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다하여 세월의 켜를 빛내는 꽃의 순간
법의 가장 빛나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정진의 시간처럼,
꽃은 그 가장 빛나는 순간을 위한 생명의 정진을 멈추지 않는다 .
이런 모습에서 법의 시간과 꽃의 시간은 서로 통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절, 온갖 역사의 질곡을
그대로 담아낸 전등사는 그런 연유에서인지 꽃처럼 피어난
일화와 보물과 사건들이 피고 지고 또 피어난다.
긴 시간의 풍상을 겪는 동안
-1700년의 긴세월을 그 자리에 그대로 시간을 담아낸 바위나,
-시간의 켜를 제몸 안에 가둔채 생을 다하고 잘려나간 나무 그루터기나
시간의 켜를 가둔 나무 그루터기나
-질곡의 역사를 바라보며 묵묵히 절과 사람을 지켜냈던 성벽이나
모두 한결 같이 긴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 하며 그자리에
그렇게 앉아 우리를 맞이한다.
그 세월의 그루터기에 무수한 바람과 태양이 뜨고지고 노니는 사이
바람이 가져온 씨앗과,물이 이끌어준 뿌리들이 하나 둘 꽃을 피워
극락정토의 꽃을 피워낸 전등사는 그대로가 천상의 화원이자, 극락이다.
그 중 유독 더 깊이 오랜 세월을 담아준 바위와, 고목의 그루터기와,
성벽의 낡은 틈을 지금의 순간을 빛내는 가장 맑고 아름다운 꽃으로
시간의 끈을 이어보고자 한다.
할머니의 허벅지 처럼 푸근한 그 오랜 세월의 틈에
어린 아기의 해맑은 웃음같은 꽃을 심어 순간을 살고자 한다
자신의 색을 버린 비생의 헌신 위에 피운
초록과 분홍의 잔치는 더욱 빛이난다.
전등사원은 그 시간의 헌신이 만든 천상의 화원이다.
그 긴세월의 헌신과 찬란한 현생을 이 정원에 담아
전등사에 바친다.
자연의 법과, 생명의 법은 한길로 통한다.
정원은 자연의 법이고, 불교는 삶의 법이다.
그리고 사족
2018.09.16
<내가 감히 공덕 높고 깊은 정진을 다하는 스님들의 도량에 손을 대고자 용기를 낸 것은 꽃을
대하기를 법을 구하듯 정진하는 마음으로 대해온 지라, 그 마음으로 도량을 정갈히 하여
그곳을 찾는 이들이 꽃처럼 법을 대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