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요가 수련 1년의 기록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20화 글쓴이 남편(파고)
제주에 내려와 요가수련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매일 꾸준히 하진 못했다. 주 3회 수련을 목표로 삼았지만, 생각보다 주 3회 수련하기도 쉽지 않았다. 가끔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사를 했다던가, 아내의 요가 수업이 아침에 잡혀있다든가 하는 것처럼.
하지만 수련을 꾸준히 못 한 대부분 이유는 늦게 일어났다거나, 몸 상태가 안 좋다던가와 같이 의지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1년 동안 요가를 수련하며 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돌아봤다.
우선 살이 조금 빠졌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 처가에서 지낼 때는 워낙 잘 먹기도 했고, 근력운동도 꾸준히 했었기에 살이 꽤 붙었었다.
제주에 내려오고 나서는 살이 5kg 정도 빠졌다.
살이 빠진 건 요가수련 때문이라기보다는 근력운동을 소홀히 한 탓이 컸다.
하루에 운동을 위해 쓰는 시간은 1시간 정도가 최대치인데 아침에 요가를 수련하고 온 날에는 근력운동을 자연스럽게 거르게 됐다.
몸은 정직해서 하루 이틀 거르다 보면 어느새 '안 하는' 관성이 붙는다.
헬스장은커녕 기본 맨몸운동인 턱걸이나 팔굽혀펴기를 안 하다 보니 그나마 몸에 남아있던 근육들이 1년 새 다 사라졌다.
흔히들 요가를 하는 남자의 몸을 떠올리면 길고 가느다란 팔다리를 생각하기 쉬운데, 내 몸도 근육이 빠지다 보니 어느새 요가에 최적화된 몸이 되기는 했다.
모든 근육이 다 빠진 건 아니다.
1년 전보다 후굴에 필요한 근육들이 붙었다. 후굴이란 몸을 뒤로 꺾는 자세를 말한다.
허리를 뒤로 젖히는 부장가 아사나(일명 코브라자세),
낙타처럼 허리를 산처럼 세우는 우스트라 아사나,
어깨 밑에 손을 놓고 팔을 쭉 뻗어 활처럼 몸을 휘게 만드는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등을 꾸준히 수련한 덕이다.
여전히 유연성이 부족한 자세들도 많다.
다리를 앞뒤로 찢는 하누만 아사나,
다리를 양옆으로 찢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는 우파비스타 코나 아사나(일명 박쥐자세) 등 햄스트링이 유연하고 골반도 열려있어야 하는 자세들은 1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요가는 여전히 ‘마음 수련’ 보다는 '자세 수련'에 가깝다.
어떤 자세를 하더라도 몸에 긴장을 완전히 풀고, 호흡에 집중하기 어려운 초보자인 탓이다.
요가는 마음을 수련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지만, 나에게는 아직 고통을 참고 호흡을 의식적으로 내쉬며 버텨내는 '아사나(동작) 수련이다.
2018년 여름 요가에 재미를 붙인 아내를 따라 동네 요가원을 처음으로 방문했던 날이 생생하다.
당시에는 한창 크로스핏과 헬스를 열심히 하던 때라 요가를 만만하게 봤다가, 아쉬탕가 요가라는 빡센 요가 수업 듣고 눈이 풀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요가에 입문하게 되어 세계여행을 하며 전 세계에서 요가를 수련하고, 이곳 제주에 내려와 아내와 함께 여전히 즐겁게 요가를 수련하고 있다.
요가 실력도 좋고, 자세에 욕심이 많은 아내와 달리 나는 현상유지라도 하자는 마음가짐 때문인지 요가 실력이 크게 늘지는 않는다.
올해는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다리 찢기를 연마해야겠다.
내년 이맘때 요가 수련 2년의 기록에는 다리 찢기가 된다는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수박이를 차에 태우고 이동하는 건 조금 힘들지만 이렇게 같이 바다를 보며 산책할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