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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zam Mar 20. 2021

003.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들

3월 19일, 목요일. 참 오랜만에 지금의 내가 진심으로 행복하구나 싶었다. 4년 만에 대면한 고등학교 친구와 별의별 주제로 장장 4시간을 오디오 빌 새 없이 얘기하고 그 친구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날이 참 알맞게 좋았다.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에 만보, 이만보를 걸어도 거뜬할 것 같았다(실제로 19,500보 걸음...). 쉴 틈 없이 깔깔 거리며, 적당한 온도의 공기를 가르며, 예쁜 길을 걷노라니 이 이상 무언갈 더 가질 필요가 없을 정도의 충만감이 들었다.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결핍이 없는 상태.


친구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 이번 주말에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응원차 간식을 주고 싶다고 금요일에 잠깐 볼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집에 오늘 길에 절로 내뱉게 되더라. “아, 행복하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순간을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최근에 사람을 정말, 정말, 많이 만나는 중인데, 3월 한 달 내 비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고, 주말에는 약속이 두 개씩 잡힌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있는데, 개중엔 5~6년 만에 보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게 아닌 그저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관점의 차이를 얘기할 수 있으며, 그 차이점에서 서로의 우위를 따지지 않는 편안한 대화는 참 좋다. 내 생각을 자유분방하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고, 그렇게 표현한 내 생각이 그것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대화. 역으로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것은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고, 비아냥 거리는 저급한 수준의 대화와는 전혀 딴 판이다.


논쟁이 아닌, 승패가 나뉘는 게임이 아닌, 편하게 서로를 드러낼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정말 좋다.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한 기분은 참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여러 사람들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히 제 역할을 하다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음식과 분위기를 나누는 이 사람들에게도 내가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모두가 나와의 시간이 행복하지는 않을 테고, 모두가 나와 맞을 수는 없을 테니, 그럼 지금 이 사람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저 오래오래 나랑 놀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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