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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un 06. 2018

[퇴사 후 세계여행]두렵지않냐고 물으신다면

걱정은 됩니다.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다녀오면 그 다음엔 뭐해? 두렵지 않아?



퇴사, 게다가 전세금을 빼서 1년하고 반년 정도 더 세계여행을 하고 오겠다고 말하면 열이면 열 모두가 두렵지 않냐고 물어본다. 대답부터 한다면 두렵진 않은데 돈이 조금 걱정은 됩니다.





한국으로 돌아간 후 우리 앞에 펼쳐질 일은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 불안함을 없앨 방법이 없을까? 첫 번째 방법은 예측성을 높이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교사 등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두 번째 방법은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다.

[출처] 퇴사 후 세계여행, 제제미미부부 '시작은 언제나 옳다'|작성자 Experiencer p133  




워낙 몇 년 전부터 생각해왔던지라 이제 너무 생각을 많이해서 생각이 안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데에는 '예측할 수 없어서' 혹은 '기대감이 낮아서'이다. 첫 번째 '예측'에 대해선, 여행을 다녀와 다시 경제활동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다소 창의적으로 나열해봤더니 굶어죽진 않겠다 싶었다.


가장 좋은건 여행중에 받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나만의 업을 만드는 것이고, 만약 그게 힘들 경우 다른 일해보고 싶었던 곳에 구직활동을 하면 된다. 아직 삼십대 초반이고 아이가 없기 때문에 매우 힘들긴 하겠지만 한 번의 기회는 더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다. 그때도 '삼십대 기혼녀, 애기는 언제?' 라는 렌즈를 끼고 보는 회사들이 많다면 뭐 할 수 없는거고. 이 많고 많은 대한민국 식당, 카페, 옷가게, 마트 등 상업시설에 나 하나 아르바이트로 일할 자리 없을쏘냐. 아르바이트를 하면 되는거고, 안되면 통학도우미, 과외, 요가 지도자, 문화센터 강사, 프리랜서 작가, 강연가로 내 일을 만들면 된다. 부모님 가게 일이라도 도우며 무급 알바생이라도 하지 뭐.





오늘 오상진의 신혼일기같은 책에서 아내 김소영과 MBC에서 나온 이야기를 읽었다. 공인이라 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용기있게 퇴사 후 3개월만에 아나운서가 책방을 열고, 책 큐레이션을 하고, 책에 대한 방송을 하고 기획사도 새로 만난 걸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호기롭게 퇴사하지만 과연 여행 후에 이렇게 결단력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 있을까?




당장 1년 반동안 납입하고 있는 보험 정지가 안된다고 가정했을 때 보험료를 계산해보니 그것만 수백만 원이다. 게다가 회사가 절반을 부담해주는 건강보험료도 회사를 나오는 순간부터 지역가입자가 되며 매 달 수십만 원을 내야한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경조사는 뭐 이리 많은지 올 봄에만 백 만원을 넘게 냈다. 여행 중에 경조사비를 보내주려면 또 2백만 원은 족히 있어야하고... 백수여도 뭐 이리 돈 들어갈 구멍은 많은지, 이 생각을 하니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막연히 퇴직금으로 여행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너무 안일했던건가. 물론 닥치면 어떻게든 일용직으로 벌어서라도 여행은 하겠지만.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더라도 무쇠의 뿔처럼 내 삼십 인생 가장 용기있는 결정이 잘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하며 나아갈 일만 남았다. 그깟 보험료 어떻게든 되겠지.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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