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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ul 08. 2018

[퇴사후 세계여행]퇴사와 편도티켓을 질렀습니다.

D-120, 원웨이티켓을 샀다.

최대한 조용히, 그러나 오랫동안 준비중인 저희 부부의 세계여행.   


남편은 곧, 저는 세 달정도 후에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 둘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 기준으로 10월 한 달은 여행준비 및 지인들 결혼식을 다니며 쉬고, 10월의 마지막 날 한국을 떠나게 됐습니다.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회사에서 나오기 전에 승진을 하고 나오고 싶었고, 전세집/대출금 등등 돈을 벌어야 할 현실적인 이유들도 있었기에 회사에 소문이 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어요. 
다행히 승진도 했고, 남편은 벌써 퇴사절차까지 다 밟았고, 이젠 저만 남은 기간 유종의 미를 거두고 나오면 됩니다. 
매일 화나는 마음 '해방의날'을 보고,  <퇴사일기>를 쓰며 추스렸는데 이제 '세계여행' 출발 날짜까지 하나가 더 생겼네요.



원래 비행기든 기차든 표 하나는 질러놔야 설레며 기다리는 마음에 신나게 일하잖아요. 당연히 갈 여행이었지만 막상 실제로 '지르고' 나니까 실감이 확 나는게, 회사에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웃음이 실실 나오더라구요.  하반기 플래닝, 내년도 마케팅 계획 짜라고 난리지만 저는 최소한의 인풋만 합니다. 


왜냐면 내년에는 없을거니까~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가겠다고 지인들한테 말하면 십중팔구 이 질문을 합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저희가 프로젝트로 인터뷰한 부부들에게 던졌던 질문과도 같았어요.   


갔다와서 뭐 할건데?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에 대한 해답을 얻고싶어 떠나는 여행이에요.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학창시절내내 공부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제도권 교육을 '성실히' 이행한 모범생 둘이서 이젠 (탕진하며) 두 발로 세상 공부를 하고 오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커요.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2001년, 무려 17년 전에 나온 GOD의 <길>은 어찌나 구구절절 마음에 박히는 가사인지요.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작년 운좋게 프로모션티켓을 구해 다녀온 페루여행에서 저희의 세계여행계획은 더 굳어졌습니다. 
세상엔 아직 이렇게 예쁘고, 우리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잠시 쉬며 1-2년 월급 못 받는다고 큰일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솔직히 지금처럼 묵묵히 소처럼 일한다고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도 없어보였구요.  


Cusco, 2017.07


하지만 아무리 패기있게 세계여행을 다녀와도 '그 후에 뭘 하고 살아야하나' 의 의문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걱정몬인 저는 뭐든 답답한게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을 요청하거나 대화를 시도하는데요, 이도 마찬가지로 이미 다녀온 선배부부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열한분을 만나 귀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그 전에 품었던 고민들은 이미 고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와카치나, 2017.07

고민없이 Go! 


애정하는 방탕소년단의 노래가사처럼 탕진잼 한 번 시원하게 느껴보려구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인생 동반자이자, 사랑하는 애인도 옆에 있으니까 두려울 것도 없구요. 

와카치나. 2017.07

좋은 직장 팽개치고... 두렵지 않아?


사실 퇴사와 세계여행을 떠난 많은 분들이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떠났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지금도  좋은 직장,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알콩달콩 지내는 결혼생활, 건강하신 양가 부모님, 사랑하는 친구들과 동생과의 우정까지.... 행복의 역치가 낮은지라거의 매일같이 행복을 느끼고, 제 생활에 매우 만족해요. 


그런데 왜 가냐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선택을 한 이유는 바로 '두려워서' 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제가 가진 패가 여러가지잖아요. 1번 패는 회사다니기, 2번 패는 세계여행, 3번 패는 사업, 4번 패는 전업주부?(ㅋㅋ) 
하지만 이대로 5년, 10년이 흐르면 제 손에 남은 패는 1번 패밖에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카드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지금보다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몇 곱절 클거에요. 다른 얘기지만 저희 부부는 아이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여행을 더이상은 미루지 않기로 했어요. 신나게 세상공부하고, 더 그릇이 넓어져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요. 



우선 저희는 11월부터 방콕을 시작으로 치앙마이에서 한 달살기를 할거구요, 나머지 계획은 모두 미정입니다.
 추위를 정말 싫어하는 저는 겨울은 아시아에서 나고, 날이 좋아지면 유럽이든, 호주든, 아프리카든, 어디론가 그때그때 싼 표 나오는 대로 이동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남편이랑 틈나는대로 함께 요가와 런닝을 하고, 글을 맘껏 쓰면서요. 


발리에서도 한 달 살기하고 싶고, 2월엔 인도/네팔을 갈거에요. 제가 4개월 살았던 마드리드 홈스테이가족도 만나며 스페인에서도 오래 머물고 싶구요, 포틀랜드에서도 길게 살아보고 싶어요. 물론 저희가 사랑하는 쿠스코에서도! (미정이라면서 은근 계획많음ㅋㅋㅋ)

앞으로 자주 세계여행에 대해서도 포스팅할게요.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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