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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Mar 21. 2022

나는 경쟁적인 사람이었다

경쟁적인 사람이 제주 시골에서 살다보니 생기는 일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22화 글쓴이 남편(파고)





고등학생때 일화다. 나는 월요일 아침이면 쉬는시간에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친구들은 "얘는 쉬는시간에도 공부를 빡세게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친구들의 눈에는 잠깐 쉬어가라고 있는 쉬는시간에 귀마개를 끼고 미친듯이 공부하는 모습이 꽤나 '모범생'적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쉬는시간에도 공부를 열심히 했던 건 다른 사정이 있었다.



10분이라는 짧은 쉬는 시간도 쪼개쓰는 모습을 보였던 내가 주말이면 공부 패턴이 무너졌다. 토요일과 일요일 무려 48시간이 온전히 나에게 주어졌는데 나는 주말이면 3시간도 공부를 채우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주로 TV를 봤던 것 같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면 주말엔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렀다. 욕심은 많아서 주말동안 공부계획을 세워두는데 정작 계획한 양의 반의 반도 끝내지 못한 채 늘 월요일을 맞이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가면 쉬는시간을 쪼개서라도 공부를 해야 했다. 내가 주말 내내 펑펑 논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은 쉬는시간에도 공부하는 내 모습을 보며 놀랐겠지만 말이다.



나는 무엇이든 경쟁적인 환경, 즉 나의 행동과 결과가 타인에게 노출되는 환경에서 더 열심히 하고 더 좋은 성과를 보이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마는 나는 조금 더 '경쟁적'인 성향의 사람이었던 거다.


증권회사에 입사하여 신입사원 연수 교육을 받을때도 나의 이런 '경쟁심'이 불타올라 신입사원 연수 평가 1등을 받았고 그 부상으로 홍콩에 있는 증권회사 탐방도 다녀왔다.




성읍민속마을에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유채꽃과 돌담까지. 제주의 봄이 왔다
만물이 깨어나는 봄처럼 3월에는 우리의 일상에도 조금 더 활력을 불어넣어야 겠다



그랬던 내가 평화로운 제주에 2년째 살고 있다.


우리집 옆집 아저씨는 70대 정도의 할아버지시고, 앞집 아주머니도 60대 정도로 추정된다.


모두 밭도 가꾸고 바지런히 움직이시지만 나의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은 전혀 아니다. 내 또래의 젊고 패기넘치는 친구들을 만날 일이 없으니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려고 해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루가 느린듯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의 연속이다.


이런 불평 아닌 불평을 아내에게 말하니 아내는 요즘엔 코로나라 다들 온라인으로 만나고 활동한다며, 빡세게 살고 싶으면 온라인에서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을 찾아보라 권한다.


참고로 아내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정 금액을 내고 그 약속을 지키면 돈을 돌려받는 'Challengers'라는 어플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나는 왜 그런 곳에 돈을 내는 위험을 거냐고 딴지를 걸며 매일 아내보다 2시간씩 늦게 일어나고 있다.




봄동백이 흐드러지게 핀 집 근처 공원. 수박이도 꽃을 좋아한다



아주 가끔 새벽같이 일어나 5호선을 타고 여의도로 출근하던 떄가 생각난다. 퇴근하고 IFC에 있는 크로스핏 센터에 가서 경쟁적이고 열정적으로 운동을 하던 그 떄 말이다. 지금의 나는 얼마나 덜 경쟁적이 되었을까.


제주에는 유채꽃이 만발하고 벚꽃도 조금씩 피는 봄이 왔다. 3월 초까지만 해도 아직 겨울인 것마냥 날씨가 추웠는데 어느샌가 봄이 왔다. 만물이 깨어나는 봄의 계절처럼 나의 일상에도 조금 더 활력과 경쟁을 불어넣어야 겠다.



유기견 봉사활동 1년째. 갑자기 추워졌던 날씨와 하루종일 내린 비 때문에 생각보다 힘들었던 이번주 봉사활동



수박이 산책길에 주변 밭에 버려진 무를 주웠다.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큰 무


제주 앞바다가 보이는 튀김전문 '온센'에서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요가 수업에 1명만이 신청된 날, 나도 옆에서 수업을 청강했다




백수부부의 글은 월, 목요일 오전 8시에 연재됩니다.


▽지난 에피소드 읽기


(글쓴이 아내) 집이 사고 싶다면 여행자의 마음을 잃지 말자



(글쓴이 남편) 남자도 요가? 남편의 1년 하타요가 수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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