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샘 Jun 05. 2018

[퇴사 후 세계여행]우린 낙오한걸까?

이탈한자의 문득

시는 자고로 음미하며 읽어야 제 맛인데 성격이 급해 빨리빨리 읽어내리는 습관때문에 잘 안 읽는다. 

지난주 다시 시작한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소개됐던 시가 참 좋아 이걸로 우리의 여행을 다시 합리화해본다. 

남들처럼 회사다니며 연차가 쌓이고 연봉도 쌓이며 평범하게 사는 궤도에서 이탈하려고보니 낙오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결국 궤도에서 벗어나도 또 다른 궤도가 있다. 
패널로 나온 폴킴은 말했다. 


늦게 가수를 준비하며 이 나이에 가수준비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데뷔해보니 나같은 사람들도 굉장히 많더라. 궤도에서 이탈한 줄 알고 불안했는데 알고보니 또 다른 궤도 안에 있었다. 


또한 궤도에 들어오지 못하면 어떠한가? 별똥별처럼 내가 하고 싶은데로 길을 그릴 수도 있으니.


이탈한자가 문득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남다른 선택을 해도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낼 것이고 그런 선택을 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거에요. 생각보다 그들이 편하고 재밌게 잘살고 있다는 것도 보일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사람들이 주변에 모일 거예요. 이 부분이 제일 신나는 점입니다.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앨리스 전, p38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후 세계여행]우리는 돈이 많지않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