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건 백지뿐.
그 사람은 내가 너무나 잘못 봤다. 제일 싫다고 20대 초반부터 그렇게 말해 온 그런 류의 사람. 내가 생각하는 멋진 남자는 남자답게 리드할 줄 알고 남들이 함부로 못하는 위엄성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사람들이 다 함부로 보고.. 사람들이 업신여기고..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고.. 또 당한 걸 억울해해서 두고두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계속 “나 어떻게 율아.. 나 이제 클났어.. 나 죽을지도 몰라.. 나 어떡하냐고.. 나 진짜 어떡해.." 하면서 징그럽게 애원하는 그 사람 모습이 너무 약해 보이고 나에게 자꾸 매달리며 의지하는 모습이 정 떨어졌다. 이래서 주님이 비자가 안 나오게 하셨구나 내가 혹시나 미국 가서 김형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마음 아파할까 봐.. 이 사람의 실체를 알게 하고 미련 없이 떠나게 하기 위한 주님의 의미 있는 계획의 일부분이었다.
어느 체육대학 태권도 학과를 나왔다고 한다. 예전에 만났던 자매의 부모가 태권도과 나온 사람 싫어한다 그래서, 가슴 아프게 헤어졌다고 한다. 난 정말 이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어차피 나랑 될 사람이 아니었네.. 좀 더 알아볼걸.. 용기 있게 부딪치고 만나서 알아봤더라면 처음부터 안 좋아했을 텐데.. 이렇
게 쓰라리게 아픈 고통의 시련은 없었을 텐데.. 하며 너무나도 한심한 나를 꾸짖었다.
거기다 그녀의 이름은 '박세은'이란 걸 알게 되었다. 얼마나 잘난 자매였길래 그녀는 집에 데려가 소개해주고 난 안 소개해주나 했던 사람은.. 나랑 동갑내기인데 아주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자매였다. 그런 자매를 두고 저울질했다니.. 갈수록 가관이었다. 어쨌든 그를 너무 몰랐던 나를 탓했다.
후배들도 자기가 다른 선배와 달리 엄격하게 굴지 않고 잘해주니까 인사도 안 하며 무시했다고 한다. 억울한 게 생각나서 나에게 또 화풀이하며 말을 했다.
이 사람은 정말 파파보이 그 자체였다. 아프고 나랑 처음 만난 후 우리 집에 바려다 줄 때 네비에 찍힌 우리 집 주소를 지웠다. 왜 매번 꼭 지우냐고 했더니 “너 만난 거 알면 아빠한테 혼나.”하며 나를 또 한 번 실망시켰다. 난 그때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 아내이고 여자이고 사람인데 아직도 이 사람은 날 만난 걸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구나..
“난 너네가 만나면 안 될 그런 낮은 천한 신분의 사람이 아니야!!! “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완벽한 파파보이..... 아프지 않더라도 어차피 될 사람이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 관심 쏟으며 아파하고 고통받았던 지난날들이 너무나도 후회스러웠다. 그래.. 날 욕하지 말자.. 나도 몰랐으니까.. 그러니까 모든 여자들이 다 싫어하지.. 여자를 많이 만나봐서 여자에 대해 잘 알고 또 리드도 멋지게 잘해서 여자들이 반할 그런 매력 있는 사람인 줄.. 다들 그 사람이 그렇게 보이니까 접근하다 몇 번 안 만나고 질려서 도망갔을 거다.
마지막으로 홍콩 가자고 한다. 자기랑 옛날에 사귀었던 자매가 거기서 산다고 놀러 가자고 한다. 그 사람은 정말 자존심도 없나.. 그렇게 당하고.. 만약 가면 나를 얼마나 하찮게 볼까.. 별 볼일 없어서 버린 남자.. 그런 바보 같은 남자와 좋다고 여행 온 여자를 말이다. 그는 자기도 여자가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은 어리석은 생각을 품은 거다. 그녀와 사실 결혼할 사이도 아니었고 혼자 그렇게 단정 지으며, 자기 아버지가 반대해서 떠났다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지어가며 분위기 있는 남자구나 생각하게 만들고.. 정말 이 사람을 알면 알수록 몰랐던 부분들이 속속히 드러난다.
더 이상 어이가 없고 여러모로 비상식적인 사람이라 한 마디로 말했다.
"꺼져 줄래..?!"
그의 하는 언행을 보고 당장 이 사람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 없었다, 내가 20대 초반부터 질색팔색하며 제일 싫어한다던 성격의 사람으로 모든 부분을 100% 다 갖추었다. 정말 만났으면 큰일 날 뻔했다. 사람들이 알면 망신이었다. 이런 사람을 좋아했다니.. 너무 창피했다.
이제 하나님이 그동안 나를 아프게 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똑같이 느끼라고 그에게 던져주셨다. “율아 너도 날 사랑하잖아.. 솔직히 말해봐.. 내 눈을 보고 말해봐..!”
꼴값을 떠는 걸 더 이상 못 봐주겠어서 그 사람 눈을 쳐다보고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난 오빠한테 전혀 아무런 미련도 감정도 없어~~자꾸 그럴수록 더 질릴 뿐이야”
그랬더니 운전대를 보면서 “사람이 다른 사람이 생기면 좋아했던 감정도 없어지나? 어떻게 그
럴 수 있지?”
"난 오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잖아.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전혀 아니라고. 아예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완전 딴 사람에게 관심 있었다고 완전 반대라고"
"율아, 나 네가 좋아했던 사람 맞아, 단지 내가 지금 아파서 그래, 너가 좋아했던 그 사람 맞아!"
자기 어머니가 그런다고 한다. “너는 참 바보 멍청이야. 좋아하면 데리고 와서 소개를 시켜줘야 정상이지. 아빠가 무서워서 아예 관심을 끊으려고 했다는 게 넌 남자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남자는 맞니?” 누나도 아빠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해도 안 만나고, 자기가 결혼할 사람 데리고 와서 ‘나 이 사람과 결혼할 거야!’
해서 아빠가 쳐다도 안 보다가 둘이 저 방에서 말하고 나오더니 웃으면서 결혼날짜 잡자고 했잖아".
자기 엄마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식이하의 자기 앞 가름 못하는 파파보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품과 성격이 굉장히 좋게 보였는데 정말 반대였다..
세상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걸 배웠다. 내 사람만 챙기자. 나를 버린 사람은 나도 버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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