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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Sep 16. 2018

  전.등.辭.院
"세월의 순간"

생명을 다하여  세월의 켜를 빛내는 꽃의 순간 

꽃을 보는  것은 

시간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는 것이다 . 


법의 가장 빛나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정진의 시간처럼, 

꽃은 그 가장 빛나는 순간을 위한 생명의 정진을 멈추지 않는다 .

이런 모습에서 법의 시간과 꽃의 시간은 서로 통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절,  온갖 역사의 질곡을 

그대로 담아낸 전등사는 그런 연유에서인지 꽃처럼 피어난 

일화와 보물과 사건들이 피고 지고 또 피어난다.


 긴 시간의 풍상을 겪는 동안 


-1700년의 긴세월을 그 자리에 그대로 시간을 담아낸 바위나, 

-시간의 켜를 제몸 안에 가둔채 생을 다하고 잘려나간 나무 그루터기나 

시간의 켜를 가둔 나무 그루터기나 


-질곡의 역사를 바라보며 묵묵히 절과 사람을 지켜냈던 성벽이나 

모두 한결 같이 긴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 하며 그자리에 

그렇게 앉아 우리를 맞이한다.



그 세월의 그루터기에 무수한 바람과 태양이 뜨고지고 노니는 사이 

바람이 가져온 씨앗과,물이 이끌어준 뿌리들이 하나 둘 꽃을 피워 

극락정토의 꽃을 피워낸 전등사는 그대로가 천상의 화원이자, 극락이다. 


그 중 유독 더  깊이 오랜 세월을 담아준 바위와,  고목의 그루터기와,

성벽의 낡은 틈을 지금의 순간을 빛내는  가장 맑고 아름다운 꽃으로

시간의 끈을 이어보고자 한다.



할머니의  허벅지 처럼 푸근한 오랜 세월의 틈에 

어린 아기의 해맑은 웃음같은 꽃을 심어 순간을 살고자 한다 


자신의 색을 버린 비생의 헌신 위에 피운  

초록과  분홍의 잔치는 더욱  빛이난다.

전등사원은 그 시간의 헌신이 만든 천상의 화원이다.

 

 그 긴세월의 헌신과 찬란한 현생을 이 정원에 담아

 전등사에 바친다.


자연의 법과, 생명의 법은 한길로 통한다. 

정원은 자연의 법이고, 불교는 삶의 법이다.


그리고 사족 

2018.09.16

<내가 감히 공덕 높고 깊은 정진을 다하는 스님들의 도량에 손을 대고자 용기를 낸 것은  꽃을 

대하기를  법을 구하듯 정진하는 마음으로 대해온 지라, 그 마음으로 도량을 정갈히 하여 

그곳을 찾는 이들이 꽃처럼 법을 대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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