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과 저승 사이

60에 세상을 뜬 이쁜 올케를 위해

60에 생을 달리한 올케를 처음 만난 것은 나를 무척이나 챙겨 주었던 셋째오빠의 약혼식 날이었다.

춘천 도청뒤의 넓직한 터에 자리잡은 언니의 집에서 치르는 약혼식 , 김지미 느낌의 살짝 요염한

얼굴의 스믈 세살의 올케는 분홍 한복에 은사를 수놓은 예쁜 한복을 입고 머리에 살짝 하늘대는 진주구슬 같은 것을 달고서 핑크빛 볼연지를 한채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간 약혼자의 가족들을 맞아 주었다 .

그 때 아직 볼이 발그레한 단발머리의 나는 멋을 낸다고 가운데 가름마에 골덴 치마 아이보리 셔츠에

빨간 니트 셔츠를 입고 약혼식엘 갔다 . 촌티가 철철 나던 순박해 뵈는 나에 비해 검찰청 비서 출신인 언니는 세련된 도시녀 같았다. 사돈댁이 택시 운수업을 하는 부자였던 집이라 그런지 모든게 세련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핑크빛으로 시작된 언니의 결혼은 육군 장교이자 항공대의 파일롯이었던 오빠와의 건 40년 가까운 결혼 생활을 마치고 오늘 오전 2시로 끝이났다 .

새벽에 비보를 듣고 나는 눈물이 먼저 솟구쳐 올랐다 , 문득 언니의 그 핑크빛 약혼식 한복과 신산스러웠던 오빠와의 삶과 암과의 긴 투병시간 등이 오버랩 되며 아팠을 삶이 내게도 전이되어 왔다.

어느 집이나 남자들은 다 철이 없다 . 생계를. 핑계로 열나 밖을 쏘다니지만 정작 그 생를 꾸려내는 것은 여자들의

몫이다. 오른팔엔 볏단을 끼고 등에는 아기를 없고 머리에는 곡식이며 나물 광주리를 이고, 집앞 대문을 사수하는 건 결국 여자들 이었다

생계를 핑계로 떠돌다 돌아오는 남자들의 손에는 여행에 지친 피로의 먼지만 한줌 쌓여있다 . 그리고 살아 돌아온것을 자랑삼아 너스레를 떨고는 여인과 평온과 위로까지 품에 안고 잠이들 뿐이다 . 생계에 지친 여인은 이 철없는

아이같은 남성에 의해 이어지는 세계를 지키느라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며 세계를 이어가 주었다,

우리 오빠도 같은 종류이다. 그런데. 특히 건수를 잘 만들어 바깥생활에 열을 올린 왈 인기 사교남이다 .

그런 언니의 나날에 독이 쌓였을까 , 유방암으로 시작된 암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에도 불구하고 폐암으로 전이되어 폐암 전이 발견 3개월 만에 급속히 생명을 놓고야 말았다. 핑크에 은사 한복을 곱게 입었던 언니의 얼굴과 폐암으로 힘겹게 산소 호흡기를 달고 목숨을 지켜내던 언니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비장한 슬픔을 가슴에 안고 장례식장엘 왔다

제일 먼저 걱정이 된건 어린 조카가 남은 60여년간 엄마를 보고 싶어도 볼수 없을 때마다 겪을 그리움이었다.

24에 아버지를 잃고, 45에 엄마를 잃은 나는 늘 부모 없는 외로움과 고독이 떠나질 않는다 .

어머니, 엄마, 얼마나 그리운 이름인가, 이쁜조카는 이제 애기 엄마가 되었고, 또 한 아이를 임신중에 있다.

아기를 키우며 철없는 남편을. 참아주며 불쑥 불쑥 엄마가 그리울게다. 그럴 때마다 곁에 없는 엄마를 부르겠지 ...

오빠도 임관후 첫사랑으로 만난 여인과의 결혼으로 지금까지 왔으니. 당분간 엄청 힘이 들게다.

비장한 슬픔으로 장례식장에 들어온 나는 와글대는 손님덕분에 좀 황당했다, 무슨 잔치하나?


철없는 손주는 장난감과 놀이로 떠들고 웃고, 오빠와 조카들은 자기들 손님 맞느라 어수선하다.

대충 인사를 마친 나는 한쪽 식탁에 쭈그리고 앉아 언니의 핑크 바탕과 은사로 어우러진. 핑크 한복을 생각한다.

그 때 함께 갔던 큰올케, 둘째올케 그리고 그 언니의 배를 빌려 나온 조카들의 애기들 까지 지금 여기에 함께 와글 거리고 있다 .

오빠넷에 계집에 혼자였던 나는 올케들이 들어오며 여자의 섬세함과 세련됨 향기들이 들어차는 집이 너무 좋았다.

원피스를 만들어주는 언니, 찐빵을 쪄주던 언니., 헌옷 잘라 가방 만들어 주던 언니 등등 그 때부터 조금씩 촌티를 벗던 내모습도 아련히 떠오른다


여전히 철없는 조카의 애기는 떠들며 깔깔대고 , 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술들을 마신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이 무슨 잔치같다. 내마음 속의 싸한 슬픔이 TV 드라마 시청자처럼 일탈되어 나간다. 오 빠들은 또 술을 마신다. 철없는 남자들 ...

헤고 싸한 아픔을 잠시 냉동시키고 쭈그려 앉아 구석에서 쓰던 나의 회상도 잠시 부유한다. 국화 꽃 앞의 옳케는 환히 웃고있다.


언니, 천국으로 가는 문앞에 있는 것 맞죠? 그래도 이승이 나아요? 이 개똥같은 이승이?

언니는 갔는데 슬픔은 언니가 다 가져갔나봐요. 모두들 걍 그냥 그렇게 잘 지내요.

하루 사이에 이승과 저승으로 나뉜 우리의 삶이, 운명이 문득 몸서리치게 무서운 그런 밤이예요.

천국에 가시걸랑, 뒤돌아 보지 말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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