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비가 오고 지나갈 줄 알았던 태풍이 아직도 제주라는 소식을 뉴스와 함께 알게 되었다.
비는 계속해서 오는데, 무브노드 실내에서 창밖을 보는 풍경은 평온하고 운치가 있어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를 틀며, 모닝커피를 한잔 마시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었다.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와 바람이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괜스레 어린아이처럼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바로 이근에 '비와야폭포'라는 곳이 있다는 게 생각이 났다.
태백의 작은 명소인 '비와야폭포'는 평소에는 절벽인 돌산처럼 숨어있다가 비가 오면 폭포수가 내리는 신기한 곳이라 비가 와야만 폭포가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가 와야 운 좋게 볼 수 있는 '비와야폭포'를 오늘 보게 된다니 태풍을 뚫고서라도 보러 가겠단 생각에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인위적인 게 아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경관이 제일 아름답다고 했던가.
'비와야폭포'는 정말 수도꼭지를 제일 세게 틀어놓은 것처럼 콸콸콸 흐르고 있었고, 태풍이 아니었으면 좀 더 예쁘게 흐르는 폭포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운 좋게 태백살이를 하는 동안 비가 오고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음에 행복지수가 좀 더 올랐다.
잠깐동안 비와야폭포를 감상하고 나니 갑자기 어두워져 버렸고, 깜깜한 밤은 생각보다 무서웠다.
태풍이 온다고 하니 밖을 산책할 수도 없었기에 실내에 갑자기 갇혀있는 기분이라 왠지 더 나가고 싶었지만 태백의 화가 난 하천을 보고 있노라면 나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생각해낸 건 바로 비가 오는 날 보기 좋은 태백의 시네마를 만들기였다.
다행히 우리의 숙소에는 빔프로젝트가 있었고, 넷플릭스에는 비 오는 날 무드가 어울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인 '날씨의 아이'가 있었다.
매번 보고 싶었지만 괜히 분위기를 만들어서 봐야 하는 영화라며 미뤄왔는데,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날씨의 아이는 배경자체가 비 오는 날씨 그리고 날씨와 관련된 애니메이션이라 특유의 배경과 감성이 좋은 영화라 왠지 모르게 오늘 꼭 봐야 할 것 같다며, 맥주와 과자를 구비해 놓고 영화를 감상했다.
태풍이 지금 태백 근처를 지나고 있고, 밖은 거센 비바람으로 휘몰아치는데, 영화를 보면서 비 오는 감성에 빠지는 날이라니 언제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영화에 푹 빠져서 2시간을 보고는 왠지 그날 좋은 꿈을 꿀 것만 같았다.
혼자 자취를 하다 보면 로망이 있는데, 빔프로젝트에 이런 분위기 좋은 나만의 영화관을 만드는 거였는데, 서울에서 하지 못했지만 태백에서 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오늘도 5일 차의 태백살이는 여유가 넘치고 날씨의 아이는 로망 그 자체였다.
하루하루를 소소하게 채워나가는 게 너무 좋아서 이러다 태백에 점점 싶어 질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