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을 따라갔던 친구네 커플이 2년 만에 제주에 놀러왔다.
지난 주말 절친한 친구네 부부가 놀러 왔다.
이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가 세계여행을 끝내고 귀국하는 시점을 미리 정했을 정도로 친한 친구였다.
심지어 우리는 이들의 결혼식뿐 아니라 신혼여행도 함께 했다.
신혼여행을 따라간다니 이 무슨 민폐인가 싶지만, 신혼여행 첫날밤을 묵는 숙소에서 방을 업그레이드해줘서 방이 하나 남는데 방이 너무 좋아 아깝다며 우리를 초대했다.
리프레시가 필요하던 우리는 첫날밤을 방해하는 거 너무 민폐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부부가 이들의 신혼여행을 따라 제주도로 급번개 여행을 왔던 것이 2020년 6월의 일이니, 거의 2년 만에 만난 셈이다.
3박 4일로 여행을 온 친구 부부와 3일 동안 무려 세 번을 만났다.
첫날밤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갔으니 그럴 수 있지만, 여행 셋째 날에도 집에 놀러 와 무려 7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이들의 숙소가 집에서 1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제주신화월드가 아니었다면 7시간이 아니라 밤새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을 거다.
친구네 부부와 3일 동안 10시간 넘게 대화를 하며 새로운 생각도 얻고,
친구의 성장한 모습에도 놀라기도 하고,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나의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마저도 가감 없이 얘기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친구네 부부와 나눈 많은 이야기 중에 내가 가장 공감이 갔던 이야기 하나를 백수부부 구독자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친구와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놀랍도록 생각이나 행동이 비슷했다.
이걸 친구는 '얘는 나보다 조금 더 미친놈이었다'라고 얘기했는데, 둘 다 예민하고 꼼꼼하게 계획적인 전형적인 'STJ'형 사람이었다.
다만 나는 내향적인 'I'STJ, 친구는 외향적인 'E'STJ인 점만 달랐다.
'STJ 유형'의 사람들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매사 계획적이고 없는 걱정도 미리 하는 사람들이기에 늘 가장 '효율성'이 높은 결과를 머리로 생각하고 이에 따라 움직인다.
나와 친구는 배우자의 MBTI마저 비슷했는데, 아내는 자유로운 연예인형인 'ESFP', 친구의 아내는 공감능력 충만자인 'ENFP'유형이었다. 이런 'E FP' 유형의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좋고, 꼼꼼하게 계획하는 것보다 우선 부딪히고 보는 행동력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STJ형 사람들은 매사에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니 모든 일에 '잔머리'를 굴린다.
당장의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들은 무시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반면 'E FP'유형의 사람들은 계획, 효율보다는 당장 행동에 옮기는 걸 선호하기에 대책 없이 어떤 일을 저지르고 보는 유형이다.
'STJ' 사람들에게는 우직한 행동력이, 'EFP' 사람들에게는 조금 더 꼼꼼하고 계획적인 모습이 보완되면 하는 일에 있어서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우리가 못 만났던 2년 동안 자신이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가 부족한 '행동력'을 보완해 왔고, 어떤 성장을 이뤘는지 솔직하게 공유해줬다.
그리고 자신과 놀랍도록 생각이나 행동이 비슷했지만, 세계여행을 떠날 때 친구보다 월등한 '행동력'을 보였던 내가 지금은 행동보다는 머리로 너무 효율을 따지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본인의 생각을 전했다.
친구네 부부와 이야기하면서 때로는 위로와 공감을, 때로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애정어린 조언을 받았다.
오늘만큼은 '머리'가 아닌 '행동'으로 하루를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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