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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Apr 10. 2018

[퇴사 후 세계여행]부모님이 뭐라고 안하셔?

근데 그게 중요해...?


나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가려고해.



이렇게 말하면 백이면 백 이런 질문이 돌아온다.


1번.

갔다와서 뭐하게?




2번.

부모님이 뭐라고 안하셔?




정말 한 번도 이 두 문장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만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또래의 사고가 여기서 멈춰있는 반증이겠지. 물론 두 질문 모두에 똑부러지게 답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꼭 답을 해야 하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인데!


갔다와서 뭐 할지는 여행 중 차차 생각해본다치고, 나도 궁금한 질문이긴하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 수 있을텐데 그게 어려우니 이렇게 월요병 중증환자로 꾸역꾸역 콩나물시루같은 지하철을 견뎌내며 출근을 하는거겠지.


하지만 우리 나이가 서른인데 부모님이 뭐라고 하는지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그렇게 많이 중요한가?


물론 5년동안 밥벌이를 하며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게 키워주신 부모님의 공은 정말 크다. 하지만 부모님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고 하물며 부모님이 경제활동을 했던 시대와 지금은 너무나 다르다.


열심히 버티며 돈을 벌어 집을 살 수 있었고, 은행에만 넣어도 이자가 10%씩 붙던 시절.

지금은 집을 사려면 미친듯이 빚을 내야하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빚을 낼 수도 없고, 그만큼의 현금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다. 이자를 받긴 커녕 점점 오르는 대출이자를 갚다보면 월급이 로그아웃하는 세상인데 부의 증식은 먼나라 이웃 얘기같다.


이렇게 다른 온도에서 자라난 부모님에게는 잘다니던 회사를 나가서 이직도 아니고 탕진하며 1년 넘게 여행을 다니겠다는 자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무모해보이는 선택을 한 자식이 걱정스럽고 어떻게든 말리고 싶으실터. 이 역시 우리 부모님도 다르지 않으셨다.



꽤나 예전부터 우리의 계획에 대해 모호하게라도 말해오고 있었지만 '퇴사 후 세계여행' 계획이 정식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얼마되지 않았다. 나를 지지해주는 동생의 입을 빌려 부모님을 조금씩 설득해왔지만 막상 대면하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무뚝뚝한 보수적인 경상도남자인 아버지의 반대가 가장 심할 건 안봐도 비디오였다. 그러던 어느날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먼저 물꼬를 트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유...


"휴직을 하면 안되니?"


"휴직은 병가 아니면 육아휴직말고는 있는지도 모르겠고, 쓰는 사람도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나는 여행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 새로운 길을 가보고 싶단 말이야."


"뭐 그리 잘났다고... 갔다와서 좋은 회사 다시 못들어갈텐데 어쩌려고..."



하지만 예상외로 아빠의 반응은 꽤나 덤덤했다. 어차피 본인이 반대해도 밀어부칠거란 걸 아실테지...




어렸을 때부터도 조금 주체적이었던 것 같다. 학원도 내가 보내달라고하면 보내주시고, 학교도 여기 가고 싶다고 하면 지지해주셨고, 스페인도 내가 가고싶다고 하니 지원해주셨던 부모님은 자기 의견이 강한 딸이 꺾이지 않을 거란걸 아시는 것 같다.


부모님이 걱정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냥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워라밸 좋은 회사고, 아이키우며 다니기에도 좋고, 돈도 적게 주지는 않는 회사를 뭐가 아쉬워 제 발로 박차고 나오겠다는 건가.


요즘 뉴스만 봐도 실업률이 얼마나 높으며, 호기롭게 재취업하겠다고 나왔다가 개고생하는 청년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사회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나온다는 건 자식이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부모마음에선 얼마나 걱정이 되시겠는가.


하지만 걱정하는 마음도 잘알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시는 건 아니다. 내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도 나고, 그 책임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나이다. 부모님이 아니다.

내가 이정도 밥벌이를 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키워주신 부모님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내 인생을 살아가는건 나다. 그러니 우리 나이 서른이 다되거거나 넘었는데 부모님 눈치는 조금 덜 봐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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