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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Jan 07. 2022

달력

곰도, 뱀도, 수목과 화초들도, 모두 달력 없이 산다.

언제 동면에 들지,

언제 피고 지며 과일을 낼지,

언제 낙엽을 만들지..

생존을 위한 최소의 정보로 생태계 균형과 리듬에 맞는 적당한 객체수만 생존한다. 죽음 또한 생존과 한 묶음으로 그다지 구별도 없다.


가을이 오는 것을 오피스 골방에서 달력을 보며 예측한다. 관련된 타인들의 SNS 콘텐츠를 액정화면으로 보며 계절을 확인한다.


달력을 만든 건 우연이 아니다. 기록을 통한 예측의 모델이 필요했다. Regression과 prediction을 위한 time series의 다양한 측정 단위가 필요했던 거다.


예측을 하고 싶은 인간만의 파생 욕망은 잉여의 생존을 만들었다. 객체수의 조절을 위해 신이 설계한 순연한 無知를 거역한 것이다. 생존한 만큼 우리는 실체에서 멀어졌고, 우주의 역동을 느끼기 전에 달력 속에 안주했다.


사람은 이제 달력을 보며 산다.

그들의 계절들은 이미 실체를 이탈했다. 의식이 만들어낸 달력 속에서 자신들만의 삼라만상을 운전한다.


10월 31과 11월 1일의 차이를 옆집 개에게 물어봐라. 생존의 분기점은 우리가 아니라 신이 다루는 영역인데.. 개도 아는 그것을 우리는 잊도록 훈련된 불량스러운 존재들이다.


가을이라고 너무 산과 낙엽만 찾고 하늘만 봤나 보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 거기 가면 달력 보고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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