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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Feb 22. 2017

배려를 가장한 보복

홀로의 시간이 더 달달할 때, 소설 - Windsor 의 아침 109

때론 사랑이 지겨워질 때가 있지. 

그래서 어느 때는 너무나도 쿨하게 상대를 보내 버리고 싶어 할 때가 있다 

내 마음이 부산하거나, 사람보다 더  매력적인 무슨 일이 있거나 

홀로 있는 자기 만의 시간이 무척 달달할 때나 그럴 때 


애써 같이 있겠다고 늦은 밤에  아픈 배를 움켜쥐고 다가온 그를 

가서 편히 쉬라는 명분으로, 꼭 그래야만 나을 수 있다고 우아하게 

배려하는 척 말을 하면서 차에 태워  데려다주고 돌아왔다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마음에 서걱대는  모래 같은 게 하나 껄끄러이 걸려 있을 때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그냥 함께 있음 조차도 구차할 때가 있다 

그냥 미련 없이 너는 너, 나는 나 그렇게 거리를 두고 잠시 싹 잊어주는 게

좋을 듯하다. 


"오늘도 그랬다 자꾸 시계를 쳐다보며 너무 늦었네.  

 내일  제대로 지낼라 치면 얼른 자는 게 좋겠어.

 그리고 잠은 편한 곳에 가서 자는 게 좋으니, 얼른 집에 데려다줄게"

그렇게 내몰 듯 차에 태워 짐을 부리듯 사람도 부릴 때가 있다, 

서걱대는 무엇, 상대의 행동이 영  맘에 안 들어 못 마땅한데 

딱히 뭐라 비난할 수는 없는 그냥 맘에 안 드는 것도 그렇게 복수를 생각한다. 


휘리릭 차를 돌려 홀로 있는 내 작업실로 돌아오는 시간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이 무슨 배부른 허세와, 키치일까, 이 나이에, 그렇게 외로워하면서 


오늘은 그렇게 사람이 자꾸 성가시다, 마음이 바쁜 탓일까 

스테로이드 게 천식약을 한 숟가락 털어 넣고 목소리가 갈라지며

마비가 되는 그 불편함 때문일까?


어제 호흡이 멎을 듯 기도가 막혀와 병원을 찾아 일주일 치 약을 싸들고 왔는데

그 약 덕분에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무슨  육지의 왕자님을 사랑한 

인어공주도 아닌데, 목소리를 앗아 가실까? 


나만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그림자 하나 없이 고요한 밤 

나는 이 적막이 너무 좋다. 그리고 이 적막 속에서 오롯이 만나는 

그의 기억에 환각에 다시 푹 빠져든다. 


그렇네, 언제든 고요한 시간이 되기만 하면 그를 불러올 수가 있구나.

아무런 의심 없이 내게 올 수 있는 그, 그리고, 그렇게 다가오면 다시 

가장 온전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그와 나,  

우리는 이렇게 생사를 

오고 간다.


오늘 밤 내 온도계의 수은주는 살아 곁에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는 영영 움직이질 않는다.

-40도쯤 되는 차가운 설국이다.  

미련 없이 버리고 떠나 주길, 혹은 떠나보낼 것을 기대할 뿐이다.


하지만 내 곁을 떠난 그를 불러 내어  뜨거운 모닥불 앞에 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내 마음은 

타오르는 불꽃같은 100도이다. 

언제나 그렇다.

그는 그렇게 내게는 영원히 활활 타오르는 변치 않는 사랑이다. 

이 무슨 가혹한 저주인가. 

살아 곁에 있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내 마음에 들어와 떠나지 않는 죽은 인연이라니..  

그게 그렇게 달콤하다니...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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