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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May 10. 2023

어머니

밑반찬들

서울로 전학 와서 낯섦에 주렸던 마음이

바라보면 채워지고

입에 넣으면

뼈와 살이 되었었습니다


입시 문제 풀다가

둘 중 하나가 답인데

당신의 기도소리 떠올리며 찍고 나면

맞았든 틀렸든

그냥 편안 해졌었습니다


독감의 오한과 고열에도

깊고 편안한 숨소리

이마에 닿은 구름 같은 손바닥에

털고 일어났었습니다


이젠 떠올려만 보는 느낌들

상상만으로도 충분한 나이가 되었다고

세상이 따끔하게 알려 줍니다


사시던 집안의 구석구석과

나의 마음 구석구석에도

사랑들이 암호처럼 묻혀 있습니다

이 암호는 나만 풀 수 있도록

당신께서 그렇게 남겨 놓고 가셨습니다


딱 하루만

50의 아들이

엄마

하고 실컷 불러보고 싶지만

그냥 삭히고 천정만 봅니다


아직 건강하셨던 부모님과 함께 보낸

마지막 밤이란 생각을 부정해야 했던 마음은

낙천적인 척하려는 불효자의

힘겨운 몸부림입니다




마지막 이삿짐들을 정돈하던

부모님께한국으로 아주 떠나시던 날

메릴랜드의 콜롬비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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