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시간에 아름다운 얼굴, 당당한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점점 더 자신의 인물 사진을 찍지 않는 때가 온다
얼굴이 맘에 안 들어서? 몸매가 아니어서? 표정이 아니어서?
다 해당하는 이야기 이겠지만 진짜 이유는 "자기가 보아왔던최고의 외모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순간"부터이다. 그것이 얼굴이건, 몸매 건, 표정이건, 피부이건, 옷차림이건... 특히 얼굴에 물기가 빠지며
하나 둘 세월의 흔적이 보일 때부터이다.
그나마 당당히 찍을 땐 선글라스로 눈가의 주름을 가리거나
모자로 이마의 훤한 빛을 가리거나 할 때, 혹은 둘다로 세월을 속이거나 할 때이다.
내면으로 성숙하며 인생의 가치를 키워나가는 것으로 충분히아름다울 수 있는
그 귀한 현실로 외모의 시듦을 이겨내긴 어렵다.
나 또한 그래서 핀이 좀 나간 사진들이 맘에든지 꽤 오래전이다.그러나 여전히 셀카를 찍는다.
한 10여 년간 전혀 사진을 안 찍다문득 , 그 시간마저도 사라져 가고 있음을 느낀 어느 순간
다시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세월 지나 60, 70, 80 때 기억할 그나마의 젊은 모습을 기억하려고... 그러나 여전히 싫다.
그늘진 눈가, 주름진 눈가, 입가에 하나 둘 늘어가는 세월의 흔적
그러나 여전히 얼굴을 남기는 이유는 이 얼굴이라도 누군가에겐
부러운 젊음일 수도 있는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딱 10년 후에 그럴 것이다.
정원예술학교를 운영하며 가끔 학생들이 찍어주는 사진 중에 대강 분위기는 살지만 얼굴이 선명치 않은
사진들이 참 좋다.분위기와 스타일은 보여주는데 인물은 대충 뭉개진..
그런 것일 게다. 50대의 내 모습은 그가 이루어놓은 것과
그가 하는 일과, 그가 하는 말과, 그가 나누는 것들로 아름다움을엿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매일 지상에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실행하는 일을 한다
꽃을 가꾸고, 자연을 돌보고, 자연에 순응하며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일은 지상에서누릴 수 있는
최고의 일이자, 의식이자, 생각이자, 나눔일 것이다.
특히 최근에 삼랑성 역사문화공원이자,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사찰인 전등사 정원을 가꾸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동안, 일상의 공간을 가꾸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환경에서
머물고 가꾸고 나누는 삶을 누리고 있다.
오늘, 친구들과 함께 여행 온 중년의 부인들이 되돌려준 우리 일에 대한 찬사는 나날의
가꿈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귀한 답례였다.
"누군가 무척 내공 깊은 분이 이곳을 가꾸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었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너무나 아름다와 주변에 많이 알려서 오게 하고 싶다"라고
함께 작품을 마무리 짓던 학생들이 감동을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아름다움을 헌정한 정원예술학교 학생들의 볼 때마다 참 표정이나 태도나
몸짓들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름다운 일들을 해서 그런가 어쩜 그렇게 다들 아름다운지... 그래서 그런지 작업을 할 때
누군가 찍어준 사진이 대놓고 셀카 찍는 얼굴보다 훨씬 맘에 들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꽃들의 한때를 보며 느낀다.
그녀들도 최고의 한때가 있다. 그리고 꽃을 떨군 채 씨앗을 맷는 시간 동안 숱한 사람들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뿌리째 뽑아 버리거나, 꽃술의 씨앗이 익지 못하게 잘라버리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으로 치자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지나 사회의 중책을 다하거나, 자녀를 키우는 활동이 아름답지 않다고
그 사람을 버리거나, 목숨을 빼앗는 것과 같은 일일 게다.
사람이나 꽃이나, 얼굴만이 아닌 순환되는 전 생의 아름다움을 귀하고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참 지혜와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도 자신의 최상의 젊음을 꽃피웠던 한때의 아름다운 외모와
나이 들어내면이 깊어지며 힘과 물을 빼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같은 가치로 볼 수 있어야 할 게다.
하여 그 세월의 흔적인 주름이나, 물 빠진 늘어진 얼굴이나, 조금 느리게 반응하는 신체의 모든 것을
주름의 골만큼 더 많이 귀하게 당당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마치 꽃 씨를 물고 서있는 꽃이 진 정원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지혜의 눈을 갖는 것처럼,
하여 사람이나 정원이나 주름진 얼굴을 보듯 꽃 진 정원도 생명을 유지하는 따듯한 돌봄이 필요할 게다.
손님들 찾아온다고 늘 새꽃을 심어대는 정원이라면 아마도 여행객은 곧 더 성숙하여 깊은 맛을 내주는
다른 오래된 정원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그렇게 사람의 얼굴도 지금,
그 자리에 하는 귀한 가치를 드러내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자리로 그렇게 더 아름답다고 자신이나 남이나 봐 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집 마당에서 가을 동안 가슴을 설레게 했던 레몬드롭과 앤 여왕의 레이스는 이제 지고 없다.
까만 씨앗을 가득 물고 종자를 퍼트리던 씨방도 이젠 떨어지고 없다.
서서히 잎을 말려 뿌리의 튼실한 삶을 키워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 기품 있던 여름과 초가을의 레몬드롭과, 앤 여왕의 레이스에게 보냈던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시 만날 그 여름의 한해를 간절히 기다리겠노라고.
내 삶은 이 꽃처럼 피고 지는 여러 해 살이가 아니라, 딱 한해살이 꽃처럼 한생을 산다.
그러나 , 내가 심고 돌보고 이름 지어 주었던 정원은 해를 더하며 그 기품과 아름다움과 종자들을
퍼트려 나갈 것이다.
어찌 보면 이제 내 얼굴은 지금 그나마 세월 가득 머금은 모습을 점점 까맣게 태우며 씨방을 달아 내 삶의
살아온, 피우고 가꿔온 씨앗의 알갱이를 성숙시키는 모습으로 더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할 게다.
하지만 여전히 속이 허해, 씨방을 품고 있는지 조차 모를
그런 삶인지도 모르나, 하루하루 꽃을 가꾸는 자신을 당당히 바라보며
검게 말라가는 내 얼굴을 나라도 자랑스레 아껴줘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그대로 그 모습대로 사랑해야겠다.
이젠 천장쯤 찍어 한 장 골라내는 이전의 그런 짓은 말고,
그냥 한 장 그대로 찍어 그대로 믿어주는
그런 얼굴로 살아야겠다
아래 나의 셀포토는 삼천장에서 고른 세장의 마지막 모습이다.
이젠, 검은 씨앗을 물고 살아가야겠다.
2019.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