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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Aug 18. 2023

수심

경계인

바닷속에는, 살아내야 하는 수심과 살아지는 수심이 있다.


잠망경을 올릴 수 있는 얕은 수심에선 물 밖의 세상을 볼 수 있다.

세상 파도의 간섭 들로부터 현재의 수심과 항로의 오차들을 끝없이 줄여보며 버티는 수심이다.

버팀이 소진되는 날, 수면에 떠올라 태양에 달궈지고 녹이 슬 것이다.

세상은 파도와 싸우며 장렬히 일그러져 신화가 된 조각들의 표류를 본다.

살아내야 하는 수심이었다.


파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깊은 수심에선 나만 볼 수 있다.

부력의 평형점을 찾아서 버티기만 하면 현재의 수심과 항로는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는다.

버팀이 소진되는 날, 심연으로 가라앉아 일그러지고 녹이 슬 것이다.

세상은 수압에 짓눌려서 가장 낮은 곳에 엎드린 침묵의 조각들을 기억한다.

살아지는 수심이었다.


우리는 두 수심의 경계에 매달려 있다.

조금 올라도 가보고 조금 내려도 가보지만 현재의 고무줄에 묶인 경계인 들이다.

끊어버리고 싶은 유혹과 끊어지는 두려움에 일그러지며 녹이 슬 것이다.

우리는 경계를 벗어나는 광인들을 자유인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들은 순교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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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credit: pxfu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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