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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atriz Apr 10. 2024

America's Choice

Oompa, Loompa, doompa-dee-do!

https://youtu.be/PdeqbpfXaK8?si=QY8EmskYqdSLmI64

<태양왕> 中

루이 14세를 비롯한 프랑스의 절대 군주들은 효율적인 행정 업무를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권위를 확대하고 다양화하기 위해 정부 구조를 강화해 나갔다. 한편, 이러한 권력 기구 발전을 통해 절대 왕정은 역설적이게도 ‘행정 왕정’으로 진화했다. 이윽고 국왕을 중심으로 한 중앙 집권적 행정 장치가 자리를 잡았고, 절대 군주정은 곧 관료적이 되었다.

한편, 루이 14세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 거대한 “행정장치의 포로”이기도 했다. 아무리 거대한 태양일지라도, 항성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공전한다는 사실은, 그 또한 관계에 종속됨을 의미하게 된다. 트럼프도, 바이든도. 이와 마찬가지라 (지극히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주도의 극성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이후, 2주 뒤 바이든이 취임한다. 한 달 동안의 전열을 가다듬은 뒤, 2021년 2월 19일에 그는 “America is back”을 동맹국들에게 고(告)하며 기존 외교정책이 정상가동 될 것을 선언했다. 한편, 재선을 몇 달 앞둔 2024년 4월을 기점으로, 그가 진정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천명할 수 있을 정도의 패러다임 변화를 달성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좌:키신저, 우:바이든

조 바이든이 정치인으로서 생활하기 시작할 적부터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관계를 가지고 있던 헨리 키신저가 <외교>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했듯, 집권 초기의 행정부는 자율성이 지극히 미비하다. 이전 행정부가 수행해 온 과업의 연장선 상에서 행동의 여지가 남아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나름의 소명을 할 수 있다.

가령,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 때 미처 매듭짓지 못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나, 오바마 케어의 확장팩 격인 3B(Build Back Better,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개칭) 발의, 워싱턴 ‘선언’을 비롯한 기존 동맹국의 굳건한(rock-solid) 동맹 재확인은 오바마 행정부의 구상을 이어받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나아가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가 공통적으로 희구해 온 바퀴와 부챗살 전략(Hubs and Spokes system)의 심화를, 양자관계로 동맹을 맺어온 한국과 일본을 합친 삼각편대로 달성하고자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America is Back”을 축자적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뿐만 아니라, 인도를 시작해 중동 유럽을 걸쳐 미국으로 이어지는 경제회랑 구상은 이전 정부들과는 나름의 차별점을 둘 수 있는 구상안(이자 야심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쏘아 올린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TPP탈퇴, 잠정적 D10 구상, 멕시코 국경봉쇄 본격화, NAFTA의 USMCA개정, 그리고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으로 인한 사안들도 바이든 행정부가 승계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으로 인해,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고자 매년 COP(Conference of Parties)이 진행됨에도 여전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로 실천적인 방안들이 뚜렷하게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TPP는 그 정신적 후계인 IPEF로 이어져, 대중봉쇄 전략의 연장선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중봉쇄를 겨냥하고 리쇼어링을 노려 개정된 USMCA(舊NAFTA)는 기업들에게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멕시코를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들어 멕시코의 재도약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자극적인 수사로 가득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어느새 바이든 행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구체화돼 중국 물품에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중이다. 마찬가지로 화웨이(華為)와 틱톡을 비롯한 기술패권 경쟁을 촉발시킨 트럼프 행정부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평택 반도체 공항을 방문해 칩 4 동맹을 넛지한 점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이행하고 있는 중이라 볼 수도 있다.


Oompa, Loompa, doompa-dee-do
I've got a perfect puzzle for you
Oompa, Loompa, doompa-dee-dee
If you are wise, you'll listen to me
What do you get when you guzzle down sweets?
Eating as much as an elephant eats
What are you at getting terribly fat?
What do you think will come of that?
I don't like the look of it
Oompa, Loompa, doom-pa-dee-da
If you're not greedy, you will go far
You will live in happiness too
Like the Oompa, Loompa, doompa-dee-do
Doompa-dee-do

https://youtu.be/QkC8wPSmcPg?si=artiVciW9Xb0nDQa


그렇다면 국내정치적으로 트럼프와 바이든 집권기 간에 차별점이 보이는가? (지극히 개인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 또한 둘 간의 차이가 상당히 모호할 것이라 평할 수 있다. 분명 마스크는 벗었지만, 과연 ‘트럼프 심판론’을 내걸고 집권한 바이든 행정부가 대내적 유권자들이 전면적인 변화가 느껴질 수 있을만한 요소를 (국제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창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믿는다.

분명 미국은, 연준(Fed)의 제로금리에서 연속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지표 상으로 타국에 비해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심지어 지표 상으로 바이든의 무난한 재선 성공이 보이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때도 있다. 주식시장은 역대급 활황을 이루고 있고, (미국 내 항모를 수주할 기업이 없으니, 수주할 해외기업을 리쇼어링이란 이름으로 역수입하려고 하는 것처럼) 리쇼어링 정책의 연장선 상으로 해외기업들은 미국 본토로 돌아(혹은 들여) 오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든의 재선은 불투명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상식적인 트럼프가 아닌 합리적이고 자유주의적인 대통령임을 천명했음에도, 대내적 유권자가 피부로 느끼기에는 미비한, 대동소이한 외교적 접근법과 유권자에게 가장 명시적으로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에 따른 피로감은 이미 오래전부터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피로감은 비단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아가 비단 공화당 출신 의원의 일순간적 불쾌감 표출로 인한 미국 내부의 불협화음으로 일갈해서도 안 된다.

이는 분명 근 20년 동안 중동에 확장적인 개입을 취한 행동으로 인한 반작용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절대왕을 원용한 태양왕 루이 14세가 역설적이게도 그 제도 속에서 갇힌 것처럼, ‘행정장치의 포로’가 되기까지 기다리도록 해야만 하는 것일까?

분명한 점은 설령 트럼프가 복권하게 됐을지라도, 트럼프라는 존재를 집권 1기 당시에 만연했던 그리스 연극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정도로 순진히 취급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흡한 장문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생각할 거리와 상상할 거리가 되기를 바라며.

Fine.


<읽은 문헌>

- Allison. 2024. Trump Is Already Reshaping Geopolitics: How U.S. Allies and Adversaries Are Responding to the Chance of His Return. Foreign Affairs. January 16, 2024

- Barak Mendelsohn & Dominic Tierney (2023) Paper Tiger: The Enemy Image of America, Survival, 65:3, 37-66

- D.G. Kim, Joshua Byun & Jiyoung Ko (2023) Remember Kabul? Reputation, strategic contexts, and American credibility after the Afghanistan withdrawal, Contemporary Security Policy

- Gerald F. Seib. 2024. Can Republicans Find Consensus on Foreign Policy? The GOP Must Reconcile Its New Populism and Old Internationalism. Foreign Affaris. January 9, 2024

- Peter D. Feaver. 2024. The Real Challenge of Trump 2.0: The World Will Need New Ways to Cope with the Same Old Tactics. Foreign Affairs. February 19, 2024

- Stephen M. Walt. 2024. Another Trump Presidency Won’t Much Change U.S. Foreign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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