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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딸 Sep 03. 2020

이색적인 세계, 그곳은 파리 동물원

여유롭고 편안한 동물들을 보고 싶다면,


파리의 동쪽 끝, 커다란 벵센 숲엔 1,000 여 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다. 19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는 마을의 이름은 불어로 Parc de Zoologique, 한국어로 '동물의 공원'이다. 


동물원의 입구에 들어선 순간 나는 실로 아름답고 환상적인 일이 일어난 것처럼 눈을 깜박여보았다.  

이 장면이 이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 카메라를 들고 연신 찍어댔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믿기지 않았다.

  

안온한 동물들의 세계 

나는 동물들의 평온한 모습을 한참을 바라본 후에야 들뜬 마음을 가라 앉힐 수 있었다. 어쩌면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의 서식지에 온 것일까?


파리 동물원은 1934년 처음으로 개장했지만 2008년 문을 닫고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공간이 너무 좁고, 위생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새로 개장한 파리 동물원에는 자연에 대한 태도를 성찰하고 고민한 흔적이 담긴 몇 가지 컨셉이 있다.


 



1. 외롭지 않아

이 곳의 동물들은 덩그러니 혼자 남겨지지 않았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그들은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와 함께 있었다. 무리 속 종종 보이는 작은 새끼들이 어미와 꼭 닮았기에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외워로 보이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다른 종들과도 한 울타리 안에서 먹이를 나눠먹는 데 외로울 틈이 있을까? 어찌나 사교성이 좋은지, 타고난 붙임성이 부럽다.




2. 답답하지 않아(?)

파리 동물원은 팬스를 낮고 투명한 것들로 골랐다. 그래서 경계 지어지지 않으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그 안의 공간은 비교적 넓다. 그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드넓은 세상은 아니겠지만, 내가 가보았던 동물원 중에선 동물의 공간에 가장 관대했다. 곳곳에 심어놓은 나무와 꽃들, 그 사이에서 놀고 있는 동물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계속해서 보내는 동안 나는 펜스의 존재를 잊기도 했다. 동물들도 가끔씩 펜스에 존재를 망각할까? 망각은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에 벌어지는 일이다. 울타리의 생활이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어쩌면 펜스를 인지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냥 기쁜 일도 아니지만,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동물들이 마냥 불행해 보이지도 않았다.






3.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어

그들의 서식지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 놓은 세심함이 엿보인다. 코뿔소에겐 그들의 코를 더욱 단단하게 해 줄 나무들을 박아놓았고, 기린은 목을 좀 더 늘일 수 있도록 특히 더 키 큰 나무를 심었다. 원숭이들에게는 힘껏 나무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나무 사이를 너무 멀게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심었다. 


동식물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적당량의 햇빛을 받으며 자란다. 

햇빛을 피해 그늘만 찾아다니던 나도, 이 날은 햇빛을 환하게 맞이해보았다.


파리는 매력적인 관광의 도시다. 그래서 파리 동물원은 관광객들의 관심 밖에 있다. 나도, 여행자로 파리를 왔을 땐 동물원을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파리 시내 한 복판에, 동식물 곁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커다란 공원. 파리 동물원은 나에게 파리의 어떤 관광지보다 여유롭고 이색적인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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