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이 구해줄 거야
주간 백수부부 시즌7. 19화
제주에 내려와 봉사와 요가를 한 지 일 년이 됐다. 그사이 제주에서 친구들도 생겼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교집합이 많다. 요가원에서 알게 돼 유기견 쉼터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요가와 개 이야기로 밤새 떠들 수 있다.
모두 제주 토박이가 아닌 육지에서 내려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십 년이 지난 분부터 3~4년, 3개월 차까지 다양하지만 제주를 좋아하는,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의 크기는 같다. 물론 가끔 서울에 가서 코에 바람을 쐬며 도시 문명을 접하고 오는 것에 신나는 점까지 비슷하다.
지난주 봉사가 끝나고 맏언니가 집에 초대해줘 낮술을 마시고 왔다. 개발자와 프리랜서 IT 업무를 하는 두 부부는 구옥을 매입해 내부를 모던하게 리모델링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작년에 우리가 한창 매매를 고민할 당시 조언을 많이 주기도 했다. 고양이 3마리와 귤밭이 보이는 넓은 테이블은 제주가 아닌 유럽 어딘가의 에어비앤비 숙소에 와있는 기분을 자아냈다.
만나면 자연스레 개와 요가 이야기로 넘어간다.
봉사팀 여섯 명 중 언니와 내 남편을 제외한 넷은 모두 요가를 가르친다. 그중 나를 제외한 셋은 하타요가의 대부 한주훈 선생님과 요가를 꾸준히 수련한다.
우리도 작년 겨울에 몇 번 갔던 한 선생님은 요가인들이 칭송하는 명실상부한 마스터다. 다정하며 정교한 선생님의 수업과 수업 후 내어주시는 보이차를 마시며 차담을 하면 얼마나 그릇이 큰 사람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1회에 5만 원인 수업을 왕복 2시간을 운전해 듣고 오기는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 더군다나 새벽 5시 반에 시작하는 수련을 듣기 위해선 4시에 일어나 집에서 4시 반에 나와야 한다. 결국 한 번도 새벽 수련을 가보지 못했는데, 이 셋은 새벽 요가 마니아다.
그들에게 비법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결했다.
“좋아요. 가면 정말 좋아서 그냥 가요.”
거기에 덧붙은 말들은 큰 울림을 줬다.
“육지에 있어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사람이 태반인데 내가 일어나기만 하면 이 좋은 수업을 매일 들을 수 있잖아요.”
“선생님이 언제까지 수업하실지 모르는데 갈 수 있을 때 가야죠. 새벽 수련하고 사바사나(요가 동작이 모두 끝난 후 가만히 누워 휴식하는 ‘송장 자세’)하면 얼마나 좋은데요!”
더군다나 코로나 이전에는 겨울에 한 달씩 발리, 인도 같은 따뜻한 곳에서 무제한 수강권을 끊어 하루에 3~4번씩 요가를 했다고도 했다. 우리도 발리, 인도로 요가 수련을 하러 갔지만 하루에 수업 하나만 듣고 나머지는 카페에서 놀았는데...
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도 ‘재밌어서’ 무제한 수강권으로 다녔다고 했다.
이렇게 하루에 몇 시간씩 하고서 실력이 확 늘어난 건 두말하면 잔소리. 세 분 모두 하루에 수업을 2개 이상 들었을 때 동작이 확 늘었다 했다.
이렇게나 좋아하는 마음은 무섭다.
바깥으로 향한 시선을 내부로 돌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쏟는다면 결국 그 꾸준함이 능숙함으로 치환된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냥 '좋아하는 마음'만 바라보자. 그 마음이 번잡함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줄 것이다.
섬에 살면 자유롭고 한갓진 생활이 정말 좋다.
한편으로는 육지에 사는 또래들의 성취와 비교하며 움츠러들 때도 있다. 그들이 쾌속선을 타고 앞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돛단배를 타고 둥둥 하류로 떠내려가는 상상을 종종 한다.
이제 그럴 때마다 좋아하는 마음에만 시선을 두기로 했다.
제주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한 수 배웠다.
[주간 백수부부] 지난 에피소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