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영속성은

겸손이다

by belong 빌롱

26살 딸을 둔 어머니와 대화를 하는 데 "우리 딸 좋은 남자 만나야 될 텐데 걱정이에요, 우리 딸은 교회를 저 때문에 할 수 없이 나오긴 나오는데, 교회 다니는 남자는 절대로 질색해요"라는 말을 듣고 한 남자가 떠올랐다. 그도 역시 "난 교회 다니는 여자는 정말로 질색이야"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둘을 소개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그 어머니에게 교회 다니는 여자 싫어한다던 그 남자에 대해 살짝 말하면서 경제력도 좋고 키도 크고 잘 생겨서 인기도 많다. 무엇보다 예쁜 사람 좋아한다며 따님이 예뻐서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다며 한번 만나 볼 의향 있는지 내 생각을 가볍게 전했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딸이 예쁘다는 말에 갑자기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리 딸 예쁘죠? 우리 딸이 맨날 그래요, '나는 내가 손만 뻗으면 남자들이 다 와'라고요, 전 태어나서 우리 딸처럼 예쁜 사람 단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어디를 가도 제일 눈에 튀고 인물이 진짜 뛰어나잖아요"

그 어머니는 딸한테 한번 물어보고 전달해 준다고 했다.

다음날 그녀의 어머니는 나한테 찾아와 말했다.

"우리 딸이 그러더라고요, 그 남자 교회에 오라고 해, 멀리서 보고 내가 마음에 들면 만날께“

그 말을 들은 순간, 표정 관리가 제대로 작동 되지를 않았다.

"아니 겸손해야지, 왜 이렇게 교만해, 그렇게 누가 만나려고 하겠어요?"라는 말이 목젖까지 닿았지만 또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몰라 애써 꾹 참고 "한번 물어볼게요"하고 당연히 상대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

소개해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 하고, 또 예쁘면 얼마나 예쁘다고 저렇게 교만이 하늘을 찌르며 꼴값을 떠는 가.

그거야 말로 정확히 "꼴값 떨고 있네"라는 표현이 맞아떨어진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예쁜다고 칭찬해 주니 갑자기 엔돌핀의 분수가 샘솟아 하늘까지 마구 찔러대며 공주 옷을 입고 구름 위에 붕붕 떠다니고 있는 거다.

"내가 진짜 예쁘긴 예쁜 가보다, 저분한테까지 듣는 걸 보니 내가 진짜 예쁜 거 확실해. 나 이제부터 거만헤도 돼. 내가 예쁜 거 확실히 맞아. 거만해도 모두가 인정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가 보다.

내 잘못이다. 띄워주는 게 아니었는 데 예뻐서 좋아할 거라고 확신에 찬 말을 해서 자신감 이상으로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잘못된 신념을 갖게 된 것 같다.

"아..... 머리 아파" 그 이후 한동안 머리가 아팠다.

평소 인사도 잘하고, 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동갑인 평범한 남자와 결혼할 사이었는 데 헤어졌다 그래서, 큰 욕심 없는 착한 아이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능력 좋고 인기도 많은 남자를 소개해준다고 하면 고마워할 줄 알았다.

예쁘다는 말을 듣는 아이이긴 하나, 모두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미인과는 거리가 멀고 여성스럽게 생겼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앞에서는 예쁘다고 할 수 있어도 그 아이나 어머니가 부재중일 때는 "아 그 이쁘장하게 생긴 애?" 이 정도로 사람들이 솔직하게 말을 한다.

보통 이쁘장하게 생겨도 예쁘다고 칭찬하지 본인과 가족 앞에서 이쁘장하게 생겼다고 말하지는 않는 다.

그 아이에 대해 남자들도 말한다. "하하하 엄마 딸이니 그렇지, 예쁜 건 아니지 그래도 어디다 내놔도 꿀리지는 않을 정도의 외모야"

여자들도 말한다. "그 정도면 준수해. 사실 얼굴은 평범하지만 전체적으로 있는 집안 딸이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쫙 빼입어서 그 엄마 말대로 튄다면 튀는 거지, 얼굴이 막 예쁜 건 아니지. 그런 걸 보고 준수하다고 표현하는 거야"

또 다른 사람은 말한다. "그래도 그 정도면 예쁘다고 할 수 있지. 탤런트 수준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어딜 가도 빠지지 않아, 남자들이 외모 때문에 싫어할 일은 없을 정도야"


어느 나라 공주님이란 말인가.

마치 공주님 생일날, 머나먼 세계 각국 왕자들이 공주의 결혼 상대를 구한다는 소식 듣고 모여서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멋지게 잘 차려 입고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번호표 뽑고 기다리며 때론 공주 눈에 튀기 위해 남성미가 넘치는 무술 실력과 기사도 정신이라고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오로지 그녀에게 선택받기 위해?


뭘 믿고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

멀리서 보고 자기 마음에 들면 만나겠다니, 난 여지껏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4차원의 심각한 수준의 공주병이라 충격이었다.


소개해준다고 하면 주선자에게 자신을 생각해 주는 마음에 감사해하고, 겸손히 상대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만날지 여부를 표현하는 게 예의고 정상이다.

둘의 의사를 묻고 만남 장소 정도는 선택해 줄 수 있을지언정, (요즘은 둘이서 알아서 만난다)

만날지 안 만날지도 모르는 상대를 위해, 다니지도 않는 교회를 누구보고 감히 오라 가라 한다는 말인가.

그런 사람 소개 해준다고 하면 더욱이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 여자 쪽인데 말이다.

그것도 멀리서 일부러 찾아왔는 데, 인사할 생각도 없이 그저 멀리서 보고 자기 마음에 들면 만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심보는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인가.

내가 어떻게 말하길 기대했다는 말인가.

"그 여자애가 예뻐서 눈이 높아, 너를 교회에 한번 오라고 하래, 그러면 자기가 멀리서 보고 자기 맘에 들면 만나겠다네? 어때 한번 교회에 와볼래?"

이게 말이 되는 가? 똑똑한 남자가 왜 여자가 없어서 그리고 예쁘면 얼마나 예쁘다고 그만한 외모는 충분히 만나고도 남을 텐데 굳이 자기를 낮추면서 마치 테스트에 통과하러 가는 조건으로 보여주기 위해 가느냔 말이다.

마침내 그 여자 아이의 결혼 소식이 들려 왔다.

내 생각에는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자기 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남자인데 그래서인지 그 여자애한테 맞춰 잘해주니 결혼한 것 같다.


사실 예쁜 사람은 겸손한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찐"들은 겸손하다.

예를 들어 건물 입구에 오고 갈 때도, 앞에 남자가 문 열고 기다려 주면 살짝 고개 숙여 "감사합니다"하고 감사함을 표현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내가 예쁘니까, 남자가 나한테 예의를 갖추는구나, 난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지"하고 그냥 지나칠지 모른다.

누가 “문지기”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뒷사람을 향한 배려일 뿐이다. 그 작은 마음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이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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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도 "찐" 부자는 다르다.

큰 집에 산다고 자랑하지도 않고, 그게 애초에 자랑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짜 부자는 집자랑 하며 "200평 고급빌라에 산다, 다른 집들은 다 전세인데 우리 집은 돈 주고 샀다, 일하는 아주머니 계신다"

알고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두분에 누나, 매형, 그들의 자녀들까지 온 식구가 한집에 산다.

그런 집에 시집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매형이란 사람은 능력이 없어서 데릴사위로 들어와 분가는 꿈도 못 꾼다.

그러면서 신혼부부들이 돈이 없어서 그 먼 경기도 수지로 빠진다고 비웃으며 큰 자기집을 자랑스레 내세운다.

예비 배우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신혼부부들이 모여 사는 수지에 사는 편이 훨씬 좋을 거다.

부자들은 예비배우자를 배려해 의사를 물어 보고 나가 살 집을 구해주는 데 비해, 척하는 부자들은 자기집처럼 크고 좋은 집에 사는 걸 땡 잡았다고 생각할거라 착각한다.

"매출이 얼마인 줄 알아? 100억이야 100억!" 하며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만, 그러니까, 그래봤자 중소기업이다.

자녀 결혼할 때 강남에 아파트 하나 해줄 능력이 없으면 부자라고 할 수 없다.


연고대 들어갔다가 다시 코피 터지며 공부해 시험 치고 서울대 들어간 사람들은 천재라고 말할 수 없다.

"당시 스트레스 쌓여서"라고 얼버 무리지만 그게 본래의 실력인 거다.

삼세판 해서 서울대 들어가거나 편입한 사람도 많다.

물론 결과가 중요한 거라, 졸업장만 있으면 천재 소리 듣는다.

그렇게 들어가서 졸업한 사람들은, 한 번에 쉽게 들어간 사람보다 여자 학벌을 보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찐"처럼 보이기 위해 학벌 안 본다며 여유로운 척을 하지만, 속은 자기처럼 힘든 과거를 겪은 사람보다 쉽게 살아온 사람을 많이 선호한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늦게 의사가 된 사람은 "의사부부" 소리 듣고 싶어 한다.

공대 다닐 때 만났던 공기업이나 대기업 또는 프리랜서인 여자는 더 이상 안 만나려 하고 무조건 "의사"만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후천적으로 예뻐진 성형미인도 돈만 많다고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예뻤던 자연 미인들보다 눈이 더 높다. 자연 미인은 남자 외모에 신경 안 써도, 그들은 못생긴 남자를 절대로 좋아하지 않는다.


풍요로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여유로운 남자는 가난해도 예쁜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은 남자는 여러 가지 따지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경우든지 진짜 "찐"들은 상당히 겸손하고 순수하며 여유롭다.

가짜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 준다.


누구나 예쁜 여자 당연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의 경지에까지 오르는 데는 그게 결코 전부가 될 수 없다.

그것으로는 순수한 정서와 감정을 근거로 하는 사랑의 경지에 이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천일야화" 즉 아라비안 나이트가 생각난다.

국왕 샤흐리야는 그의 부인인 왕비가 성행위를 즐기는 현장을 목격한 후, 여인의 사랑에 불신이 생겼다. 그렇다고 성행위를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성경험이 없는 여인을 선택해 첫 잠자리를 갖고 그 여인이 절정에 오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그 후 다른 남성과 똑같이 즐기는 경험은 용납될 수 없었던 것이다.

여자랑 잠자리를 하고 나면 반드시 사형시켜 버리는 게 그의 취미였다.

다음 파트너로 세헤라지데가 선택되었다.

그녀는 잠자리 후 이야기를 좋아하는 국왕을 활용해서 천 하룻밤을 지내면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미끼를 앞세워 천 하루라는 긴 시간을 두고 사랑을 나눈 것이다.

결국에는 사형을 면하고 국왕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왕비가 되어 해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세헤라자데는 국왕의 이러한 마음을 포착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국왕으로 하여금 사랑의 지속적인 극치를 경험하게 하고 순수한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한 것이다.

잠자리 후 죽여 버리는 국왕의 악취미는 3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었는 데 거기에 순응하지 않고 상대를 잘 파악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그의 마음에 들게 하는 것 그것이 외모보다 훌륭하고 값진 진주 같은 지혜라고 할 수 있다.

남자가 사랑을 시작하고 3년, 이 기간을 사랑의 고비라고 한다. 아무리 소문난 상대와 결혼한다 해도, 아무리 화려한 결혼식을 거행한다 해도, 3년의 사랑의 고비를 잘못 넘기면 갈라서는 경우가 많다는 설이다.

사랑의 호르몬 기간은 18개월에서 30개월 동안 강하게 분비된다.

그 기간 이후는 사랑이 끝난다는 뜻이 아닌, 흥분에서 애착으로 성질이 바뀌는 전환의 시기라고 한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랑에서 마음과 영혼으로 승화되어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1001개의 끊임없는 이야기처럼 영속적인 사랑의 탑을 쌓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랑받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기 위해 즉 함께 행복하기 위해, 부지런히 자신을 가다듬고 행복을 좇는 자.

이 모두가 겸손이라는 미덕의 가치가 마음에 새겨져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무엇이든 일방적인 건 없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는 데 상대가 영원히 자신을 좋아해 줄거라 믿는 건 오만을 넘어선 병자 수준이다.


그 어떤 누구도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 상대를 좋아라 할 사람은 없다.

같이 협동해서 노력해야 마침내 영속적인 "찐"사랑에 이를 수 있다.


영속적인 사랑은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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