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부터 해외여행은 금기어가 되었다. 지금부터 풀어낼 글은 모두 추억을 소환한 것들이다. 코로나가 없었던 비교적 안전한 시절들의 이야기. 과거 이야기를 끄집어낸 이유는 위안을 삼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늘 그랬듯이 이 상황도 언젠가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해외여행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비교적 안전한 해외여행의 하나로 해외캠핑을 소개하고자 한다. 상상으로 즐거움을 만끽하든, 나중을 위해 정보를 모아두든 이 글이 읽는 분들께 약간의 평안과 도움을 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여행 스타일도 많이 변했다. 곧추 선 깃발을 열심히 따라다니는 패키지여행에서 자신이 스케줄을 짜는 개별 여행으로, 대도시 중심의 여행에서 중소도시 중심의 여행으로, 휴대폰의 셔터를 누르는 여행에서 마음의 셔터를 누르는 여행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씩은 꿈꾸었으나 실행하기 어려워하는 여행이 있다. 해외캠핑이다. 나는 2010년 무모하게도 그때는 제법 생소했던 해외캠핑을 캐나다 로키산맥으로 떠났다. 물론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떠나기 전의 두려움과 불안함은 대자연을 온몸으로 접하고 난 후의 희열이 희석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나는 10년 전 내가 가졌던 해외캠핑의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고 있을 자유로운 영혼들에게 약간의 용기를 보태주기 위해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선 호텔에서 묵는 해외여행보다 캠핑이 어떤 매력이 있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준비가 되셨으면 지그시 눈을 감고 상상 속의 해외캠핑을 떠나 보시라.
첫째, 해외캠핑은 매우 경제적이다.
자유여행을 떠나 본 사람은 여행에서 숙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잘 알 것이다. 전체 여행경비의 절반 가량을 숙박비가 차지하며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비중은 더 커진다. 10년 전 요금이지만 캐나다 로키산맥의 캠핑장은 1박에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였다. 그 당시 저렴한 호텔도(그 기간에 천만다행으로 예약이 가능했다 해도) 1박에 20만 원이 훌쩍 넘었다. 게다가 호텔 투숙객들은 식비도 따로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캠핑을 하게 되면 국내에서 준비해 간 간편식이나 현지 마트에서 구입한 식재료로 충분히 저렴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독일의 캠핑장에서는 단돈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고급 양식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를 마트에서 구입해서 구워 먹은 적도 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그 많은 캠핑 장비를 어떻게 준비하는가이다.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 캠핑카를 빌린다든지 글램핑을 이용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좋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자그마한 텐트와 필수 장비만 구비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캠핑카와 글램핑에 비해서 절약할 수 있는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연 속의 수많은 생명체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캠핑은 천막 하나를 경계로 '나'와 '자연'이 나누어진다. 다시 말하면 천막을 걷어 버리면 '나'는 자연 속의 온전한 존재로 남는 것이다. 하지만 호텔은 '나'와 '자연'의 경계가 뚜렷하다. 숲 속에 세워진 호텔이라고 할지라도 호텔룸에 들어와 있으면 '자연'과 '나' 사이에는 콘크리트 벽의 두께 이상의 거리감이 존재한다. 호텔이 들어선 공간은 자연을 몰아낸 공간이다. 그러나 천막을 친 공간은 자연 속에 들어와 자연과 하나가 된 공간이다. 아침 이슬이 맺힐 때 천막을 들추고 밖을 내다보면 자연의 생명체들이 자신의 곁에 와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호텔 숙박에서는 이러한 경이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셋째, 불을 피우면서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은 불을 피울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캠핑장에도 불을 피울 수 있지만 화로대를 갖추고 있는 캠핑장은 아직까지도 드문 편이다. 그래서 불멍족들은 개인 화로대를 구비하고 다닌다. 그런데 북미의 캠핑장 대부분은 대형 화로대가 캠핑 사이트마다 구비되어 있다.(유럽의 캠핑장은 북미와는 달리 불을 피울 수 없는 곳이 많다는 점도 참고하기 바란다.) 캠핑족들 대부분은 불을 피우고 그 불에 요리를 해 먹고 커피를 끓여 먹는다. 그리고 밤이 늦도록 불을 바라보며 얘기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그저 조용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호텔 방에서는 컵라면 하나도 끓여 먹기 힘든데 말이다.
넷째, 여러 나라의 캠퍼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이 장점은 개인차가 있다. 성격적으로 내성적인 사람은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캠핑을 선호하지만 외향적인 사람은 다른 캠핑족과 말문을 트기를 좋아한다. 호텔에 묵을 때에는 다른 투숙객을 식당에서나 마주치게 되지만 캠핑을 하게 되면 화장실, 욕실, 설거지실, 심지어는 산책 중에도 자주 마주친다. 그러니 인사를 나누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진다. 간혹 미처 준비하지 못한 캠핑 용품이 있을 경우 서로 빌려주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서로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다섯째, 겸손함과 겸허함을 배울 수 있다.
자연을 정복한 장소에 구조물을 만들어 낸 호텔과는 달리 텐트는 인공미를 최대한 숨기고 자연 속에 인간이 한 부분으로 들어간 주거 형태다. 캠핑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의 숨소리를 엿듣게 된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소리들을 듣고 있노라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끼게 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진부한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자연 앞에서 절로 숙연해지고 겸손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