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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Feb 28. 2024

EP13. 하늘아래 설산 다섯 손가락

살면서 설산을 본 건 딱 2번이었다. 설산을 보려면 강원도를 가거나 제주도 한라산 등산을 해야 볼 수 있는 곳인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나는 녹지 않는다는 만년설 자체가 신기했다.


한국사람들이 유럽에서 제일 인상이 깊었던 곳을 뽑으라 하면 10명 중 7명이 스위스를 뽑는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자연의 경이로움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감동을 주는지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오스트리아 여행을 하면서 제일 경이로웠던 곳을 뽑으라 하면 당연히 알프스산맥이 보이는 설산이었다. 물론 잘츠부르크에도 운터스베르크라는 설산이 있고, 실제로 봤을 때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오스트리아의 설산의 최고봉은 5Fingers라는 알프스산맥의 자락에 위치한 설산이었는데, 입장료도 상당했고, 가는 차편도 불편했으며, 한국인들은 거의 가지 않는 곳이었다.

실제로 내가 갔을 때는 같이 간 사람들을 제외하고 아시아인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전망대 올라갈 때도 2번의 케이블카를 탑승해야 했고, 아이젠과 장비를 착용하고는 설산을 30분 정도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때만 해도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며, 스키장이구나 정도였다.

'오스트리아가 겨울 스포츠 강국일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가파른 산길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타는 위험해 보이면서도 이색적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한 정상은 해발고도 2800m의 설경이 펼쳐진 곳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설산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펼쳐진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사만 나왔다.



하늘아래 햇빛이 산에 쌓인 눈으로 바로 쏟아졌고, 새하얀 눈의 색깔이 바다의 윤슬처럼 반짝였다.

온 세상이 하얗고, 엄청난 추위와 바람으로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였는데도 그냥 좋았다.

강렬한 햇빛도 좋았고, 극강의 추위도 좋았다.


전망대에 가기 위해서 나는 아이젠과 장비를 착용하고 30분을 거의 기어가듯이 올라갔다.

히말라야를 가보지 않았지만 이것보다 더한 곳이라면 인생에 절대 갈 일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한걸음을 내딛기 조차 힘들었다.


파이브핑거스라는 지명은 전망대가 작은 손가락처럼 5개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설산 위에 전망대로 발아래가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었고, 유리가 얼어있어서 더 위험해 보였다.


고소공포증이 있었는데, 오히려 너무 높은 곳에 올라서서 그런지 너무 추워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 감각마저 무뎌진듯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빛나는 파이브핑거스는 정말 멋있었고,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 되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맛있는 음식, 좋은 미술작품 등등 많지만 결국 자연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는 걸 깨닫게 해 준 하늘아래 설산 다섯 손가락.


아직 못 가본 곳들이 많지만 오스트리아에서 뽑으라고 하면 단연 파이브핑거스의 설산은 나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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