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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Feb 15. 2024

EP.11 먼 나라 이웃나라 유럽

한국에서 차로 갈 수 있는 먼 거리를 말하자면 서울에서 부산이거나 서울에서 여수정도였다.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돼지국밥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서울에서 돼지국밥을 먹으러 당일치기로 다녀오라고 하면 '어떻게 그래? 너무 멀잖아 나도 가고 싶다고!'를 외치곤 했다.


'5시간은 먼 곳이다'라는 생각이 깨지는 데에는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 버스를 5시간 탄다고 했을 때는 그 정도면 갈만하다 생각했는데, 5시간이 기본이라고 말하는 유럽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제일 처음에는 장난하는 줄 알고, '내가 그 말에 속을 줄 알았어?'라면서 장난으로 받아쳤는데, 정말이라며 억울해하던 한 친구가 생각이 난다.



먼 나라 이웃나라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유럽은 버스로 5시간은 정말 가까운 거리였다.


게다가 워낙 유럽 간의 나라이동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버스 안은 2층버스에다가  간이 화장실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자그레브에서 잘츠부르크까지는 약 9시간의 버스를 타야 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당연히 플릭스버스를 예매했다. 물론 플릭스버스에게 당한 건 많지만 이것만큼 편한 시스템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했다.


그렇게 말로만 듣던 9시간의 버스행은 야간버스도 아니면서 오전에 출발해서 밤늦게나 돼서야 도착할 수 있는 그런 버스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가야 했다.


예매를 할 때에도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시간은 9시간 정도로 적혀있었고, 사고가 나거나 차가 밀리면 시간이 더 늘어난다는 부분까지 생각했을 때 정말 앞이 까마득했다.


아침 일찍 출발을 해야 했기에 버스 안에서 점심을 먹을 빵과 음료를 사고는 처음보다는 훨씬 여유롭게 플랫폼도 찾고 기사에게 웃으며 인사도 하면서 탑승했다.


9시간을 가면 기본적으로는 우등버스를 생각하지만 플릭스버스는 일반버스에 앉아서 등받이를 거의 내리지도 못한 채 마치 비행기 이코노미석처럼 긴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


비행기도 10시간 이상 타는데, 이걸 10시간 못 탈까 싶었지만 그래도 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점은 중간중간 간이 휴게소에 들러 바람을 쐬거나 스트레칭 정도는 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장기간 버스후기를 말하자면 생각보다 갈만했다.

아마 머리를 대면 몇 시간이고 잘 수 있는 특성도 있었지만 목은 아프지만 비행기 이코노미석보다는 넓기에 이 정도면 나이스하다 생각이 들었다.


유럽여행을 여기저기 하다 보면 정말 버스 10시간은 일상이 되어 당연하게 되어버린다.


한국에서는 10시간이 걸리려면 거리 때문이 아니라 차가 밀려서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유럽은 차도 거의 밀리지 않는데 그만큼 긴 거리를 가야 하는 순전히 이동시간 때문이다.


이제는 나도 버스 10시간을 버틸 수 있어서 '나 유럽사람이 다된 것 같아!'라고 했더니 외국인 친구가 웃더니 따봉을 만들고는 박수를 쳐주었다.


아마 한국에 돌아가면 부산 되지국밥 먹으러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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