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척
똑똑한 사람들은 정보의 가치와 힘을 알고 있다.
요즘 세상에서 정보는 자산이자 힘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입을 매우 신중하게 다룬다.
말이 없는 것은 단순히 과묵한 성격 때문이 아니라, 나의 말이 어떤 결과를 불러 올지 그리고 내가 가진 정보가 어떤 가치가 있고, 반대로 어떤 위험성을 몰고 올지 알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최소한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단순히 처세술의 하나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생존 전략의 핵심이다.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사람들의 반응에 심취해 신나게 자기 이야기를 늘어 놓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너무 많은 것을 노출하게 될 위험이 있다.
나의 약점이나 계획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 하나까지도 상대방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포커페이스인 사람이 자신의 패를 끝까지 숨기는 것처럼, 자신의 패 즉 약점이 될 수도 있고 강점이 될 수도 있는 패를 숨기는 거다.
무관심한 척 조용히 듣는 자세는 정보를 수집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사람들은 보통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으면 상대는 더 깊은 속내까지 털어놓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나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상황의 판도를 알수 있게 된다.
즉 나의 정보는 철저히 숨기면서 상대방의 정보는 많이 얻어 낼 수 있다.
이것은 악의적인 의도를 품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불필요한 위험에 나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정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한 말 한마디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 거다.
함부로 입을 열어 가벼운 사람이 되기도 싫다.
똑똑한 사람은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시간, 에너지, 감정 역시 한정된 자원이며 한번 소모되면 채우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관심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문제에 개입하며 내 생각과 그에 따른 시간을 내어 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일에 일일이 공감해주고 감정적으로 엮이게 되면 정작 자신이 집중해야 할 중요한 일에 쏟을 에너지가 소모된다.
주변의 모든 소문과 사소한 다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다보면 나의 정신은 불필요한 감정의 쓰레기들로 가득채워지게 된다.
그래서 모든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신, 정말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에만 선택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에 대한 얘기는 한귀로 듣고 흘려 보내고 자신의 일의 과정이나 성과 그리고 목표와 같은 쓸모 있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러한 인상은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차갑다는 인상을 줄수도 있다.
왜냐하면 다들 모여서 누구와 누구때문에 힘들다는, 어떻게 보면 가십일수도 있는 거리를 이야기하며 너도나도 흥미롭게 참여하고 있는 데 혼자 관심 없는 듯 무관심하면 자칫 왕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럴때는 어느 정도 살짝 보조를 맞춰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뒤에가서는 싹 다 잊어 버리는 것이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 대신 맑은 정신과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의 선택이다.
나는 타인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관심 쏟을 대상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는 현명함의 다른 표현이다.
사람의 관심은 매우 흥미로워서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것에 더 큰 매력과 가치를 느낀다.
언제나 나의 곁에서 즉각 반응해주며 관심 갖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반면,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사람은 신비감을 주며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관심이 기울여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은 나의 말에 더 큰 관심과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나의 관심과 반응을 아무에게나 쉽게 주지 않고 그 가치를 높이는 거다.
그 무게감과 영향력은 더 값지게 느껴진다.
모두가 문제에 깊이 빠져 허우적 거릴 때, 멀리 떨어져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나의 무관심은 관계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도 힘이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