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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Jan 21. 2017

키스, 그리고 황무지

소설 - windsor의 아침 101 Evol

   '키스' 그리고 황무지

                혜린이 온다 한다                   

아직 집안 잡일을 마무리해야 해서 바로 달빛 쏟아지는 

이 정원에 몸이 오지 못한다 하며

짧은 시간  이야기를 쏟아부었다. 

상실의 시간에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내가 죽고 싶다'  죽고 싶어서 네게 전화를 했다 했더니 

그러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안된다고, 

 자기도 너무나 힘든 시간을 견디었노라고...  

그렇게 짧은 시간 나의 자살 방지 시스템을 돌린다.


영민한 여자다,

정원에서 낮에 잠깐 다녀간 둘째 오빠가 가져가고 남은 수국과   

등수 국을 간신히 싸들고 들어와 테이블에 놓고

노트북을 켠다, 

너무 어두워 저녁 사진은 못 찍겠다.

그래서 혜린의 이야기를 쓰는 동안  그녀가 왔다, 

밤 11시에 쑥개떡 한 접시와 크롬바흐라고 하는 독일 맥주 두 캔을 들고

주섬 주섬 들어와서는 "나왔어요"

혜린과 만든 그  밤


하며  인사를 하고 

내가 주절대며 짧은 단상을 적고 있는 시간을 기다려 주곤  

그래도 답이 없으니 우리  둥이 - 똘똘한 발발이랑 온갖 수다를 떤다. 

그사이 나는 노트북을 정리하고, 김치를 내오고, 안주를 장만한 후

마루 테이블 진공관 앰프에 음악을 켜고 , 

마지막 정리를 하고 돌아 앉는다,


오늘 저녁을 함께한 춘식이와, 

정후는   소주 몇 잔 마시고는  대리 기사를 불러들 돌아갔다


나는 5분 거리를  대리하자니 억울하고 , 차를 두고 오자니 그렇고 해서 음주 운전을 해서 

미담재에 와서는 아직도 풀 수 없는 마음의 갈증으로

혜린을 불렀다,

 그녀가 내놓은 안주보다  그녀의 세심한 마음씀이 좋아 

늘  빈 공간을 충분히 메워준다.


앞에 마주 앉은 그녀가 반쯤은 호기심 반쯤 애정 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웃는다 

그리곤 "왜 누구야?"  "뭐 때문에?"라고 묻는다

시계를 보니 11시다 ' 그래 이 시간에 이 한적한 공간에서 보자 하면  

큰일 난 줄 알겠지'그녀로서는  만만치 않게 내놓은 시간일 텐데..'

갑자기 머릿속에 빠른 이야기가 돌아간다. 

'내가 왜 지금 이 순간을 못 견뎌하고 있을까?  


오늘 하루  낮동안 발견해  낸  H - Project 아이디어도 탄복할 만한데 

나의 낮동안의 화려함에 비해 지금 이 밤을  왜 이리도 힘겨워하는지'  

그녀가 다시 묻는다 "사람이야? 일이야?."

창문 너머로 어둠에 휩싸인 미담재의 정적이 

내 가슴에 남겨진 황무지처럼 넓고 깊기만 해 보인다.


생글거리는 그녀의 존재가 갑자기 

한점 모래처럼 작아지며 사라져 갔다.

갑자기  르네 마그리뜨의 그림 "키스"가 곧  떠오른다  

 René Magritte, Le baiser(키스)

초원의 한 중심을 무겁게 메우고 있는 황무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한가운데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이 심연의 아픔이 바로 그 황무지 일까?

2017.01.21

 키스 - Le Baiser  (르네 마그리뜨의 초현실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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