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사랑은 꽃잎을 떼어내는 꽃점과 같아서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고, 결국 사랑하겠지

by 양별

꽃점이란, 꽃으로 사랑을 점치고 싶은 사람이 꽃잎을 한 장씩 떼어내면서 일종의 점을 보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상반되는 두 말을 반복하다가, 마지막 꽃잎에 해당하는 말이 그 꽃점의 결과가 된다.


나에 대한 사랑도 꽃점과 닮았다.

수면 시간 8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십 여 시간, 나는 십 여장의 꽃잎이 있는 꽃을 마음속에 꽂아두고 매시간마다 꺼내어 한 장씩 떼어낸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일을 하루 내내 반복하고, 마지막 꽃잎에 해당하는 말이 내 꽃점의 결과가 된다.


나의 꽃점은 최근 유독 가혹했다.

하루 중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정작 나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무리 떼어내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지난주에 1년을 준비해 온 행사가 무사히 마무리되었는데 아무 감흥이 없다.

올 한 해 보람찼다던가, 그래도 해냈다 따위의 성취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칭찬해 줬는데, 정작 내가 그 칭찬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닿는 순간 튕겨져 나간다.


내 비교대상은 과거의 나다.

한때 ‘자랑스러웠던’, 열정적인 나의 모습을 기준으로 나를 몰아세운다. ‘더 할 수 있었잖아. 더 해낼 수 있었잖아’,라고 나를 압박한다.

과거에는 이 성격 덕분에 당시에는 커 보였던 목표들을 꽤나 많이 달성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몰아세워도 그 이상을 해낼 체력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행사가 끝나고 주말 이틀 내내 누워 있다가 평일에 수액을 맞고 나서야 간신히 회복했다.


아, 나는 3년이 넘도록 인정하지 못하고 있나 보다. 내가 여전히 중증질환자라는 것을.

이 사실을 인정해야 나에게도 남에게도 당당할 수 있는데, 인정하지 않고 자꾸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한다.

현실적으로, 약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나를 스스로 칭찬해줘야 한다. 그리고 암에 걸린 게 뭐 어때서.


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한, 나는 내 마음속 꽃점에 끝없이 휘둘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꽃잎 홀짝에 의지하며,

어느 때는 사랑하고 또 사랑하지 않기를 반복하고, 하루 끝에는 벌거숭이가 된 꽃줄기를 들고 괴로워하겠지.


그런데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대다수 꽃의 꽃잎수는 홀수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로 시작하면, ’사랑한다‘로 끝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작부터 눈 딱 감고 ‘사랑한다‘고 말해보면, 마지막 꽃잎-하루의 끝-에서도 나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쌓이면, 언젠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는 꽃잎을 떼며 사랑을 묻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그 사랑만 간직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이 역시도 해봐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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