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9명과 대화하고 얻은 인사이트
요즘 백수부부의 일정은 대선 후보 못지않다.
따뜻해진 날씨에 제주 여행을 온 가족과 친구들을 5일 동안 매일 만났다.
‘오는 사람들마다 만나쟤서 부담스럽지 않냐’며 조심스럽게 주는 연락이 반갑다. 특히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화를 하며 에너지를 받는 외향 인간.
지난 편에 등장한 남편의 절친 부부를 비롯해 전 직장 동기, 세계여행을 다녀온 제주생활 선배 부부 그리고 갑작스러운 유방암으로 투병 생활을 마치고 회복 중인 이모까지 총 9명을 만났다.
5일간의 대화로 지지부진하게 느껴지던 일상이 환기가 됐다. 연휴가 끝나고 다시 되찾은 일상에 대화를 곱씹어보며 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 되는 건 제주도라고 다르지 않다. 가만히 기회가 뚝 떨어지진 않는다.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홍보 글이라도 한 줄 올려야 기회가 시작된다. 여행 때도 그랬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먹는 건 진리였다. (중략) 행동을 취하는 데 돈이 드는 게 아니라면 뭐든 하는 게 좋다.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p243
작년에 출간한 책에도 썼던 잊고 있던 나의 인생 신조이자 무거운 엉덩이를 걷어차 주는 말이다. 친구들과 대화하다 상기됐다.
0.001%의 확률이더라도 서울에 내 집 하나 장만하고 싶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청약을 넣어야 한다. 부동산, 주식, 사업, 블로그 등 뭐가 됐든 간에 ‘하루에 블로그 글 1개 쓰기, 부동산 유튜브 영상 하나 보기’ 등 뭐든 해야 앞으로 나간다.
1번을 모토로 매일 바퀴를 굴리다가 쉬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급해진다.
‘저 사람은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이 방향이 맞나’ 싶어 현타가 오더라도 결국 존버 하는 자에게 영광이 온다. 뭐가 됐든 내가 선택한 판에 남아 있어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도화선을 만나 빛날 수 있다.
최근 지인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억 소리 나게 벌어진 자산 격차에 놀라고 주눅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패잔병처럼 ‘이번 생은 글렀어’ 주저앉기엔 우린 아직 어리다. 특히 ‘아이 없는 신혼부부’라는 돈 모으기 좋은 황금 시기를 낭비하지 말아야겠다.
습관적으로 SNS를 보고 잘 나가는 타인과 비교하며 내가 나를 깎아내린다.
과거의 내 직업에 머물러 있는 또래와 비교하는 건 물론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과의 비교도 빠트릴 수 없다. 더군다나 작가, 온라인 셀러, 요가 강사, 스타트업 마케터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나는 비교하는 대상이 더 많다.
사실 SNS에는 좋은 모습만 뜰채로 떠놓은 군상이다. 나 역시 좋아 보이는 면만 올리지 지질한 이야기들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또 대신 또래의 이야기를 읽지 말고 차라리 내가 넘볼 수조차 없는 대가의 글을 읽자. 그럼 비교로 오는 박탈감 대신 경외감이 자리 잡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일 년간의 투병생활을 하며 이제 회복 막바지인 이모가 해준 말이다.
7월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선 깨끗했는데 반년 후 임파선까지 암이 번져있었다. 같은 병동에는 20대부터 30대, 젊은 사람들도 참 많았다고 했다. 인생 별 거 없다는 이모의 말을 받들어 짧은 인생 이리저리 재고 따질 시간에 존버 하며 그냥 하고 싶은 거 부지런히 해보자.
백수부부의 글은 월, 목요일 오전 8시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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