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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atriz Sep 27. 2024

칸트향(香) 양념분말

칸트 <영구평화론> Response Paper

<마리 앙투아네트> (2006) 中

<영구평화론>이 탈고(脫稿)된 후, 짧게는 프랑스혁명, 긴 호흡에서는 유럽에 국한된 느슨한 연방제를 구성하기를 원용한 국제연맹(LN)과 이후의 국제연합(UN)의 창설까지, 국제체제 구성에 대한 역사 속에서 칸트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이성에 대한 믿음과 양심의 중요성을 선각자처럼 알려주고 있다.

칸트의 저술들은 여타 서유럽국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에 틀림없지만, <영구평화론>은 특히 미국 정부의 결정권자들(특히 키신저)에게 각별한 영향을 끼친 저작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섣부른 가정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칸트의 영구평화”론(論)”이 실천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면, 결국 어떤 정체(공화정, 민치정, 대의민주정)이든 국가를 중심에 두는 사고와 함께, 이를 응집시킬 수 있는 비물질적 체제(오늘날 대표적으로 민족주의)의 연속선상에서 타국과의 관계를 맺어나가는 방법이 중요해진다.

(이런 점에서 민족이라는 만들어진 전통과, 국가라는 근대적 시스템의 결합의 다음 발걸음이 과연 어디로 향할지 상상하며 이를 음미하는 것 또한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북미대륙 내부의 팽창(Frontiership)과 선거권 부여를 통한 ”내부의 제국주의(이자 연방주의)”의 완성은 곧, 2차대전 이후 외부로의 팽창과 (집권정당별 이념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유주의의 투사에 대한 논의(이자 국제 연방제의 구성)로 이어진다. '민족' 대신 '자유와 소유'의 이름으로 엮이게 되는 미국은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세계시민주의적 사고를 함양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전간기를 거치면서 알게 모르게 초(超) 패권국이 되었다'던가, '미국인들은 여타 민족과 달리 생내적으로 자유를 체화하고 있었다'와 같은 주장은 (미국 자체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속의 미국에 대한 설명에서) 제한적이거나 피상적인 대답만을 제시해 줄 수밖에 없다.

한편, 마이클 도일의 <민주평화론>은 그 자체로서 칸트의 저작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논문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문턱의 미국 내부의 상황을 함께 고려해서 살펴봐야 한다.

<로마 제국의 완성> - 토마스 콜

당시 미국에는 내부적인 모순(과소비, 저투자, 복지[IR의 자유주의]와 안보[IR의 현실주의]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제국의 붕괴론이 대두했다.

이에 국내정치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금융, 첨단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과 함께, (타인의 자율성 또한 인정하는 의미로서의) 보수적 자유주의가 인권외교와 신자유주의로 발현됐다.

로마 제국의 멸망 - <토마스 콜>

국제정치적으로는 외부의 적에 대한 재결집과 함께, 미국과 영연방 국가 사이의 대서양 연합이 재강조되기 시작했다.

바나나랑 바나나'맛' 우유는 다르다.

(이런 점에서 도일이 칸트의 향내만 낸 채 민주평화론을 원용했다는 비판을 비켜갈 수 없다. 도일은 칸트가 중시한 공화정이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 한해서 평화성을 역설했고, 넓은 의미로서 민주주의 국가를 규정지은 이상 그 기준은 자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좌: 찰스 3세, 우: 헨리 키신저

물론 키신저와 도일과의 지적교류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흡하기에 섣부른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연구자 시절의 키신저가 칸트의 저작에 깊이 영향을 받았다는 점과, 석유파동 직후 키신저 주도로 영국과 미국의 혈연관계와 같은 밀월관계를 재구축하고자 한 점은 도일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도, 키신저의 셔틀외교에 대한 정당성도 함께 부여해 줄 수 있었을 것이라 추론한다.



단문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생각할 거리와 상상할 거리가 되기를 바라며.

Fine.



<읽은 문헌>

- 길핀 <국제정치에서 전쟁과 변화> (임상순 역, 선인)

- 칸트 <영원한 평화> (백종현 역, 아카넷)

- Pauline Kleingeld, “Kant’s Theory of Peace,” in Cambridge Companion to Kant and Modern Philosophy, pp. 477-504

- James Tully, “The Kantian Idea of Europe: Critical and Cosmopolitan Perspectives,” in Anthony Pagden, ed. The Idea of Europe (Cambridge), pp.331-58.

- Kleingeld, Pauline. Kant and Cosmopolitanism: The Philosophical Ideal of World Citizenship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Ch.7.

- Michael Doyle, “Kant, Liberal Legacies, and Foreign Affairs,” Philosophy and Public Affairs , 12 (1983), 205-35, 3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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