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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Dec 02. 2018

[퇴사하고 세계여행] 장기여행, 그 출발점에 서서

(D+5, 태국 방콕) 미니멀리스트와 물욕 그 사이에서


2018.11.5

퇴사하고 세계여행 D+5

in Bangkok, Thailand



룽르엉, 방콕, 2018.11.5





[그의 시선] 장기여행, 그 출발점에 서서



1년 반의 세계여행, 그 시작을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가 태국을 선택했다. 방콕에서 1주일간 지내보니 그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장기여행의 출발지로 태국이 좋았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따뜻한 남쪽나라로 여행을 오니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심지어 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덥다)


둘째, 물가가 저렴해서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당신이 한국인들이 자주가는 단기여행 코스로 방콕을 여행한다면 가격이 그리 싸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셋째, 시차 적응이 필요없다. (태국과 한국의 시차는 2시간으로, 시차적응 따위는 필요없다)


넷째, 치안이 좋다. (내가 만난 태국인들은 모두 착하고 친절했으며, 내가 먼저 “사와디캅”, “코쿤캅”을 말하면 항상 웃으며 받아준다.)


끝으로, 팟타이가 싸고 맛있다. (Terminal21 5층에 위치한 Pier21에 가면 값싸고 맛있는 팟타이가 단돈 천원이다.)



방콕, 2018.11.5



여행을 위해 전세집을 정리하면서 가구도 팔고, 책도 팔고, 옷은 아름다운재단과 열린옷장에 기부했다. 기부한 박스만 열 박스가 넘었으니까 나름 소유욕에서 자유로워 졌다고 생각했는데, 방콕에 도착해 쇼핑몰에 들어서자마자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는 소유욕. 너무 싸서 이것 저것 담아도 한국에서 한 벌 사는 가격에도 못 미친다는 걸 위안 삼으며 쇼핑을 했다.


여행간다 했을 때 ‘짐은 어떻게 싸느냐’고 물어보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뭐 당장 필요한 것만 챙기고, 없으면 가서 사면 돼.”


라고 쿨하게 답해놓고는 정작 가방 쌀 때는 바리바리, 주섬주섬 영혼까지 끌어모아 가방에 넣은 것 같다. 출발할 때 가방 무게가 내가 18KG, 새미가 13KG였으니...... (심지어 앞으로 매는 보조가방 7KG정도는 제외하고) 바리바리 챙겨온 짐들을 방콕에서 유용하게 쓰고 있긴 한데, 방콕이 세계적인 여행도시이다보니 정말 여기와서 사도 되는 물건들이 진짜 많았다. (심지어 마지막에 챙긴 The Body Shop 티트리오일 여기서는 2병에 3만원에 파는 것 보고 현타옴)




Day in 방콕, 2018.11.5



그래도 전세집을 정리하며 나의 옷가지들 중 명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음에 나름 만족했다. 논술공부하며 배웠던 에리히 프롬 선생의 ‘소유냐 존재냐’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소유는 순간이며, 존재는 영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소유가 아닌 존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명품옷을 사는게 아니라 내 몸을 명품으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싸구려 티셔츠를 입어도 멋진 느낌이 들도록. 새미 덕분에 요가도 간간이 수련하고, 맨몸운동을 하며 느끼는 건 수련을 하면 할수록 내면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다. 나는 아직 몸뚱아리가 안따라줘서 내면에 집중할 틈이 없지만......(호흡 따라가기도 벅찬 요가 비기너)


꼭 세계여행, 장기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가지고 있던 짐을 정리해보는 건 좋은 경험이다. 한동안 유행했던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조금은 느껴볼 수 있으니까.



Night in 방콕, 2018.11.5



[그녀의 시선] 아직은 도시문명이 좋아



월요일 아침 출근 인파를 뚫고 요가원으로 향했다. 어제 한번 와봤다고 그새 익숙해진 요가원에서 몸을 풀고 시바난다요가라는 말로만 들어본 요가를 수련했다. 수업시간이 되어 들어온 선생님은 나보다 작은 키에 풍채가 좋으셨다. 요가를 하며 편견과 고정관념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자부했지만 ‘날씬하고 젊은’ 요가선생님에 대한 고정관념이 흔들렸다. 수업이 진행된 한시간 반동안 오해가 사르르 녹으며 선생님의 에너지에 흠뻑 빠져들었다. 다른 요가보다도 호흡을 좀 더 깊게 하는 시바난다요가와 풍채좋고 에너지넘치는 선생님 덕에 편하고 깊히 수련할 수 있어 좋았다. 이 여행의 끝엔 좀 더 마음이 열려있는 내가 되기를.


Siam, 방콕, 2018.11.5

익숙해진 Terminal21에서 과일주스를 또 마시고, 와코루에서 한국 여성관광객들 옆에서 폭풍 쇼핑을 했다. 그새 익숙해졌다고 현지인들이 많이 찾지만 백종원님이 다녀가 맛이 ‘검증’된 룽르엉이라는 국수집에서 저렴하게 밥을 먹었다. 아낀 밥 값이 무색하게 그 옆에 있는 엠콰티어H&M에서 다시 폭풍 쇼핑을 하고, 비싼 Roast 카페까지 다녀왔다. 물욕의 노예가 된 것을 반성하며 30분만에 갈 수 있는 그랩이 아닌 1시간 반이 걸리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Emquatier, 방콕, 2018.11.5




버스 정류장에 내려 우연히 들어간 동네 카페를 발견했다.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며 콘도 수영장과 라이브러리까지 알차게 이용하고 다시 무거운 배낭을 싼다. 역시 그 도시를 떠나기 직전이 되어서야 그 동네를 빠삭하게 익히고 현지인패치가 부착된다. 일주일로는 방콕을 즐기기엔 부족하다. 또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자리매김한 방콕, 잘 있어!



Bangkok Noi, 방콕, 201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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