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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추억의 효율
by
이종혁
Jan 11. 2022
Cybernetics의 학설 중엔, 사람의 메모리는 컴퓨터처럼 정해진 주소가 있는 게 아니라, 소소한 event들의 복합적인 인과관계와 그 인과적 조합(association)으로 저장되고 꺼내진 다고 보는 견해들이 있다.
난수처럼 얽힌 지각의 가역적 상호 연결고리들
,
매우 안정된 연결부터 금방 끊어질 불안정한 연결까지
생각해본다.
내
의식 속의 information highway는,
나무의 뿌리들처럼
잊히지 않을 큰 줄기는
자주 드나드는 많은 추억들이 사용하는 번잡한 고속도로다.
그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어느 출구로 내려
서, 어느 국도로 빠져야 외진 산골의 풀 속에 가린 진흙길과 인적이 드문 옛 논두렁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노이만 컴퓨터에 중독된 문명에선, 기억하고 싶은 곳에 주소를 만들어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GPS의 위도와 경도를 적어둔다.
최단의 거리로 최소의 시간에 도착하는
최
적(optimalism)을 생존의 수단으로 숭배하는 광신도들이 되었다.
그러나 추억은 그렇게
최적 정보로 관리되지 않는다.
뉴욕시의 다운타운 출구가
대여섯 개 나오지만, 소호의 후미진 골목길 에스프레소 냄새를 찾으려는 추억의 내비게이터는 보스턴을 통과하고 LA와 서울을 들려, 밀라노를 거쳐서 도착하기도 한다.
비효율,
고유의 주소를 정하지 않었기 때문이라고 cybernetics engineer가 비판을 하겠지만
,
사람의 기억은 그렇게 optimal하지 않은
비대칭의 가역적 의식의 칵테일이다.
다시는 가보고 싶지 않은 장소..
그곳으로 내리는 출구가 있는 고속도로를 피해 가기도 한다.
그냥 내리지 말고 통과하면 되는데
, 우리는 때론 그 고속도로를 멀리 피해 비포장의 국도로 돌아서도 간다.
그 비효율성 또한 기억의 실뿌리에
얽히고, 그냥 또 기억할 수 있는 새 경로를 추가해버린
다
ㅣ.
기억의 고속도로에
추억의 눈비가 내리면,
우리는 속도를 줄이고 샛길로
벗어나서 아주 먼길을 돌아간다
Photo
인적이 끊긴 길
McKee-Besher Wildlife Management Area
Poolsville, Maryland
Jul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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