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포레스트: EP6. 태백의 시내

by 하은


태풍이 지나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아침이 밝아온 태백의 아침이었다.


오늘은 장성이 아니라 태백의 시내인 황지동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점심을 든든하게 챙겨 먹은 후 나들이 갈 준비를 끝마쳤다.


나가는 길에 만난 숙소 앞의 제비들.

갓 태어난 제비 새끼들이 솜털이 아직까지 있는 채로 엄마를 기다리는 모습이 아주 신비로웠다.


강원도 태백에는 제비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집마다 처마를 자세히 보면 제비집을 일부러 만들어 주며, 제비가 안전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배려에 태백사람들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황지연못을 보는 김에 황지동의 맛집을 가볼까 하던 찰나에 생각난 태백에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갈 수 없다던 '향전'이라는 곳, 찻집은 아니지만 미리 예약을 하면 1인부터 4인까지 티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차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는데, 당일예약은 어렵고, 미리 예약을 해야지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혹시나 해서 향전에 당일연락을 했는데, 운이 좋게 딱 가능한 시간이 한 타 임정도 있었다.


여행에서 이런 우연이 생길 때마다 늘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데, 역시나 당일예약이 안되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있는 것보다 한 번쯤 그냥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하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리고 열렸을 때의 그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기에 어려울 만큼 엔돌핀이 도는 순간이다.


태백에서는 시내버스가 시간이 정해져 있고, 배차간격이 꽤나 긴 편에 속하기에 뚜벅이로 여행을 하는 나는 여유를 가지고 조금 일찍 나가자고 했다. 갑자기 예약을 하게 되었지만 어렵게 시간을 내주신만큼 늦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얼른 준비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막상 서두르다 보니 향전에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버렸다.





1시간 동안 뭐 하지라고 고민을 하다가 태백 잡지에서 봤던 체르또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는 지도의 말에 이끌려서 잘됐다 싶어서 걷기 시작했다.


태백의 최초의 카페라는 체르또 사장님께서 커피와 차에 진심이라서 왠지 모르게 방문해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아쉽게도 위가 안 좋아 커피를 마시진 못했고, 그 대신 젤라또로 아쉬움을 달랬다.

아쉬워서 태백 체르또에서만 먹을 수 있는 '산죽라떼'를 먹어봤는데, 말차보다 좀 더 진한 느낌에 말차라떼보다 더 맛있는 맛에 체르또가면 꼭 먹어야 하는 메뉴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들었던 메뉴였다.


그렇게 짧은 1시간 동안 알차게 체르또의 젤라또와 산죽라떼를 클리어하고,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향전으로 향했다.



당일예약이긴 해도 미리 예약을 하고 간 거라 사장님께서 찻잔과 다과를 예쁘게 준비를 해놓으셨고, 공방이 너무 예뻐서 그냥 분위기에 취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쁜 다기들과 다도를 하는데에 필요한 물건들이 한가득이어서 찻잔에 눈을 떼지 못할 만큼 계속 보게 되는 건 차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 아니면 찻잔의 욕심 때문일까라는 생각이 잠시 드는 와중에 티클래스가 시작되었다.


향전 티클래스는 최소 1명부터 최대 4명까지 가능하며, 인당 2만 원에, 2시간 정도 진행이 된다.

티는 인원에 따라서 제공되는 가짓수가 다른데 보통 2가지 정도라고 했다.



차를 좋아한다고 하니 어떤 차를 마시고 싶은지 골라보라고 하셔서 보이차를 선택했다.

같이 간 친구들이 차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해서 사장님의 추천에 따라 보이차의 숙차와 생차 그리고 백차를 시음하기로 했다.


향전 티클래스는 전반적으로 차의 특징과 배경지식을 재밌고 편안하게 설명해 주셨고, 나도 모르게 긴장을 확 풀고 편안하게 듣게 만드는 티타임은 정말 매력적이다.


실제로 차를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차분해지고 마음이 풀어지는 게 되는데, 이건 술을 마셨을 때와는 또 다른 결이다.


향전에서의 2시간은 엄청 빠르게 지나갔는데,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좀 더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 언젠가 다시 또 올 거라고 사장님께 기약을 하면서 겨울태백을 보러 꼭 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즐거웠던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고는 원래 목적지였던 황지동으로 향했다.


황지동에서는 한창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는데, 낙동강의 발원지라는 황지연못 근처에서 열리는 야시장이라 황지연못도 보고 야시장도 즐길 수 있었다.


슬슬 배가 고 프던찰나 태백 명물이라는 물닭갈비 들어보기만 하고 실제로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드디어 먹어보게 되다니! 신나는 마음으로 물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물닭갈비의 특징은 우리가 아는 일반 철판닭갈비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음식이었다.

물닭갈비는 사리를 진짜 많이 넣었는데, 사잘니장님의 추천에따라 우동,라면,당면 등등 사리를 3개나 주문했고, 그렇게 먹는 게 물닭갈비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맵지 않았고, 처음 먹어보는 맛에 생소했지만 정말 맛있었다.




낙동강의 발원지라는 황지연못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작고 아름다웠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강의 발원지가 이렇게 작은 연못이라니라고 싶을 만큼 작고 소중한 느낌이었다.


황지연못은 낮과 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 낮에는 작은 공원에 숨겨져 있는 오아시스 같았고, 밤에는 예쁜 조명이 더해져서 그런지 분위기가 훨씬 예뻤다.



황지연못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서 야시장이 열렸는데, 황지연못 바로 옆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광장이 있었고, 우연하게도 대한민국관악대축제를 볼 수 있었다.


평소에도 관악악기의 소리를 좋아하는 나는 갑자기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늦은 시간이었지만 지나쳐서 집에 갈 수가 없었다.


대학생들의 공연이지만 이렇게 퀄리티 있는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었고, 공연은 생각보다 재밌고 환상적이었다.


공연을 본 뒤 거의 막차를 타고 무브노드로 돌아왔는데, 하루종일 나가있어서 그런지 숙소 앞에 도착하자마자 드디어 집에 왔다는 느낌의 편안함.


아무래도 제2의 안식처가 태백이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아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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