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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May 14. 2023

정돈과 파괴

로저 스톨러의 작품에서 읽는 보수와 진보

음악이나 무용, 행위 예술들이 시간축에서 동적인 형식이라면, 조각이나 회화는 동적인 요소가 내재된 스냅샷들이다. 예술은 언제나 동적인 본성을 이렇게 유지한다.

설정과 표현에 따라, 정적인 표현 속에 내재된 역동성이 더 강렬할 수도 있다. 관람자는 작가가 깔아 준 멍석 위에서 자기만의 역동성을 발현할 수 있기 때문이 일지도 모르겠다.


음악도 특정한 악장의 리듬이나 박자에 시청자는 임팩트의 강약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음악은 순간의 흥분과 인상을 캣치하는 동시에 다음 튠으로 옮겨가는 흐름에도 동시에 참여한다.


예술적 감흥을 받는 부분들로는, 특정한 패턴, 색의 조합, 비정형적 이탈의 자유, 어느 악장의 클라이맥스, 시 속의 한 문장이나 한둘의 임팩트 단어들 또는 작품 자체로부터 고무된 독자만의 (아직 표현해보지 못했던) 감성의 인식 등을 생각해 본다.




정돈과 파괴를 각각의 독립된 상태로 이해하면, 그 상태들에 대한 의식의 상징들은 정적이다. 가지런한 균형의 안정감과 극단의 무작위 해체는 이원론적 모델의 특이점(singularity)들이 된다.


의식의 시공은 특이점들을 궁극의 극점으로 장(場, field)을 형성한다. 정돈과 파괴는 정치의 장에선 극단의 보수와 과격한 진보의 정체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돈과 파괴를 연속된 동적 현상의 스냅샷으로 이해하면 흥미로운 현실의 모델이 된다. 영원한 보수와 진보는 이론적 모델이고 현실에서 성취될 수 없다. 문화는 이런 모델을 이데올로기화 하며,  사고의 거시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현실은 작은 사건들 사이를 항해는 카오스적 항로다. 남쪽으로 가기 위해 파도를 넘으려면 현실은 북서쪽으로 작은 우회 항로를 먼저 가야 할 수도 있다. 남쪽을 향한 커다란 계획은 정돈된 정적인 어젠다이다. 정적인 어젠다는 의식의 리비도를 최소화한다.


안정된 의식의 시공엔 어젠다의 중력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임계점을 넘으면, 모든 작은 변화들은 커다란 어젠다에 흡수되어 과 된다. 나는 이렇게 커져가는 극단의 어젠다를 의식의 블랙홀 현상이라  부르고 싶다. 블랙홀은 임계점에서 역동의 반동에 의해 평형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또한 지나친 현실의 역동은 다시 커다란 어젠다가 덮이지 않을 만큼 저대역 휠터에 걸러지며 평형으로의 모멘텀을 보존한다.


안정을 추구하는 체제(establishment)와 자유의 역동(progressive)과의 대립의 긴장은 에너지의 장(field)을 형성한다. 불안정한 상태의 균형은 끝없는 변화에 의해 유지된다. 신은 이런 인간의 투쟁에 창의성의 선물을 주었다. 임기응변적 즉흥성에 내재된 운명론엔 신성이 있다.


진보는 긴장과 대립이다. 때론 추해보이는 혼란과 무질서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것이 멈추어 어젠다만 남은 사회들은 역사에서 전체주의의 괴물로 타락했다. 그들은 의식의 역동적 리비도와 균형의 타협에 게을렀고 더 큰 해체의 과정을 경험했다.

문명의 미학은, 변곡점에서 즉흥적 변화가 혁명처럼 발생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Terra Con Brio" & Tree Bronze Roger W. Stoller 2006 North Bethesda, Maryland

작가는 소나타 형식의 음악 구성 원칙인 exposition, development, and recapitulation (나열, 전개, 재현)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다. 기본 기하학적 격자들을 나열하고, 아치 형태의 무작위 혼돈을 이어서 전개하였다 한다. 동적인 요소는 정돈된 아폴론적 힘과 억제되지 않은 디오니소스적 힘 사이의 상호작용이라고 한다. 패턴이 컴퓨터에서 스튜디오로 옮겨졌을 때, 음악적 비유는 소나타 형식에 내재된 형식적 방법에서 재즈에 가까운 즉흥적 접근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기존의 기하학적 체제에 구부리고 비트는 파괴를 적용하여, 기하학적 사면체의 순수한 무결성과 직관적인 감정의 프로세스 사이의 역동적인 긴장의 융합을 재현하려 했다 한다.


- 작가의 노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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