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파리 서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 딸 Sep 10. 2020

파리의 작은 미술관에서, 들라크루아의 집

들라크루아의 집

    정원의 전경 그리고 미소를 짓고 있는 아틀리의 모습은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한다.



     들라크루아 미술관 안에 있는 정원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그가 이렇게 극찬한 것일까? 나의 지인은 이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책을 읽었단다. 그래서 나는 구글 지도에 별 모양 표시를 해두었다. 지도에서 들라크루아 미술관은 Furstenburg라는 사각형 광장의 한 모퉁이에 있었다. 파리 시내 한 복판이지만 번잡하지 않았다. 


     1857년 12월  들라크루아가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정돈된 분위기가 아니었다. 노동자들이 많았다. 예술가가 선호하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곳에 보금자리를 꾸민 이유는 바로 루브르나 미술 아카데미와의 접근성 때문이었다. 들라크루아가 마지막으로 벽화를 주문받은 Saint-Sulpice 성당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그는 집 안에 그가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거실, 다이닝 룸, 2개의 침실(하나는 가정부 Jenny Le Guillou의 방)이 있었다. 도서관과 부엌이 딸려있으며, 정원 안에는 자신만 사용할 수 있는 아틀리에도 두었다. 이 건물은 들라크루아가 죽고 난 후 1920년대 후반에 철거될 위기에 처했었는데 모리스 드니를 포함한 들라크루아 친구들이 1932년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이후 2004년엔 루브르 박물관의 소속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들라크루아의 유명한 그림은 모두 루브르에 있고 덕분에 들라크루아 집은 관광객들의 이목을 끄는 박물관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가 살았던 집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난 종종 파리를 거닐면서, 루브르 박물관은 붐빈다는 이유로 좀처럼 그 안으로 발을 들이지 않는다. 파리 속에서도 새소리가 들리는 고요한 이 곳에서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들라크루아 박물관의 입구는 비가 올 때 잠시 서점에 들어가 머물 수 있을 정도로 무심하게 열려 있었다. 만 26세 미만의 유럽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공짜로 입장할 수 있기에 나는 돈도 내지 않았다. :) 무거운 가방은 1유로를 내면 사물함에 넣어둘 수 있지만 나는 가방을 앞으로 메고 다니기로 했다.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먼저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야 한다.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층계 끝 정면에 드리운 들라크루아의 그림자다. 들라크루아가 이 집으로 이사오던 해에 했던 말을 인용해 놓았다. "정원의 전경 그리고 미소를 짓고 있는 아틀리에는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한다." 미소 짓고 있는 아틀리에는 어떤 곳일까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를 기쁘게 하는 정원에 대한 궁금증도 품게 된다. 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들라크루아의 집에 가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그의 그림과 물건들이다. 들라크루아는 모로코 외교관이었던 Mornay 공작 덕택에 모로코 곳곳을 누비며 그림을 그렸다. 술탄에서 탕제르를 거쳐 마케네까지 여행하는 동안 그는 옷, 가죽, 무기, 악기 그리고 도자기 등 100여 개가 넘는 소품을 가지고 파리로 돌아왔다. 돌아온 후에도 기념품을 보며 종종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회고할 때 모두가 가지는 부드러운 감정을 품고.


     들라크루아가 그림을 그리던 시절에는 튜브 물감이 없어서 가루를 섞어서 색을 만들어야 했다. 들라크루아도 색을 직접 만들어 썼다. 그는 갑자기 떠오른 색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의 곁에 늘 팔레트를 지니고 다녔다. "작가는 말을 수집하는 사람"이라던 김영하의 표현을 빌리자면, 들라크루아는 "색을 수집하는 화가"였다.  


     들라크루아는 고양이와 영문학 사랑했다. 들라크루아는 셰익스피어의 문학만 해도 20편 정도의 작품을 그렸고 심지어 몇 안 되는 자화상 중 한 그림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보고 따라 그린 듯한 의상을 입고 있다. 이는 당시 그가 극장과 영문학에 관심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들라크루아는 고양이를 대부분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그렸다. 조각가 앙투안과 함께 공원에서 호랑이나 고양이 그림을 즐겨 그렸다고도 전해진다.  


      아틀리에와 정원으로 가기 전, 그의 방을 돌면서 그의 그림과 물건을 차례로 마주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떠올려본다. 그림과 그림 사이엔 일정 간격이 있다. 물건과 물건 사이엔 틈이 있다. 틈새는 들라크루아에게는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은 인생의 나머지 시간들이다. 그 틈새는 나에게 상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색적인 세계, 그곳은 파리 동물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