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후 세계여행]퇴사와 편도티켓을 질렀습니다.

D-120, 원웨이티켓을 샀다.

by 망샘

최대한 조용히, 그러나 오랫동안 준비중인 저희 부부의 세계여행.


남편은 곧, 저는 세 달정도 후에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 둘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 기준으로 10월 한 달은 여행준비 및 지인들 결혼식을 다니며 쉬고, 10월의 마지막 날 한국을 떠나게 됐습니다.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회사에서 나오기 전에 승진을 하고 나오고 싶었고, 전세집/대출금 등등 돈을 벌어야 할 현실적인 이유들도 있었기에 회사에 소문이 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어요.
다행히 승진도 했고, 남편은 벌써 퇴사절차까지 다 밟았고, 이젠 저만 남은 기간 유종의 미를 거두고 나오면 됩니다.
매일 화나는 마음 '해방의날'을 보고, <퇴사일기>를 쓰며 추스렸는데 이제 '세계여행' 출발 날짜까지 하나가 더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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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비행기든 기차든 표 하나는 질러놔야 설레며 기다리는 마음에 신나게 일하잖아요. 당연히 갈 여행이었지만 막상 실제로 '지르고' 나니까 실감이 확 나는게, 회사에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웃음이 실실 나오더라구요. 하반기 플래닝, 내년도 마케팅 계획 짜라고 난리지만 저는 최소한의 인풋만 합니다.


왜냐면 내년에는 없을거니까~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가겠다고 지인들한테 말하면 십중팔구 이 질문을 합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저희가 프로젝트로 인터뷰한 부부들에게 던졌던 질문과도 같았어요.


갔다와서 뭐 할건데?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에 대한 해답을 얻고싶어 떠나는 여행이에요.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학창시절내내 공부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제도권 교육을 '성실히' 이행한 모범생 둘이서 이젠 (탕진하며) 두 발로 세상 공부를 하고 오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커요.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2001년, 무려 17년 전에 나온 GOD의 <길>은 어찌나 구구절절 마음에 박히는 가사인지요.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작년 운좋게 프로모션티켓을 구해 다녀온 페루여행에서 저희의 세계여행계획은 더 굳어졌습니다.
세상엔 아직 이렇게 예쁘고, 우리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잠시 쉬며 1-2년 월급 못 받는다고 큰일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솔직히 지금처럼 묵묵히 소처럼 일한다고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도 없어보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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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sco, 2017.07


하지만 아무리 패기있게 세계여행을 다녀와도 '그 후에 뭘 하고 살아야하나' 의 의문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걱정몬인 저는 뭐든 답답한게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을 요청하거나 대화를 시도하는데요, 이도 마찬가지로 이미 다녀온 선배부부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열한분을 만나 귀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그 전에 품었던 고민들은 이미 고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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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치나, 2017.07

고민없이 Go!


애정하는 방탕소년단의 노래가사처럼 탕진잼 한 번 시원하게 느껴보려구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인생 동반자이자, 사랑하는 애인도 옆에 있으니까 두려울 것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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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치나. 2017.07

좋은 직장 팽개치고... 두렵지 않아?


사실 퇴사와 세계여행을 떠난 많은 분들이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떠났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지금도 좋은 직장,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알콩달콩 지내는 결혼생활, 건강하신 양가 부모님, 사랑하는 친구들과 동생과의 우정까지.... 행복의 역치가 낮은지라거의 매일같이 행복을 느끼고, 제 생활에 매우 만족해요.


그런데 왜 가냐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선택을 한 이유는 바로 '두려워서' 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제가 가진 패가 여러가지잖아요. 1번 패는 회사다니기, 2번 패는 세계여행, 3번 패는 사업, 4번 패는 전업주부?(ㅋㅋ)
하지만 이대로 5년, 10년이 흐르면 제 손에 남은 패는 1번 패밖에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카드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지금보다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몇 곱절 클거에요. 다른 얘기지만 저희 부부는 아이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여행을 더이상은 미루지 않기로 했어요. 신나게 세상공부하고, 더 그릇이 넓어져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요.



우선 저희는 11월부터 방콕을 시작으로 치앙마이에서 한 달살기를 할거구요, 나머지 계획은 모두 미정입니다.
추위를 정말 싫어하는 저는 겨울은 아시아에서 나고, 날이 좋아지면 유럽이든, 호주든, 아프리카든, 어디론가 그때그때 싼 표 나오는 대로 이동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남편이랑 틈나는대로 함께 요가와 런닝을 하고, 글을 맘껏 쓰면서요.


발리에서도 한 달 살기하고 싶고, 2월엔 인도/네팔을 갈거에요. 제가 4개월 살았던 마드리드 홈스테이가족도 만나며 스페인에서도 오래 머물고 싶구요, 포틀랜드에서도 길게 살아보고 싶어요. 물론 저희가 사랑하는 쿠스코에서도! (미정이라면서 은근 계획많음ㅋㅋㅋ)

앞으로 자주 세계여행에 대해서도 포스팅할게요.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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