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세계여행]우리는 돈이 많지않아요.
금수저만 세계여행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차근차근 디데이를 세며 퇴사 그리고 세계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부부. 나보다 약 두 달여 먼저 퇴사하고 시간을 가질 남편이 회사에 통보할 날은 정말 코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와중 남편과 다른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 분의 6월 초 퇴사 소식이 들려왔다. 퇴사사유는 바로 우리와 똑같은 '세계여행'.
이분의 퇴사 후 세계여행 계획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바로 6살짜리 아이와 함께라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같은 계획을 실행할 것이며, 심지어 충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가져온 우리 부부에게도 그 사실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물며 우리한테도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그 충격도는 얼마나 컸을까. 동시에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공통적으로 떠올랐을 것이다.
집에 돈이 많은가? 금수저인가봐?!
이 맥락에서 재밌는 건 올해 안에 여행을 떠날 나와 남편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돈이 많지 않은 우리도 퇴직금과 전세금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여행하려고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흔히들 세계여행을 간다고 하면 '금수저'와 연관을 시키는데 사실 세계여행을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에서 생활하며 쓰는 돈과 비슷하거나 혹은 적게 든다고 한다.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교통비로 10만원, 통신비로 10만원, 밥먹고 카페가면 만원 이상, 술까지 마시면 몇 만원은 훌쩍 나간다. 게다가 한국 물가도 이젠 일본 정도로 올라와서 이렇게 한국에서 숨만 쉬어도 기본적으로 나가는 생활비가 만만치않다. 그 돈이면 외국에서 아끼며 생활하면 금수저가 아니어도 충분히 여행자로 살 수 있다. 그걸 아는데도 다른 여행자에게 '돈이 많나봐'라는 렌즈를 끼고 보다니. 이렇게 비슷한 사람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오래 생활하며 굳어진 사고가 무서워요 여러분.
우리가 신혼을 2년정도 즐기며 아이가 생기기 전에 자유를 누리고자 지금을 '떠날 시점'으로 잡은 것처럼 (물론 살고 있는 곳의 전세 계약 만료 시점과도 맞아떨어져서), 그 분에게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인 지금이 여행할 수 있는 적기, 혹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를 낳는 순간 내 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해온 나에게 이 분의 결단력은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도 그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겠구나.
먼북소리를 따라 퇴사와 세계여행이라는 큰 결정을 하다보니 학창시절부터 익숙하게 들어온 '매슬로의 욕구5단계 이론'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사회적 욕구
4단계: 자아존중 욕구
5단계: 자아실현 욕구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비로소 상위단계의 욕구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마약처럼 들어오는 월급으로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까지는 해결이 된다. 운칠기삼이니 운이 좋아 회사생활이 잘 풀리는 사람은 '사회적 욕구'까지 해소될 수 있겠다.
하지만 다들 공감하다시피 '자아존중 욕구' 부터는 내 회사가 아닌 이상 충족시키기 어렵다. '자아실현 욕구'는 말해 무엇하리.
심지어 골드만삭스에서 재직했던 『꿈의 직장 골드만삭스에서 꿈을 찾아 떠나다』조예은저자는 '(육체적, 경제적) 안전의 욕구'에 정체되어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Maslow)의 '욕구 단계' 이론 중, 내 주변의 꽤 많은 사람은 매슬로가 말한 2단계 욕구, 즉 육체적, 경제적 안전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지금의 세대가 부르짖고 있는 YOLO는 '에라모르겠다!'하고 무조건 지르겠다는 것이 니다. 집을 꿈꾸지 않으면 현재를 즐길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고, 불안함도 없으니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기고, 다시 이 여유를 통해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경험과 추억으로 더 많이 채울 수 있다.
이들은 집을 통한 소속감이나(3단계) 자아존중(4단계)의 감정을 느끼는 단계는 가볍게 건너뛰고, 잣ㄴ의 취향과 기분을 즐기는 자아실현의 욕구(5단계)를 ㅜ구하는 최상의 레벨에 있는 사람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