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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 다문득

프린세스 다이어리(Princess Diary)

평점과 평, 그리고 부연설명과 잡설들

by Belleatriz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

평점: 6/10

평: One for Anne Hathaway, All for Anne Hathaway


일렁이는 군중, 흐트러지는 욕망, 모든 걸 가감없이 받들어야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은 더 내밀한 어둠 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모든 것을 수용하기 위해서. 모든 걸 배척하기 위해서. 어쩌면 그들의 역설. 어쩌면 그들의 비애. 어쩌면. 이것은 의미없는 몸부림의 연속.

악몽일까? 하지만 이 또한 기적과도 같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 큰 책임에는 큰 관심이 따르는 법이다. 그 힘으로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원하든 원치않든 정제된 욕망이 흩뿌려지는 그 자리에 있다면, 기적같은 악몽을 꿀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하며, 악몽같은 기적을 이룰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만 한다.

두려움을 안 느끼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사람이 지나치게 신중하면 의미있는 인생을 살 수 없다. 두려움보다 중요한. 무언가에 대한 확신이 곧 용기다.



앤 해서웨이는 본인이 가장 잘 돋보이는 캐릭터를 영리하게 고르는 역량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사후적으로 돌이켜보면 묘하게 앤 해서웨이는 영화 속에서 bad cop good cop (또는 노신사(또는 여사)와 당찬 젊은 주인공)의 후자로 편리하게 스토리의 플로우를 체리피킹하거나, 자신의 이성(reason)에 따라 행동하기보다 면피성으로 급급히 상황을 대처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는 생각이 한편으로 든다.

본래부터 특별한 감각이 있다거나, 능력을 쌓는 과정 없이 이미 성취를 이룬 캐릭터로 등장하는 방식은 편리하지만 편의적인 접근이기 때문이며, 자신의 진심에서 행동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모호한 답변으로 타인이 주도하는 흐름에 탑승하는 방식은 일어난 사건의 결과에 대해 스스로 면벌할 권리를 편리하게 쥐게 만들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녀는 자신의 의지를 빛내야 할 '의무이기 때문에' 행동하기보다는 '우연히 의무에 맞아서' 행동하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것 같다.

어린이 영화니까 넘어가자라고 하기에는 [앤 해서웨이의 모든 필모를 본 건 아니지만] 이후의 배역들도 크게보면 이런 틀에서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하복(HAVOC)에서 나름의 자기성찰과 탈피(이자 연기 스펙트럼의 너비)를 보여주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이 없잖아 보인다.


미처 못 본 그녀의 작품들 속에서 그녀가 나의 편견을 깨뜨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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