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샘 Mar 24. 2022

미니멀 라이프 챌린지

일주일에 하루 장보기 미션

주간백수부부 시즌7. 23화(글쓴이 아내)



요즘 내 목표는 일주일에 한 번만 장보기다.

그러나 거의 격일마다 쿠팡 맨이 집에 오고 있다. 어쨌든 목표는 있는 줄 몰라 버려지는 식재료를 줄이는 것이다.


제주 집은 배달이 오지 않는 시골이다. 그나마 이사 온 집은 ‘2마리 이상이면 배달 가능하다’는 좀 더 유한 조건이 됐다. 치킨도 오지 않는데 마켓컬리, 쓱, 네이버 장보기는 고사하고, 마트에서 5만 원 이상 사면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안 되는 건 당연지사.

다행히 쿠팡은 온다. 육지보다 하루가 더 걸려 도착하기에 공산품과 양념 따위를 산다. 신선 식품을 사려면 십 분을 운전해 하나로마트로 가야 한다. 굳이 고유가 시대에 기름값, 20분 왕복 운전을 하며 사온 식재료들을 집에 잔뜩 쌓아둔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에 걸릴지 모르는 요즘. 집밥 실력이 점점 늘고있다



요리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우리 부부는 참 많이도 외식을 했고 카페를 갔다.


퇴사하기 전에는 회사 다녀오면 힘들어서 사 먹거나 레토르트 식품을 애용했다.

여행을 다니며 물가가 비싸거나 맛이 없거나 예산이 빠듯한 나라에 갔을 때나 요리를 했다. 특히 여행 막바지였던 중남미에서 요리 혼을 불태웠다. 가벼워 들고 다니기 좋던 마른미역과 미소 된장 가루는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친정에 얹혀살 때는 엄마를 도운답시고 곁눈질로 요리를 배웠으나 그때뿐이었다.

제주에 와서 비로소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작년에는 일 년만 살 줄 알고 맛있고 유명한 곳에 계속 기웃거렸다.

가끔 제주시나 서귀포시내에 나가 이마트에 들릴 때면 하나로마트에는 잘 없는 밀키트와 수입 식재료들을 잔뜩 샀다. 20만 원은 거뜬히 나오곤 했다.


‘의식주’에서 ‘식’에 특화된 내 관심은 엥겔지수에 고스란히 반영돼있었다. 옷 욕심이 없는 나는 돈을 별로 안 쓴다고 착각했다.

안 그래도 작년 연말에 가계부를 쓰고서 큰 충격을 받았다. 집에 내내 있는 사람들이 마치 통근하는 회사원처럼 식비를 지출했다.




냉장고파먹기로 오므라이스는 매우 좋은 메뉴다.



주인 아주머니가 한가득 주신 한라향(한라봉+레드향)과 한라봉. 과일은 바로 먹는게 제일 맛있다



유통기한이 지났으나 멀쩡해보이던 크림치즈를 활용하기 위해 곶감호두치즈말이를 만들었다. 우리 입맛엔 별로였다




반성하고 1월부터는 확 줄였다.

이전에 살던 집에는 냉장고가 2대였다. 냉장고에 맞춰 음식이 들어가는 건 인지상정.

이사 전에 냉장고 파먹기를 가열차게 했는데도 이삿짐을 빼며 낯선 식재료들을 발견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이런 게 있었다고? 불과 일 년 살아놓고 이렇게 쌓아두고 있었다고?


이사 온 집은 300리터 남짓한 냉장고 하나다. 2개에서 1개로, 게다가 작은 냉장고에 식재료를 넣으려니 적잖이 스트레스였다. 부지런히 먹고 다 비울 때까지 채우지 않는 수밖에. 냉동고가 작으니 밀키트나 냉동밥을 쟁여두지 못한다. 냉장고도 김치 통 2개를 넣으니 가득찬다. 덕분에 채소, 과일도 그때그때 먹을 양만 산다. 언젠가 먹을 거라고 사뒀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


이사 온 지 약 50일이 지난 지금은 300리터 냉장고에 많이 적응했다. 비록 쌀이 떨어져 4일 만에 하나로마트에 가게 됐지만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맛있는 밥은 남이 해주는 밥! 갈치조림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해송갈치> 추천합니다


성산에서 유명하다는 <문화통닭>을 포장해왔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다음엔 다시 BBQ로



오랜만에 편의점에 가면 눈이 돌아간다. 포켓몬 빵은 없었지만 서울우유 아이스크림을 사와 잘 먹었다



인플레이션은 꽃 가격에도 예외가 없다. 만오천원이라 비싸지만 정말 예쁘다.


식재료를 정리하는 것과 동시에 잡동사니도 끊임없이 비워내는 중이다


책을 헐값에 정리하며 이젠 함부로 책을 사지 않겠다 다짐해본다


문이 없어 잡동사니가 그대로 노출된 부엌 옆 공간에 커튼으로 공간을 분리해주니 그럴듯하다


비워낸 자리에 좋은 것들이 채워지길 바라며. 오늘은 뭘 버려볼까?


배불리 먹고 소화시킬겸 광치기 해변 앞 유채꽃밭을 걸었다. 여긴 입장료도 없는데 넓고 정말 좋았다


작년엔 유채꽃 찾아다니며 사진찍으러 다녔는데 이젠 그냥 산책만 하는 제주도민 2년차



봄 동백도 절정을 맞이했다. 수박이는 매일 견생샷을 건지고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경쟁적인 사람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