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구름이 전하는 말
자연이 때론 꿈처럼 말을 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보여주기도 하고,
무언가를 암시하기도 하고, 혹은 덧없는 삶에 한줄기 빛을 던져주기도 한다.
보고 싶은 마음의 간절함일까?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한 마리 봉황이 날아든다.
북녘에서 날아와 산 위로 내려앉을 듯 질주한다
현국- 북녘에 핀 국화 , 북녘의 귀인이라 했던 분은 한 달여 전에 유명을 달리했다
삶의 치열함으로 결코 쓰러질 리 없을 듯해 보였던 사람
그러나, 삶의 외양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진단 달반만에 혹은 하룻밤 사이에 이승과 저승을 가르며 한 줌 백골의 재만 남아
사라지기도 한다.
봉황의 기운이 내려 꽂히는 아침의 저 구름도 순간 바람 속에 흩어져
어디론가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그 시간을 붙잡은 이에게 이 봉황은 영원처럼 정지되어
아침의 희망과 숱한 인사를 뿌리며 사람들 사이를 오고 간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보이는 듯 존재하는 듯 견고한 듯, 혹은 사라지는 듯도
하지만, 그 사라짐과 존재함을 결정짓는 것은 나의 마음과 행동의
선택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그러하다면 행과 불행도 그렇지 않을까,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기꺼이 행과 운과 사랑만을 선택하리라.
뒤따라오는 그림자나, 흔드는 바람이나, 내리 쏟는 빗방울은 그저
그 행과 운과 사랑을 견고히 하는 하늘의 선물과 양식이라고
선택하리라
하루의 아침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무얼 더 바랄까 하는 벅찬 생각이 가슴을 덮는다
떠난이의 귀환일까?
둥글게 원을 그리며 산과, 바다와 하늘이 한 몸처럼 손을 맞잡는다.
그 한가운데 중심추로 서있는 나와 그 원을 그리는 나를 본다
똑같은 태양과 하늘과 바다일 터인데 바라보는 이와 장소가 그의 시선과 장면을 바꾸는 것 또한
같은 이치이지 않을까 싶다
이 아침 문득 대문을 차고 나와 올라선 연미정의 아침산책 선택은
마치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듯 황홀하다
멀리 보이는 한강하구, 멀리 보이는 북한의 송악산, 그아래 만월대, 그리고 하늘의 봉황
문득 오고 가는 모드 것에 의미 있음과 그 선택에 의미 있음이
큰 깨달음이 되어 내게 든다.
아, 그간 너무 쉬이 보아 넘기었구나,
오고 가는 모든 것을...
내 나이 22, 내 곁에 온 모든 것을 그저 우연이, 혹은 당연히 오고 가며 지나는 줄 알았다.
내 나이 50, 이제 비로소 깨닫는다.
오고 가는 그에게도 나에게도 헤 아릴 수 없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었음을,
그리고 선택되었음을.
그러나 그걸 지키는 것은 그 다가옴의 의미와 가치를 아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천상의 선물이고
봉황의 날개를 타고 전해진 것임을.
이제야 비로소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윤동주 님의 서시
죽어가는 모든 것이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소중함 임을 비로소 몸으로 알겠다.
아침의 태양과 구름이 만든 풍경처럼
모였다, 흩어졌다, 있었다, 없었다 하는
그 순간조차도 또한 그 살아있는 , 그래서 죽어가는 모든 것처럼
사랑해야 할 순간임을.
특히 그 속에 머문 나와 너,
내게 오는 그대와 그에게로 가는 나 또한 그 순간처럼
스쳐가지만 사랑해야 할 순간이자 생명임을
알겠다.
2017.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