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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Sep 01. 2021

기적 같은 반전, 기적 같은 이야기

영화 '기적' 리뷰

영화 '기적'이 시골 마을에 간이역을 세우려는 천재 소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통해 가장 소중한 가족애를 일깨운다.


박정민, 임윤아 주연의 영화 '기적'이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1986년을 배경으로 도로는커녕 기차역도 없어 철로를 걸어가야 하는 낙후된 지역에 사람이 살았던 그 시절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모두가 합심해 마을에 간이역을 짓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채 스스로를 탓하던 이들이 한 발짝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기적 같은' 이야기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대통령에게 편지 쓰는 소년…박정민·임윤아·이수경 풋풋한 호흡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어 매일 철로를 걸어 다녀야 하는 마을 사람들. 고등학생 준경(박정민)은 청와대에 54번째 편지를 보내고 마을에 간이역을 세워달라고 간청한다. 규정에 따라서만 열차를 운영하는 아버지 태윤(이성민)이 야속한 그는 누나 보경(이수경)과 마을에 남는 걸 고집하며 왕복 5시간 통학을 감수한다. 그에게 호감이 있는 라희는 간이역 세우기에 동참하고 준경은 대통령 배 수학경시대회에 응시하기에 이른다.


박정민은 어릴 때부터 비범한 천재성을 지녔지만,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준경을 연기했다. 고1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주얼이라도 상관없다. 박정민은 무심한 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순수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시골 소년을 그려냈다. 누나 보경 앞에서 라희를 "내 친구 광수"라고 소개하며 겸언쩍은 표정을 지을 때면 꼭 어디선가 본 듯한 그 나이대 남자애 같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임윤아는 라희 역으로 준경에게 시도 때도 없이 대시한다. 그는 준경의 '뮤즈'가 되기 위해 그가 천재성을 펼치질 바라지만, 준경은 누나 보경 때문에 번번이 고사한다. 보경 역을 맡은 이수경의 연기와 존재감은 놀랍다. 매 순간 남동생을 지극히 챙기는, 모두가 그리워하는 기억 속 다정다감한 누나를 연기한다.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는 덤이다. 극 중반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 이 영화의 제목이 왜 '기적'인지를 알아채게 된다.


◆ 기적 같은 반전과 기적 같은 이야기…모든 게 멈췄던 소년의 성장담


준경은 대통령 배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비상한 두뇌를 지녔음에도 간이역도 없는 마을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집을 떠나면 누나 보경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까 봐서다. 그런 준경을 라희는 답답해하지만 어느 날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덕에 마을에 양원역을 세울 수 있게 된다. 기차를 세우란 허가는 안나도, 마을 사람들은 힘을 합쳐 간이역을 세운다. 여기에 감독은 우리나라 최초 민자 역사인 양원역의 이름을 실제로 가져다 썼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원칙에만 집착하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준경은 결국 화해를 향해 간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채 스스로를 다그쳐왔던, 꼭 닮은 부자의 모습을 뒤늦게 돌아보게 된다. 간이역 하나가 그토록 소중했던 이유, 꼭 필요했던 이유를 통해 이 영화는 뜨거운 가족애와 한 소년의 성장담을 보기 좋게 담아냈다. 한 가지 흠을 잡자면 익숙지 않은 영주 사투리가 내내 나와 알아듣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는 점. 준경과 아버지 태윤, 보경, 라희를 통해 다 잃고도 반드시 지키고 싶은, 소중한 사랑을 일깨우는 영화다. 12세 관람가,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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