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프리랜서 백수부부의 고민
두 달만에 다시 찾은 제주살이 첫 집, 집주인분들과 나눈 6시간 대화의 기록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24화 글쓴이 남편(파고)
작년에 일년살이를 했던 집으로 저녁 식사를 초대받았다.
집주인분들과는 같은 요가원을 다니고 있어 가끔 수업 때 마주치면 안부 인사를 나눴었는데, 집으로 한 번 놀러 오라며 초대를 해주셨다.
집주인분들과는 프리랜서의 삶, 요가, 세계여행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많았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두 달 만에 우리의 제주 첫 집(?)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은은한 향과 모던한 인테리어가 우리를 반겼다.
책상과 소파, 식탁 같은 큰 가구는 그대로였지만 곳곳에 무드등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고 디자이너이신 두 분의 감각이 더해지자 우리가 살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첫 만남 때부터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고양이 시루는 1년 만에 만난 우리를 알아보는지 친근하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저녁 6시 반에 시작한 대화는 저녁 12시까지 거의 6시간 동안 이어졌다.
집주인분들도 요가 수련에 매진하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요가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고,
두 분도 언젠가 세계여행을 나가고 싶어 하셔서 여행경험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았다.
무엇보다 최근 나의 고민인 프리랜서로의 삶의 고충에 대해서도 선배 프리랜서이신 두 분에게 털어놓았다.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 경제적인 수입이 직장인 친구들보다 낮아 어렵다는 고민이었다.
직장생활을 10년 경험한 뒤 프리랜서로 나와 일하고 계신 두 분도 어떤 점이 고민이고 힘든지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의 모습을 보니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삶에 대한 비교를 우리와는 다른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서울에 있는 맞벌이 친구들로 잡지 말고,
1년 전의 우리 혹은 세계여행을 할 때의 우리와 비교를 하며 현재의 삶의 좋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라는 조언도 해주셨다.
무엇보다 자신들보다 10년이나 젊은 백수부부가 벌써 이렇게 제주 생활에 적응하며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모습이 부럽고, 앞으로도 잘 될 거라는 덕담도 건네셨다.
최근에 나도 내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투자의 귀재가 되었을 텐데, 운동을 더 열심히 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30대는 20대 때를 회상하며,
40대는 30대 때를 회상하며,
50대는 40대 때를 회상하며,
60대는 50대 때를 회상하며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ㅇㅇ을 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바꿔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은 10년 후의 내가 그토록 바랬을 소중한 시간이란 뜻이었다.
10년 뒤에 내가 '내가 10년만 젊었더라면 원하는 것들을 이루었을 텐데'라는 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10년 후의 내가 부러워할 지금 이 순간을 잘 준비하고 즐겨야겠다.
백수부부의 글은 월, 목요일 오전 8시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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