 파는 재미에 빠진 요즘. 살땐 비싸고 팔땐 싸다. 잊지말자!



과거 화려했던 나의 취향ㅎㅎ버릴까하다 당근에 올렸는데 셀프웨딩 준비하는 신부의 손으로 갔다. 당근 정말 재밌다.


옷을 얼추 정리하고 예전 일기장 버리기에 착수했다. 회사다닐때 쓴 일기는 모두 버렸고, 여행때 쓴 일기는 도저히 못버리겠다ㅠ


넷플릭스에서 본 미니멀리즘에 관한 다큐에서 인상깊었던 장면.


물건을 사고싶어 돈을 벌다보면 싫어하는 사람과도 마주해야한다.






코웨이 매트리스청소 서비스를 받았는데 서비스로 옷방에 피톤치드를 뿌려주셨다


갑자기 봄이 된 제주. 봄동백이 예쁘게 핀 나만 아는 공간에서 야외요가 수업을 진행했다.


오늘부터 긴 비가 예보됐길래 오랜만에 카페에 나왔다. 오랜만에 밖에서 아메리카노 아닌 커피 마시니 기분전환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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