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마음

어디까지

by belong 빌롱

내 마음속에 이야기를 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선이 없는 관계로 다 털어놓으면 관계의 수명이 짧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상대는 괜찮은데 내가 불편할 때가 있다.


사람에 대해 속속들이 많이 알수록 아름다운 관계가 사라질 수도 있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도 그렇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 너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어있다.

지인이 걱정스레 말했다.

누구한테 연락했는데 답장이 안 온다고 한다.

이틀 동안 연락 없는 거 보니 자기가 무얼 잘못했나 싶어서 생각을 곰곰이 했다고 한다.

답장 안 오는 것에 대하여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사례를 말해주었다.

난 누구한테 연락도 안 하고, 와도 그리 달갑지 않다.

통화하면 쓸데없는 얘기만 나오게 되고, 할 말 없으니 어쩔 때는 사적인 대화도 나오게 된다.

통화 끊고는 내가 괜한 얘기 했나 싶을 때가 많다.

그래서 연락처를 바꾼 적도 있다.

내가 전화 안 받는다 해도 그들의 삶에 지장은 없다.

그들도 나 없이 잘 살거라 믿는다.


이제는 나이도 먹었으니 직장과 가족 외에는 웬만하면 받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해서 관계를 끊는 경우가 많다.

얘기를 하다 보면 너무 자세한 얘기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전화 끊고 후회할 때가 누구나 있을 거다.

그래서 자주 오는 사람은 안 받고 어쩌다 오는 사람은 받을 때도 있었지만 웬만하면 받고 싶지 않아 부재중으로 남긴다.


이처럼 꼭 잘못을 해서가 아닌 사람마다 자기만의 스타일과 상황이 있는 거다.

관계를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게, 내가 만약 지인의 상황이라면 "잘 되었다"라고 생각했을 거다.

상대가 나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면 안 맞는다는 건데 굳이 불편한 사람을 지인으로 둘 이유가 없다.

나도 몰랐던 걸 상대로부터 알게 되어 오히려 고맙고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걸러내면 된다.


나 자신을 너무 깊이 탐구하면 우울증에 빠진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온 사람인데 마음이 다르다는 건 당연한 거다.

속마음을 많이 알게 되면 상대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 "아 이 사람이 이런 생각도 하고 있었구나"

완벽해 보였는데, 똑똑해 보였는데, 실망이다 하며 내가 생각해 온 사람이 아니네 라며 다른 사람으로 간주해 버릴 수 있다.

그건 모든 사람이 다 같다.

겉으로는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모범적인 사람 같아 보여도 같이 지내게 되면 금방 탄로 난다.

전혀 몰랐던 부분들을 속속히 알게 되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그건 인간이라 당연한 거다.

로봇은 언제나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지만 인간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시시때때로 기분과 감정이 바뀐다.

ㅁㅁ교 선교사업 나갔다 온 언니가 하는 말이다.

둘이 짝을 지어 24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을 "동반자"라 부른다.

신도들 앞에서는 한없이 순수하고 맑은 영혼처럼 보일지라도 둘의 관계는 다른 사람이 상상치도 못할 사이일 수 있다는 거다.

같은 선교사들끼리도 모범적으로 보여도 막상 동반자로서 함께 하다 보면 단점을 많이 보게 된다고 한다.

하물며 신부들은 어떨까.

신부님들도 전혀 생판 모르는 신부님 둘이 한집에서 같이 살면서 많이 부딪치고 싸운다고 한다.

같이 지내는 건 서류 한 장으로 판정나기에, 모르는 사람끼리 지내는 거라 부딪치는 게 정상일 거다.


가깝게 지낸다고 해서 모두가 실망이고 맞지 않는 건 아니다.

저 사람이랑 안 맞아도 이 사람이랑 맞을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 가면을 쓰고 살기에 다른 면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점점 감정에 대한 친밀도가 내려가게 되어 있다.

너무 광범위하게 깊숙히 털어놓지는 말자.

기대에 대한 실망과 마음의 상처가 깊이 생길 수 있다.

나는 아직도 내 친구들과 서로 두터운 신뢰가 쌓인 사이라고 믿는다.

서로에 대한 약점 단점들을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을 너무 믿어서일까.

적어도 나는 그들을 칭찬하면 칭찬했지 절대 다른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지금은 만나지 않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그들을 믿는다.


혜연과 윤정. 주이과 현이. 혜경과 나. 이렇게는 베프라고

들었다고 하면서 말한다.

"혜경이 어때? 성격이 되게 독특하던데 싹수없어 보여"

다른 사람들이 내 친구에 대해서 묻는다면 난 항상 말한다.

보기에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엄청 착해. 보기와는 정말 달라. 속은 진짜 착해. 다른 애들은 몰라도 나는 혜경을 믿어. 진짜로 착한 아이야. 믿을 수 있는 아이지. "


반면 가면을 잘 쓰는 사람은 절대 털어놓지 않는다.

힘든 고민을, 말해서 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럴수록 혼자 껴안고 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털어놓는 편이다.

내 힘든 사정을 아는 친구는 한두 명이다.

그중 혜경은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아는 친구다.

"척하면 삼천리"라고 할까.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고 후회한 적 있어도 그 아이한테는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아주 잘 읽는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예쁘잖아"라는 말이 나오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기분 안 좋은 표정이나 무표정으로 "재 뭐야"할 수 있어도 그 아이만큼은 그렇지 않다.

"네가 그냥 예쁘냐. 엄청 예쁘지"하면서 그 말에 집중하기보다 내가 말하려는 이야기의 핵심을 빨리 들으려고 귀를 기울인다.

그 말이 즉 잘난 척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이 맞는 사람이 있다.

무슨 말을 해도 진심의 의도를 파악하는 사람이 있고, 흉이 되는 사람이 있다.


"약점이 되기에 아무리 가까워도 너무 믿으면 안 돼"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내 자서전을 믿을 수 있는 3명에게 주었다고 다른 분에게 말했는데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걱정하며 말씀하셨다.

"그걸 복사해서 다른 사람한테 뿌리면 어떡하려고 그래"

나는 바로 여유롭게 말했다.

"에이, 그런 사람들 아니에요"

그 사람들을 믿는 마음으로 안정되게 말했더니 그분도 나의 말을 듣고 안심한다는 듯 말씀하셨다.

"그렇게 믿으면 할 수 없고"


물론 그들이 몰랐던 나에 대해 알게 되어 당연히 실망한 부분도 있겠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 인생은 다 그렇다는 걸 성숙한 사람들은 아주 잘 안다.


그런 생각이 없지는 않다.

괜히 지난날에 아픔의 실수를 불필요하게 들추어냈기에, 의아해하며 나를 다시 볼 수 있겠지만,

그들이 성숙하지 못하게, 최소한 내 약점으로 이용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과거가 없었더라면 ,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겠지.

지금보다 훨씬 잘 살았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아무튼 약점이 된다고만 생각하면 인생이 너무 각박하다.

상대방의 반응이라든지, 상대가 말할 때 내 마음속의 변화.

이런 걸 생각해 보면 선을 찾고 형성해 나가는 게 어른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한마디로,

가까운 사람이라면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내 삶의 질이 좋은 거다.

반드시 모든 사람들을 다 경계하고 살아야지만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선을 설정하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


나를 신뢰 하기에 털어 놓을 수 있는 거다.

성숙한 사람은 그런 신뢰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충고가 아닌 감정을 나눌 줄 안다.



내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선을 지킨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고 이용당하지 않는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산다.

"이렇게 하니까 관계가 틀어지는구나"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인간관계의 선이 생긴다.


"내 속 마음 여기까지" 로 풀어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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