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용의 출현' 리뷰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새로운 도약의 힘이 필요한 시기, 국민들에게 압도적인 승리감을 가득 안긴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시리즈 중 두 번째 영화로 배우 박해일이 주연으로 나섰다. 왜국 장수로 파격 변신한 변요한과 항왜 전사 역의 김성규를 비롯해 국내 영화계의 노장, 베테랑, 그리고 새로운 얼굴들이 다채로운 연기 앙상블과 압도적인 쾌감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 웅장한 스케일로 구현한 한산대첩…'압도적 배우진' 즐기는 재미
1592년 4월, 임진왜란 발발 후 단 15일 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이순신은 부산포에 집결한 왜군과 격전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다. 앞선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의 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순신은 나라의 운명을 바꿀 압도적 승리를 계획한다.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은 뜨겁게 불타는 열정의 불꽃이 아닌, 차가운 푸른 불꽃같다. 그는 이 영화에서 이순신을 휘몰아치는 위기 상황에서도 적시에 완벽한 공격을 퍼붓기 위해 침착하게 인내하는 캐릭터로 해석했다. 뜨거운 열정과 리더십이 없어도, 박해일의 이순신은 마치 붉은 불꽃보다 더 높은 점에서 타는 푸른 불꽃같은 카리스마로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끈다.
특히 이 영화엔 눈을 의심할 정도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모두 나온다. 경상 좌수사 역의 손현주는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거칠면서도 성질 급하고 우직한 성품을 그려냈다. 왜군 장수에서 항왜로 선회한 준사 역의 김성규는 정수리의 머리를 모두 밀고도 인상적인 비주얼과 존재감을 보여준다. 왜적 수장 와키자카를 연기한 변요한은 전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하며 마치 귀신이 출몰한 듯 독특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안성기,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의 호연도 빈틈을 허락지 않는다.
◆ 현재와 닮은 사면초가의 형국, 짜릿한 승리의 쾌감이 가득
우리 모두에게 이순신 장군의 무기로 익숙한 거북선과 학익진은 이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견내량에 매복하려던 적군을 한산 앞바다로 이끌어내 학익진 전법으로 왜선들을 격퇴한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초반부터 승리의 순간까지 촘촘히 담아냈다. 이순신은 조선이 처한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완벽한 전략을 위해 고민을 거듭한다. 자연히 말수가 적고, 고뇌하는 장수의 얼굴이 박해일의 얼굴로 완성됐다.
이미 인상적인 배우들이 셀 수 없지만 역시 박지환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맡은 나대용의 존재감은 마치 극 중 주요 장면인 전투 신에서 귀신처럼 등장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거북선 같다. 한층 발전된 거북선을 준비하고 꼭 승리해야 하는 전투에서 조국과 아군 수장을 위해 돌격하는 그의 결연한 표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무엇보다 '한산: 용의 출현'은 우리가 꽤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도취시키는 영화다. 사면초가에 빠진 조선의 형국과 닮은 지금 같은 시기에 모두에게 필요한, 바람직한 '국뽕' 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기라성 같은 연기자들의 각축장에서 김성규, 박지환의 재발견이다. 시원하게 파도를 가르며 포탄을 터뜨리는 육중한 함선들의 대결도 시청각적 즐거움을 충분히 자극한다. 오는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