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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생에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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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Jan 25. 2024

EP.4 택시를 타야지 근데 너 어디야?

드디어 16시간 만에 도착한 자그레브 국제공항

약간의 연착은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나도 수화물도 잘 도착한듯했다.

동유럽이라 그런지 18시밖에 안 되었는데 밤처럼 어둑어둑해진 풍경이 나를 반겼다.



짐이 많았기 때문에 곧바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눈뜨고 코 베어 가는 세상보다 무서운 외국이기에 어느 정도 긴장을 하고는 1층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접근해 오기 시작하는 택시 기사들이 있었는데, 어디 갈 거냐고 물어보길래 여기쯤 간다고 했더니 대뜸 55유로를 불렀다.


사전에 검색해 보기로는 15유로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55유로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바로 단호하게 거절하니, 갑자기 흥정하기 시작했는데  고작 부른 금액이 50유로였다.


현지 택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볼트로 택시를 불렀다.

당연히 저녁쯤이라 이코노미석 택시는 없었고 볼트 택시로 불러도 16.5유로면 자그레브 시내까지 갈 수 있었다.


볼트는 기사님이 도착하면 채팅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데, 분명히 GPS로 찍었고, 택시는 도착했다는데 번호판이 똑같은 택시를 찾을 수 없었다.


기사님이랑 둘이 한참을 "너 어디야?", "나 여기 택시 픽업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어"를 반복하다가 취소당한 택시만 2대였다.


그때 큰일 났다 싶으면서 어떻게 50유로라도 주고 택시를 타야 하나 생각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번째로 잡은 택시 기사님이 친절하게 "여기는 일반택시는 1층, 볼트와 우버는 2층이야"라고 말해줘서야 내가 다른 장소에서 택시 기사를 애타게 찾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타고 자그레브 시내로 들어가는데 30분 정도 소요가 되어서 가는 길에 호스텔 스텝에게 연락을 했다.


약 30분이 지나 도착을 한 뒤 결제하려고 하는데, 현금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경악 그 자체였는데, 사실 요즘은 유럽에서 전부 카드가 가능하다는 말과 현지 atm에서 출금하는 게 더 편하다는 말에 아무렇지 않게 환전을 하나도 안 해 온 것이었다.


내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택시 기사는 좀 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짐도 내려주지 않았다.


택시 기사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고는 호스텔 스텝에게 연락해서 혹시 택시비를 빌려달라 부탁해서 겨우 택시비를 지불했다.


지금 다시 타라고 하면 정말 여유롭게 탈 수 있겠지만 유럽에 도착한 지 고작 30분도 안되었던 때라 짐도 지켜야 하고, 낯선 땅에서 긴장을 절대 놓을 수가 없었기에 택시와의 사투를 벌인 30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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